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해”
그동안 괜찮은 남자를 통 못 만나 봤다는 친구의 하소연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의 대화 패턴이 늘 똑같은 게 불만이란다.
자기 하는 일 얘기,
가족 얘기,
주변 친구들 얘기(그중에 내가 제일 난놈이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그중에 내가 제일 슛돌이다).
가만 놔두면 전에 만난 여자 얘기까지 술술(그래도 좋은 애였어...)
그리고 가볍게 술 한 잔 어떠냐고 묻는 뻔한 코스.
나는 얼마나 달랐을까.. 생각해 봤더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누가 먼저 물어보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꺼낼 수 있는 말이란 게 한정적이긴 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스스로 건넸던 얘기를 생각해 보자.
최대한 거만하지 않게 적당히 나를 포장하고,
어딘가에서 들었던, 혹은 겪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
어디서도 먹혔던 몇몇 개의 에피소드.
그리고 최근에 봤던 영화나 드라마 얘기. 뭐 그 정도.
1번 대화가 끝나면 2번, 그리고 3번.
미리 준비해 둔 ‘말’을 늘어놓는 거지 딱히 어떤 대답을 원하진 않았다.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뒤에는 ‘전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 멜로 싫으세요?)
‘음식은 뭐 잘 드세요? 저는 다 잘 먹는데 비린 건 못 먹겠더라구요.’
(아 회 좋아하시는구나...)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전 요즘 힙합 빼고 다 들어요. (아, 쇼미... 재밌었죠)
참, 어렵다.
사람 만나서 그냥 얘기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됐을까?
대화보다는 말이 많은 요즘이다.
-왜? 이것도 혼말이라고 팔아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