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16.01.01
예술과 게임으로, 기술의 파도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지켜내기.
위의 가치를 아거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담아낼 것입니다. 그 첫 출사표로 Boast or Nothing (B.o.N)을 만들고 있습니다. 트릭 테이킹이라는 장르의 카드 게임이고, 사용자는 카드의 강함과 약함이 수시로 바뀌는 손 패를 운영해야 합니다. 독특한 게임이죠.
아, 인사를 먼저 드려야겠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거게임즈라는 보드게임 출판사를 운영 중인 안민우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게임을 만들며 생각했던 가치를 정리하고, 아거게임즈의 과거와 미래를 보아놓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킥스타터를 준비를 맞아, 2017.03.15 씀)
아거게임즈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예술과 게임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연작물(series)처럼 일관성을 가지고 디자인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말을 많이 하게 하는 파티 게임
게임 구성물에 언어가 들어가지 않는 게임 (Text-independent)
30분 이내의 플레이 타임
5분 이내의 규칙 설명
13세 이상이라면 쉽게 배울 수 있을 난이도
고유의 색깔을 가진 예술가와 협업합니다. 우리는 게임과 예술의 화음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게임의 윗 박스의 앞면, 옆면은 전부 아트워크로 채워지며, 이외의 어떠한 문자적인 정보도 없습니다. 그 대신 아랫 박스의 뒷면에, 간략한 설명이나 로고, 이름, 바코드, 아이콘 등등 모든 정보가 담깁니다.
저는 대학이라는 세상의 첫 문틀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도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생 신분이 아니면 각양각색의 활동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독립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을 마다치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진과 기사들, 그림과 패션을 볼 수 있었죠.(편집장이었던 형과, 같은 사무실을 공유하며 패션 브랜드를 운영했던 형, 두 분께 아직도 참 많이 배웁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뭘까 궁금해졌고 곧, 그 궁금증은 제가 생각하는 '예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줄곧 '예술'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단지 그게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나 봅니다.
깊이가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내린 예술의 정의는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예술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핵심입니다. 우리가 예술을 접할 때, 우리는 '어떤 것들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작품을 인지하는 주체의 각기 다른 경험과 감정과 생각하는 방식이 곧 독특하고 개별적인 관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다르게 되죠.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의자를 보게 되었다면,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게......'의자'야?
이 한 마디에서부터 우리는, 우리가 익숙한 앉는 도구로서의 의자가 아니고 작가의 자아를 통해 달라진 '의자'를 본 겁니다. 이렇게나 다른 자각은 우리를 다른 생각으로 이끌어줍니다. 혹은 다른 삶으로도 확장될 수 있죠.
예술과 삶
익숙함 속의 생소함
물론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 완벽한 인생이라고 감히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지나가는 시간을 조금은 더 넓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시 쓰기라는 취미를 통해 여실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등단해서 대단한 시를 써내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 만족을 위해 쓰는 부족한 시입니다. 그러나 시 쓰기를 통해서 감정을 다스리게 되고, 제가 제 속내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일상생활 속에서의 많은 것들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항상 익숙한 것들, 오래된 것들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게 됩니다. 제게는 시를 쓰고 가끔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며 사는 삶이, 그렇지 않았다고 가정한 삶보다 한층 더 넓게 느껴집니다. 제 삶의 변화들이 제 주변에 좋은 파장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그게 예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이고, 꼭 받아야 하는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술이 어떤 것일까 공부하던 중에, 틈틈이 아버지로부터 보드게임 산업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6년 전, 아버지는 '딘코게임즈'라는 게임회사를 맨손으로 일궈내셨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한국 게임 작가들의 게임을 출판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이 사업을 시작하셨을 때는, 대부분 회사가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드게임을 출판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와 별개로,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게임들을 만드는 분들이 계셨고, 아버지는 그분들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이후, 그런 방향의 출판이 힘들 거라는 주변의 소리에 오기도 생기셨고, 꼼꼼한 성격에 점점 게임 만드는 것도 재밌어지셨나 봅니다. 정말 매일 같이 인쇄단지를 다니고, 영어 한 문장도 못 하시는 분이 독일이며 중국도 오가시면서 1년에 4개씩 새로운 게임을 출판하실 때도 있으셨죠.
