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전문 병원 찾기
사실 ADHD를 의심해서 병원에 간 것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계속 놓치고 꼼꼼하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
어쩌다 한 두 번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넘겼겠지만 회사생활 3년 차에도 늘 반복되니 팀원에게 피해는 물론 외면을 당하는 순간까지 왔다.
팀에서 왕따를 당하고 나는 여유가 없어서 스스로에게도 온정을 배풀어 주지 못했다.
주눅 들어있는 나의 모습마저 꼴 보기 싫었다.
나는 눈치가 없나?
그걸 당연히 했어야지 왜 바보같이..!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언제 변하냐..
유튜브에 회사생활 잘하는 법,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일잘러의 습관 등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고 그대로 따라열심히 노력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나의 실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튀어나와 나 자신을 당황시켰다.
나처럼 회사생활과 대인관계에서 힘듦을 겪으며 유튜브에 검색하는 성인 ADHD인 사람들이 많았는지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성인 ADHD에 대해 이끌어주었다.
알고리즘 추천 영상들을 보고는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바로 집 앞 정신과에 찾아가서 ADHD검사를 해달라고 했었다. 그때도 지금만큼 절박했던 것 같다.
집 앞 정신과에 방문해서 성인 ADHD인 것 같다고 하니 CAT검사를 했다.
CAT검사는 컴퓨터로 순서 맞추기, 떨어지는 물건 클릭하기 등 집중력을 요하는 검사였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ADHD의 성향보다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은 의심정향이 있으니 ADHD 약을 처방해 주겠다 하셨다.
나는 단순히 회사생활과 관계에서 힘들고 우울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너무 단기간에 처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 처방받은 약은 ADHD의 대표적인 치료약인 콘서타였다.
가장 작은 용량을 받았는데, 처음 며칠정도만 머릿속이 조용한 느낌이었고 그 외엔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후 몇 번을 병원에 방문하여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투약용량을 증가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나의 실수나 우울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 성인 ADHD가 아니라 그저 회사생활이 맞지 않는구나 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혼자 일하면서도 실수하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단순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가자는 생각에 성인 ADHD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았다.
마침 유행처럼 성인 ADHD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었고 정보의 질도 더 높아졌기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ADHD 바로 알기'라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의 지역에 있는 ADHD전문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다행히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전문 병원이 있어 예약을 했다.
하지만 예약을 한 당시 병원 예약일정이 꽉 차있어서 초진환자는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ADHD관련 책을 사서 읽어보기도 하고, ADHD를 갖고있는 저자가 쓴 에세이도 몇권 찾아읽어보기도 했다. 어쩜 이리 증상이 비슷한지 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네 하고 내적 동질감을 얻으며 위로를 얻었다.
그 와중에 늘 겪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마찰과 자기 혐오감으로 너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서 더욱 빨리 병원에 가고싶었다. 일정을 당길 수 있는지 몇번이고 병원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기다려야한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렇게 얼른 당신은 ADHD가 맞습니다라는 얘기를 듣고 약을 받아서 이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기대감만 높아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