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쨍쨍한 한 여름, 각자의 계절을 살아가는 사람들
늦은 새벽 아직 잠에 들지 못한 채. 눈을 떴다, 감았다. 반복한다. 잠에 들기 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저녁에 했던 게임, 어제 나누던 담소, 이틀 전에 했던 실수. 점점 과거로 돌아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부정적인 소용돌이에 휩쓸릴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나에게도 봄이 오고, 꽃이 필까?', '내가 과연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자기 전에 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자기 의심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봄도 오고, 꽃이 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놀러 가고,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나의 계절은 겨울이다. 가끔씩 마음에 눈이 내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지만. 이내 차갑게 부는 바람에 눈이 얼어붙어. 나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는다.
7월 태양이 쨍쨍한 여름 안에는 각자의 계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인생에도 사계절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따스한 봄바람 맞으며 꽃을 피우는 시기도 있고, 뭘 해도 축축 처지고 지치는 여름 같은 시기도 있다. 그리고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가을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겨울이 있다.
인생이 가끔은 퍽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힘이 들 때도 있고,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다. 때론 모든 걸 다 끊어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혼자 조용한 바닷가 근처에 방 한 개 빌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도 자보고, 책도 질릴 때까지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걷고 싶다.
바닷가에 깔린 무수한 모래에 내 발자국을 하나 둘 남긴다면. 발자국 하나마다 내 고민 하나를 깊게 새긴다면. 바닷가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그 발자국에는 나의 속 깊은 고민이 담기겠지.
바닷물이 차오르고, 모래마저 뒤덮을 때가 오면. 내 발자국은 하나 둘 사라지겠지. 그 발자국에 담긴 고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