아버지의 그런 도전을 보고 나니, 한참 젊은 저 또한 의욕이 불타올랐습니다. 한국 보드게임 시장의 특성상, 판매량의 비중이 국내보다는 해외 쪽으로 많이 치중될 수밖에 없었는데, 제가 해외 마케팅 쪽을 맡아서 일을 도와드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해외경험 없이 독학한 영어 실력이지만, 일하며 저도 더 전문성을 키워나갔습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에 푹 빠졌기도 했지만, 점점 게임을 만드는 과정 또한 재밌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게임 하나를 만들어 냈을 때 느꼈던 큰 보람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아버지께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아버지처럼 '묵묵히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도 가지 않고 돈은 많이 못 벌면서 원하는 일을 할 때, 저는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버지는 남들이 대체 뭐라 하든, 그건 그 사람들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그냥 나대로 하는 거고, 끝끝내 해내면 되는 건데 어려울 게 있느냐는 거죠. 심지어 저는 젊기까지 한데 뭐가 무서울까요.
결국, 군 복무 이후에 게임 출판업을 제 직업으로 정했습니다. 저만의 브랜드와 정체성, 전략과 계획까지 완성했습니다. 제가 푹 빠져든 '예술'과, 원래 푹 빠져있던 '게임'의 화음을 이룰 것입니다. 합일이나 융합보다 정말 '화음'에 더 가까울 겁니다. 각자 다른 소리가 나지만 같이 소리 났을 때 어울리기 때문이죠.
Harmony of Art and Games
이 둘은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둘 다 각각의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해주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예술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게임은 시청각과 규칙(logic)을 이용해 '다름'을 체험하게 합니다. 그 세상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 거죠. 이것이 바로 예술과 게임을 연결할 중요한 이유이며, 제 결심을 굳힌 연결고리였습니다.
아거게임즈에서 출판할 게임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지를 구성합니다. 게임 박스 전면부에는 그 어떤 텍스트가 들어가지 않고, 아이콘, 심지어 회사 로고 또한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박스 후면부에 정보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시각적인 아트워크들은 게임의 각 구성물에도 들어갑니다. 그냥 단순히 보기에 이쁜 게임이 아닌, 아름다움을 가진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작가의 자아로 빚어낸 또 다른 관점 그 자체가 되겠죠. 꽤 인상적인 작업일 겁니다.
그래서 지난 4년간 준비했습니다. 예술과 게임의 접목, 게이머가 아니어도 구매하고, 즐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요. 보드게임을 취미로 가지지 않은 사람도, 데이트할 때, 친구랑 놀러 갈 때, 꼭 아거게임즈의 게임을 통해 보드게임 문화에 눈을 떴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게임 동호회도 보드 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술자리만큼이나 금세 친해집니다. 사람들과 마주 앉아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배우는 점이 많고 사람을 알아가기 쉽습니다.
제가 디지털 게임을 출판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보드게임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죠.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혹은 뉴스에서 알 수 있듯,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점점 사람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런 기술들의 궁극적 공통점은 인류의 장수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조선 시대의 선조보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당시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말을 달려 3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KTX로 두 시간 반 정도, 비행기로는 한 시간이면 되죠. 우리는 양적인 장수가 아니라 질적인 장수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기술은 마냥 좋은 것일까
아, 물론 저도 최신 기술을 좋아합니다. 요번 맥북프로에 터치바가 있다길래 얼마나 사고 싶던지. 그런데, 어째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린 더는 마주 보지 않습니다. 전화나 메신저로 되거든요, 페북으로만 아는 친구가 어찌나 많은지, 근데 당장 내 옆엔 누가 있을까요. 과연 영상통화나 전화, 메신저를 통해 받는 연락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동수단의 발달이라면 모르겠지만, 기술을 통해 빚어내는 대부분의 결속은 전기적 신호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수많은 사람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게 그 증거가 될 수 있겠죠. 상대방의 눈짓, 제스처, 표정, 호흡들을 제 모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같은 자리에서 하는 대화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젊은 스타트업 중의 하나는, 아날로그다운, 편리하진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줄 도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거게임즈가 바로 그 스타트업이고, 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에서 시작한 재밌는 게임으로 대중 속의 공허함을 해결할 겁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그들 사이에 진정한 소통을 만들어 줄 겁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
우리의 브랜드도 명확합니다.
[아름답고, 재밌고, 작은 게임]
우리는 세계를 넘어 우리의 가치를 확장할 것입니다. 해외의 게임 디자이너나, 예술가들로 우리의 게임을 채우고 싶습니다. 우리의 다음 단계는 World Cross 라인업입니다. 저는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예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전 세계의 예술가와 게임 디자이너를 찾고 있으며, 우리 게임은 그들을 담아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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