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었다.
내 곁으로 무언가 떨어진다.
둘러보니 이미 떨어진 이들이 여럿이다.
로맨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문드러져 가는 생명의 마지막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부족한 마음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사랑도 연민도 낭만도 현실도 모두 문드러져 간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방어적인 태도로 주변에 맞춰 움직인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친다.
칼에 베인 듯한 서늘함이 먼저 닿는다.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쓰라림이 그 뒤를 따른다.
파랗다. 너무나도 파랗다.
하늘도, 바다도, 나도, 내 주변도, 우리 모두
지독히 파란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