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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Dec 31. 2016

레오

    별이 빛나고, 달이 빛났다. 나는 그 아래를 걸으며, 잠을 이루지 못한 체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골목길을 만나 들어섰다. 난 골목길을 따라 걷다 그곳에서 신비한 아이를, 레오를 만났다. 레오는 달을 보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그는 달을 동경하듯이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난 달을 보고 있는 그 녀석의 모습이 묘하게 끌리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천천히 레오에게 다가갔다. 레온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내 쪽을 돌아보고서도 도망칠 생각은 전혀 없는 듯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난 내게 도망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도망가지 않은 것인지 모를 레오를 들어 올렸다. 레오는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며, 야옹하고 한마디 뱉을 뿐이었다. 그 날밤 난 새로운 룸메이트가 생겼다.


    레오는 원래부터 사람과 살아온 듯 나의 손 잘 받아들였다. 내가 쓰담쓰담을 하던, 약간 괴롭히듯 장난을 쳐도 그는 그냥 야옹거리며 내 손길을 따라 움직였다. 난 그런 녀석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 레오는 밤만 되면 창가에 붙어 움직일 생각을 안 했는데, 창가에 달이 보이는 밤이면 기분 좋은 듯 그르릉거렸다. 하지만 창가에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슬픈 눈망울로 밤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 욕심이 그의 즐거움을 뺏은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난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달을 찾아 헤매는 레오에게 다가가 꼭 하고 포근하게 안아준다. 달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곁에 있다고 말하듯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러면 레오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야옹하며 나에게 고맙다는 듯 말을 건넨다. 그렇게 우리는 달이 없는 밤이면 서로를 위로하며 따스하게 서로의 곁을 지킨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정이 들었다. 나는 매일 레오와 놀고 그를 관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고, 레오는 그런 나와 있는 게 싫지 않은 듯했다. 어느 날 내가 ‘레오에게 뭔가 해줄 게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집 밖에 같이 나가 밤하늘을 보는 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난 레오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레오는 신난 듯 방방 거리며 밖을 뛰어다녔고, 난 그런 그를 보면서 벤치에 앉아 맥주 캔을 땄다. 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잠시 눈을 밤하늘로 옮겼다. 그러자 왜 그토록 레오가 밤하늘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만큼 그 날의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어느새 레오도 내 곁으로 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그가 제일 좋아하는 달도 있었고, 달의 곁을 지키며 빛을 내고 있는 밤하늘도 있었다. 난 그런 레오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으로 맥주를 들이키며 레오처럼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최대한 레오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레오의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분명 같은 하늘이었겠지만,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자 밤하늘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 레오의 눈에 들어가 있는 작은 우주처럼. 


    산책을 마친 나와 레오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보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난 그날 일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냥 레오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본 게 다지만, 내가 느낀 것은 단순히 그런 것을 뛰어넘는 무언가였다. 무언가를 제대로 설명하진 못하겠다.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 이니까.


    그날 이후로 난 자주 레오와 외출을 나선다.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레오에게 낮의 아름다움도 같이 알려주고 싶어서 낮에도 많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된 레오는 신기하고 끌리는 동물이 아닌 나의 친구, 나의 가족이 되었다. 오늘도 난 그런 레오와 함께 아름다운 길 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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