내집마련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의 넋두리
"사모님, 여기가 뜰 거라니깐요"
엘리베이터도 없고, 술주정뱅이가 있는 이웃이 싫어 집에서 5km 떨어진 곳, 서울, 그놈의 4대문과 더욱 가까운 곳의 부동산을 보러 왔건만.
이 동네가 개발된다는 소식은 들었긴 했지만,
개발되는 것이 내가 개발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얘긴 관심 밖의 얘기.
그런데 부동산 중개소에 들어서자마자
금빛으로 빛나는, 명품으로 빛나는 사모님께서 지도를 남다른 눈으로 응시하고 계셨다.
"잠실에 건물 몇 채 보유하고 계신 분이에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나는 찬밥신세.
위대한 사모님은 허리에 손을 얹고, 지도를 지긋이 보더니 한 곳을 짚어주신다.
무슨 세기말 전쟁에서 전략적 요충지를 찾았다는 듯이.
"여기 좀 보여줘 봐-"
"아 네네네~"
이분, 원래 말이 좀 짧으신가 보다.
제아무리 잘나가는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이라도, 건물주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아이러니하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이 정보가 가장 많을 텐데 왜 건물주가 아닐까.
하긴, 1등 로또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매점 사장님도 뭐 비슷한 마음, 상황이시겠지.
그런데 말입니다.
100채 이상 임대주택을 등록한 사람이 전국에 259명이라고 한다.
서울 강서구 48세 남성은 594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동산 포식자들.
나같은 경우, 은행이 내 집의 90%를 갖고 있으니, 이 20평 남짓한 곳의 2평만이 내 집이다.
사실 우리 집 바로 앞이 개발된다고 해도, 투자할 돈이 없어 그저 남 좋은 일만 보고 있는 게 나 같은 서민 아닌가.
왜 집이 몇 백채나 필요할까. 그래서 그 사람을 행복할까.
그래 반대로 생각해보자.
왜 나는 빚을 내서 집을 얻었을까. 집이 있으면 행복할까.
"오래 기다리셨죠? 사장님, 그래서 얼마대 정도로 구하세요?"
이제 내 차례다. 나에게 묻는다.
어떠한 환경에 어떠한 안락한 조건엔
집다운 집이 아니라
얼마짜리 집을 구하냐고.
"..."
"여기로 하세요. 투자 가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이 최고예요. 공사 중인데 모델하우스라도 보실래요? 이 빌라에서 딱 한 채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