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
또 예정에 없던 촬영이다.
대학 후배가 카페를 오픈했다고 해서 가게를 촬영하러 갔었는데, 마침 후배는 '투부'라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투부'도 촬영하고 싶어서 데리고 오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투부'는 잔뜩 예민해져 있었고 우주선 가방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이 많아졌다. 고양이 촬영은 매번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버려서 고양이를 주제에서 빼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 시무룩해있는데 후배가 말했다.
그럼 언니 집에 가볼래요?
언니가 대형견을 두 마리 기르신다고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이 주제의 사진은 본인은 물론 사는 공간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언니분은 쿨하게 수락하셨고, 일상을 기록하는 내 주제에 맞게 너무나(?) 내추럴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이 레브라도 레트리버의 이름은 '루이스'다. 이때가 7살이었는데, 자기보다 어린 보호자분의 조카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표정이 귀엽다. '루이스'는 표정이 많아서 사진 찍는 맛이 있다.
조카의 얼굴을 핥고 있는 녀석은 저먼 셰퍼드의 이름은 '키키'다. '루이스'만 쓰담듬어주자 달려와 조카의 얼굴을 핥으며 애교를 부린다. '루이스'와 '키키'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래서 일본어로 말해야 제대로 알아듣는다.(나보다 일본어를 잘하는 개를 만나다니...)
'키키'를 보니 4~5살 때인가 '조로'라는 셰퍼트를 길렀던 기억이(참 안타깝게 이별을 했다)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대형견의 응가는 남다르다는 걸 직접 목격하고 나니까 나중에 대형견을 기르겠다는 계획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루이스'와 '키키'를 보면 교육을 잘 받은 멍멍이란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된다. 충동적인 행동이 없고, 자기의 의사를 어필하되 기다릴 줄 아는 멍멍이들이다.(난 '루이스' 머리 위의 간식을 '키키'가 적당히 눈치 보다 먹을 줄 알았다) 다만 일본어를 몇 개 알아야 한다는 단점이... 그런데 한국말로 해도 기본적인 건 알아듣는다.
'투부'는 우주선 가방에서 나와 침대 밑에 자리를 잡았다. '루이스'와 '키키'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녀석들 때문에 여기 있는 건 아니다. 낯선 곳이기 때문에 적응 중인 거 같았다.
적응이 되었는지 슬슬 활동 범위를 넓히는 '투부'
이번에는 거실까지 나와서 여기저기 지켜보고 있다.
보호자분은 배송 온 택배를 언박싱하고 계셨다. 틸란드시아를 꺼내서 '키키'에게 자랑하자 장난감인 줄 알고 물어버렸다. 일본어로 뭐라고 하시니까 자리에 앉으면서 일단락.
혼자만 소외되어 보이는 '투부'를 위해 보호자는 츄르를 하나 뜯었다.
그런데 '루이스'와 '키키'가 소환되어버렸다.
역시 츄르의 힘은 대단하다. '투부'의 앙증맞은 발은 볼 수록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런데 멍멍이가 하나 더 있었다. 스피커란다.
촬영 환경은 이랬다. 애기, 어린이 둘, 어른 다섯, 고양이 하나, 멍멍이 둘. 내가 원하는 표정과 상황들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구도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셔터만 정신없이 눌렀던 것 같다.
그런 나를 '키키'가 한심하게 쳐다본다. 나는 사실 촬영을 그만두고 '루이스'와 '키키'를 쓰담 쓰담하고 싶었다. 녀석들은 보호자와 친분이 있어 보이면 다 받아준다. (참고로 엄격한 생식기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에어로불 스피커한테 스웩에서 밀리기 싫은 '루이스'로 전반을 마무리하고 후반은 내일 작성해야겠다.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많다.
촬영 신청 : jangkkoo@naver.com (간단한 반려동물 소개 및 사진이나 sns 링크 주심 됩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pJqTmVshl6Hxaq6puIVk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