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6.
우리반 아이들의 '급식' 사랑은 정말 남다르다.
작년엔 급식이 맛없다며 불만 가득했던 분위기와
사뭇 달라서 처음엔 좀 놀랐다.
녀석들에게 점심 시간이란,
온전한 기쁨이요 즐거운 기다림이다.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조건없이 매일 제공되는 유일한 낙이기도 하다.
기다리기만 하면
급식소에서 오전 내내 끓이고 찌고 볶아낸
반찬과 국이 따끈하게 나오니까.
내가 어떻게 아이들의 심정을 이리 잘 아느냐면,
나 역시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항상 배고픕니다... )
'급식 식단표'는 매달 갱지에 인쇄되어
전교생에게 전달된다.
내 생각에는 가정통신문 중
단연 귀한 대접을 받고있다 확신한다.
보통 가정통신문은 가방 속에 쳐박히거나
바닥에 굴러다니거나 또는
교실에 엄청 남거나 하는데
유일하게 식단표는
학생들이 받자마자 꼼꼼히 확인한다.
형광펜으로 기대되는 메뉴에 체크하는 건 기본.
친구들과 색다른 메뉴 이름을 발견하고 짝에게 보여주거나
아예 책상에 테이프로 붙이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심지어 정성스럽게 잘라서 미니 북으로 제작하는 학생도 있다.
특히 우리반 Y양은 그날의 급식메뉴를 외워서
주위 아이들에게 수시로 공지하고,
맛있는 우동이나 튀김류가 나오는 날엔
급식실에 최대한 늦게 가자고 우기기까지 한다.
(늦게 가서 꼴등으로 배식하면 남은 음식을 넉넉히 챙겨먹을 수 있기때문이다. 일찍가면 뒷반 배식이 남아있어서 아줌마들이 추가배식을 아직 주지 않으신다.)
어찌되었든 초반엔 우리반 학생들의
남다른 급식 사랑에 처음엔 얘네 왜이래 했으나,
요즘엔 녀석들은 '소확행'에 나도 전염되었다.
맛이 있던 없던
그날 메뉴에 관심을 갖고
기대하고 입맛 다시고,
그러다 만족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엽다.
예쁜 아이들.
참 잘 컸네.
+
지나치기 아까운 진지한 장면들.
이 장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전 8시 55분에 형광펜 들고 꼼꼼히
메뉴 읽는 모습이다.
책 만드는 소정양.
++
급식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