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낙상사고
지금부터 작성할 모든 글에는 불편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에게 일어난 사고. 당시의 일과 그 이후의 일까지. 슬픔을 묻고 덮는 것이 아닌 충분히 표현하기 위한 글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6월 5일.
여름이 다가오면서 해가 길어졌다. 작은 8평 내 방에는 저무는 해가 들어와 있었고, 나는 내 작은 고양이 대근이와 한바탕 놀고 난 후 영화 ‘랑종’을 보고 있었다. 집 안은 더웠고 선풍기 바람은 그리 시원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던 중 대근이가 두 번 정도 울었다. 늘 그렇듯 “우리 아까 놀았잖아~” 적당히 대답하고 고양이의 몸을 쓰다듬었다. 영화의 분위기가 심각해졌고 나 또한 그 분위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어디에도 대근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근이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의 낙상사고에 대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다급하게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7층에서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없어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데 발목을 접질렀다. 그래도 뛰었다. 건물 앞으로 나왔다. 조용했다. 창틀, 1층 편의점의 천막을 살폈다. 혹시 옆집으로 넘어간 건가 생각했다. 그러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대근이를 불렀다. 하나, 둘, 셋. 몇 초가 지났을까. 건물 좌측 주차장 쪽에서 대근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쉰 목소리. 나 여기 있다는 간절한 목소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근이는 주차장 구석, 작은 오토바이 뒤에 쓰러져 있었다. 추측하자면 추락 후 두려움에 구석으로 숨어든 것 같았다. 소변을 지린 상태의 대근이는 힘없이 누워 날 보고 고개만 들었다. 곧바로 대근이를 안아 들고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일단 침착해야 했다. 화장실 앞, 현관에 아이를 잠시 놓아두고 당장 수술이 가능한 2차 병원을 찾았다. 몇 번이나 전화를 돌렸을까. 신촌의 한 병원을 추천받고 해당 병원에 전화 후 상황을 설명했다. 20분 안에 병원에 가겠노라 선언하고 아이를 이동장에 넣은 후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아이를 붙잡고 맥박을 체크하고 머리를 살짝 들어 올려 주면서 끊임없이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조금만 참자. 내 새끼 조금만 참자. 금방 병원이다, 제발 버텨달라. 그 사이 두 번 정도 아이는 울부짖었다. 울지 말자, 나는 울지 말자. 침착하자. 내 불안한 감정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이된다. 그러니까 진정하자. 많이 놀란 대근이는 이동장 안에서 똥오줌을 지렸고, 그러한 아이의 상태는 날 더 불안하게 했다.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고 대근이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종종 대근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는 동안 발목이 부어올랐다.
기도했다. 내가 지금 아픈 게 대근이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발목이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내 새끼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내가 아픈 만큼 대근이가 괜찮을 수 있다면 내가 아프고 싶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얼마 뒤,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 하면서 듣게 된 내용은 이러했다.
일단 아이의 상태가 좋지는 않다. 떨어지면서 우측으로 무게가 쏠린 듯 오른쪽 전반적으로 골절이 의심되며, 현재 멘탈이 좋지 않아 마취제를 투여하고 좀 더 정밀하게 검사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진통제를 투여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봐야 한다. 병원에서 좀 더 기다려 달라.
나는 말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 없으니, 잘 좀 부탁한다고. 애써 태연한 척 몸을 돌려 상담실 밖으로 나섰다.
화장실로 향했다. 눈물이 터졌다. 내게선 대근이의 소변 냄새가 났다. 발목이 아파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쿵’ 소리가 반복 재생됐다. 주차장까지 고통을 참으며 기어갔을 대근이의 모습이 상상돼서 미칠 것 같았다. 그 작은 몸이 겪었을 고통이 끔찍하게 와닿아서 내 머리를 미친 듯이 때리지 않고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한참을 화장실에서 혼자 울다, 후회하다, 다시 울다가 끝내는 울음을 삼켰다. 꾹꾹 명치 언저리까지 울음을 밀어넣었다. 멀쩡하게 병원 로비로 올라갔다. 구석진 곳에 앉았다. 또 기도했다.
그러다 다시 얼마 뒤, 의사 선생님께 대근이의 상태를 들었다.
엑스레이 결과 오른쪽 팔꿈치 부분, 골반 부분 골절 의심. 그중 한 곳은 복합 골절로 수술해야 하나 재활이 필요. 다만 뇌 쪽에 손상이 크게 간 듯, 동공 반응이 심상치 않음. 좌우 동공 크기가 다름. 저체온. 멘탈은 여전히 약한 상태. 방광 쪽에 파열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소변 줄에 혈뇨가 비침. 계속해서 지켜봐야 함. 아직 수술은 불가. 혈압이 낮음. 일단 진통제를 투여해서 고통을 덜어주고, 계속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거 같음. 집에 가서 대기하시고, 다음 날 오전 외과 전문의와 상담 필요.
대근이는 순한 아이였다. 하기 싫은 걸 하자고 해도 못 이기는 척해줬고, 워낙 스트레스에 취약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힘들면 오버 그루밍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했었는데, 아마 그 순간 대근이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거다.
집에 돌아가기 전 대근이를 보고 말을 건넸다. 조금만 버티자. 잘 버텨내고 내일 수술 받자. 네가 잘 이겨내 줘야 수술할 수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몇 번을 말하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돌아섰다.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건물 1층 현관으로 들어서는데 주차장이 보였다. 나는 다시 내 머리를 쳤다.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었다. 마중 나오는 아이가 없다. 현관에서 개구 호흡하며 쓰러져 있던 대근이가 떠올랐다. 다시 머리를 쳤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절규하듯 울음을 터뜨렸다. 열려있는 창문을 보자마자 숨이 막혔다. 후회, 자책, 두려움, 공포, 나에 대한 분노. 모든 감정이 터져 나왔다.
분명 혼자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가 기억나지 않았다. 모든 게 대근이의 흔적이고 대근이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방인데, 아이가 없었다. 내 작은 고양이가 없었다. 미친 듯이 울다가 미친 사람처럼 씻고 또 미친 사람처럼 대근이의 물건을 닦았다. 수술을 하게 되면 당분간 집에 오지 못할 거고, 돌아왔을 때 깨끗한 그릇에 새로운 물과 밥을 담아 주고 싶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대근이가 좋아하던 담요를 끌어안고 내 체취를 묻혔다. 이 모든 상황이 거짓말이길 바랐으나, 모든 상황은 무섭게도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있었다.
새벽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대근이를 찍은 사진과 조금씩 아이가 안정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아이의 사진을 확대해 휴대폰 그대로 가슴에 가져다 댔다.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다시 기도 했다. 모든 인간에게 행복과 삶의 할당량이 있다면 내 할당량의 일부를 대근이에게 양보하고 싶다고. 나는 이미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많은 것을 누렸으니, 내 작은 고양이에게 내일을 선물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