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방 밖에선 조금 언성이 높은 말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잠깐 그 내용에 집중하다가 이내 책을 덮었다. ‘사람들은 왜 다투는 걸까?’ 소년은 궁금했다.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다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년은 나름의 답을 찾아보려 했다. 소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만한 답을 찾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다. 방금 전에 들은 다툼, 전에 본 다툼들, 자신이 직접 연관된 다툼들 등 소년이 가진 과거들을 떠올리며, 다툼의 이유를 찾았다.
그런 소년이 생각한 첫 번째 다툼의 이유는 이미지 불일치였다. 이미지 불일치는 선입견이랑 비슷한 것이다. 이미지 불일치로 인한 다툼은 타인을 보고 경험한 걸 그 사람의 이미지라 단정 지어 놓은 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와 다른 행동을 하면 멋대로 튀어나오는 서운함이나 배신감, 당황스러움, 실망 같은 감정들로 인해 부정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하게 되면서 생기게 된다. 즉 자신의 머릿속에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와 현실의 그 사람이 다를 경우 다투게 되는 것이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분명 이럴 줄 알았는데’ 같은 생각들과 함께
두 번째 이유는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고, 그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행동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다른 생각의 차이로 심심치 않게 다툼이 생겨난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이건 당연한 건데, 살아온 시간, 경험, 추억이 다 다르니까,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난다.
소년이 몇몇 이유를 더 생각하려 할 때 방 밖에서 들려오던 다툼 소리가 잦아든 사실을 깨달았다. 별 다른 말이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좋게 끝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소년은 밖으로 나서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결국 승리잔 없을 거야. 서로의 생각을, 고집을 꺾지 못하고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겠지.’
소년은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결국 누군가는 참고 누군가는 마음에 남긴 체 흘러가겠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연기를 하면서’
소년은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밖이 조용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할 차례야. 제삼자의 출현. 두 사람을 이어 줄 연결고리. 만날 수 없는 두 구름 사이를 이어주는 무지개가 되어야 할 시간.’
소년은 문고리를 잡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문을 열고 나갔다. 최대한 밝은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다툼의 현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지개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