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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Dec 13. 2016

소년 + 놀이터

    한가로운 주말 오후, 소년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놀이터로 나왔다. 전에는 아이들로 북적거리던 곳이지만, 이제는 썰렁하기만 한 놀이터. 이 한가로운 주말에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소년은 자신이 놀이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네에 앉았다. 그가 놀이터를 자주 애용할 때만 해도 땅에 발이 닿는 것은 상상도 못 하였는데, 지금은 너무 쉽게 닿아버려 조금 씁쓸해졌다. 소년은 예전처럼 누군가 밀어주지 않아도 그네를 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소년은 하늘 높이 날아갈 듯 올라갔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그때마다 소년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기분 좋게 다가왔지만, 씁쓸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소년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높이 올라간 그네에서 뛰어내렸다. 전에는 모래밭에 제대로 서지 못해 엉덩이로 떨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 커버린 그는 두 발로 서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소년은 이것 또한 씁쓸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은 놀이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놀이터는 소년이 알던 곳이 아니었다. 웃음이 머무는 곳이 아닌 침묵이 머무는 곳. 놀이턴 소년과 함께 변해있었다.


    울적해진 소년은 자신이 두 번째로 좋아했던 회전판에 몸을 실었다. 소년이 어릴 땐 회전판을 뺑뺑이라 불렀는데,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빙글빙글 뱅글뱅글 돌아간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던 거 같다. 소년은 한 쪽발을 이용해 천천히 회전판을 돌렸다. 그가 돌기 시작하자 세상도 그를 따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빙빙 돌기만 할 뿐 여전히 고요했다.


    한가로운 오후. 평화로운 주말. 고요한 놀이터. 그 속을 쓸쓸히 헤매고 있는 소년.


    소년은 회전판에서 내려와 놀이터 한편에 있는 벤치에 누웠다. 흘러가는 구름들과 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햇살. 소년은 그 아래 쓸쓸히 누워 떠가는 구름을 봤다. 흘러가는 구름들을 따라 아이들도 떠나간 걸까?


    소년은 옛날의 놀이터가 너무 그리워졌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떠나지 않는 웃음소리, 가끔 들리던 다툼까지. 소년은 더 이상 조용한 놀이터를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놀이터를 등진 체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날 소년의 꿈엔 옛날 놀이터에서 놀던 추억이 나왔다. 웃고 있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어린 날의 소년까지.


    소년이 잠에서 깼을 땐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의 놀이터가 그리워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소년은 그 뒤로도 가끔씩 놀이터를 찾았다. 여전히 놀이턴 고요하지만, 그곳에 놓인 추억이 있기에 소년은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소년은 그렇게 놀이터에서 과거를 헤매며 눈물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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