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귤 Jan 27. 2017

내일

    한 겨울밤, 난 촛불을 켜놓고 멍하니 방 안에 앉아 내일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는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열심히 움직이고, 달과 별은 아름다운 빛을 내며, 내일이 되어가는 것을 내게 알려줬다. 23시 59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시계 앞에 섰다. 그리고 초침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며 내일이 다가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댕- 하는 소리와 함께 12라는 숫자에 모든 바늘이 모였다. 그리고 다시 오늘이 시작되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를 거라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고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항상 오늘이 끝나면 또 다른 오늘이 시작될 뿐이었다.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나를 괴롭히던 오늘의 고민은 또 다른 오늘에서도 여전히 날 괴롭혔고, 안 풀리는 일들은 또 다른 오늘에도 존재했다. 그래서 난 더욱 내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일엔 희망이 있으니까. 내일엔 행복이 존재할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래서 난 내일을 놓지 못하고, 멍청하게 배일 밤 내일이 오길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소녀를 만났다. 어린 소녀는 불행하게도 불치병에 걸려있었다. 난 소녀를 처음 보았지만, 이미 소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소녀는 오늘에 좌절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내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난 그게 너무 싫어요.”

        “왜? 내일이 오는 건 좋은 거야.”

        “아니요, 난 오늘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난 절대 이해 못 할 소녀의 말을 듣고, 소녀에게 물었다.

        “왜 오늘이 계속됐으면 좋겠니?”

        “내일도 이렇게 아프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나는 소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아니야, 왜 넌 내일도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니?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는 아주 놀라운 능력이 있단다.”

        “내일은 오늘이 아니니까요. 난 아픈 사람이니까. 오늘 아프지 않으니까, 내일은 분명 아플 거예요.”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소녀는 내 마지막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가 오늘은 불행했으니까, 내일은 분명 행복할 거야 난 불행한 사람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내일을 기다리는 것과 똑같다고요.”


    그 순간 난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난 어린 소녀의 말에, 어리석은 내 모습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확실히 난 소녀와 같았으니까. 난 분명 오늘 아프지 않았기에, 내일 아플 거라고 말하는 소녀와 같은 존재였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오늘은 어제의 소녀에겐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이었을 것이다. 소녀가 아프지 않아 행복한 오늘은 어제 내가 꿈꾸던 행복이 가득한 내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난 이부자릴 박차고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이 어제의 소녀가 꿈꾸던 아프지 않은 내일이라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까우니까. 준비를 마친 난 곧장 집 밖으로 나섰다.


    그 꿈 이후로, 난 더 이상 내일이 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원했을 내일인 오늘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할 뿐. 내가 원하는 내일은 누군가가 오늘 이루어 줬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2017.01.0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