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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간지 Apr 12. 2022

폭죽과 별

by 음유시인 김진호


폭죽과 별 VIBE(바이브) (naver.com)


하늘 위로 날아올라 반짝이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겠지 소리쳐주겠지
나 그 기분이 좋았고 딱 그 위치가 좋았어
… 
폭죽에게 별들이 말해줬어  
사람들은 잊곤 한대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
빛인 줄도 모른다고
외롭거나 누군가 그리운 날들이 오면
그제서야 가끔씩 별들을 바라본다고
환호 속에 반짝이는 커다란 폭죽보다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운 빛일 뿐이야 별은

난 다시 재가 되어 땅에 내리고
사람들은  나를 밟고 떠나가고
별은 계속 하늘을 빛내겠지
폭죽은 흙이 돼 땅을 빛내겠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머물던
우리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네

- '폭죽과 별' 가사 중 -




나는 노래로 특정 시절을 기억한다. 그 시절 내가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sg워너비의 노래를 들으면 내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내가 처음으로 내 돈을 내고 음반을 샀던 가수이고 또 유일하게 모든 앨범의 타이틀곡들을 알고있는 그룹이다. 그 시절 sg워너비는 노래만 냈다 하면 차트 1위를 찍는 엄청난 가수였고 사춘기였던 나는 sg워너비 발라드의 특유한 감성이 너무 좋았다. 그 시절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sg워너비 노래를 엄청 많이 불렀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에 정점에 있던 sg워너비는 점점 내리막을 걸었고 어느순간 sg워너비도 앨범을 내지 않고 멤버 각자가 자신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시들시들해졌다. 나도 바쁜 삶에 치여 sg워너비를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전 '유퀴즈'에 sg워너비의 멤버 김진호님이 출연하고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sg워너비가 완전체로 출연해 오랜만에 옛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너무 반가웠고 옛날 생각도 나서 좋았다. 잠시 잊고 살았던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김진호의 노래와 가사는 시적이다. 시인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이형기 시인은 '낙화'라는 시에서 꽃이 떨어지는 모습으로부터 이별의 아름다움과 이를 통한 영혼의 성숙을 발견해 냈다. 또 도종환 시인은 '담쟁이'라는 시에서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의 모습을 통해 희망과 인내 그리고 연대를 표현해냈다. 이런 훌륭한 시들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을 어떻게 이런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는건지, 그들의 문학적 감수성과 표현력에 매번 놀란다. 이렇게 시인들은 이별, 사랑, 희망, 슬픔과 같은 추상적 감정이나 관념적인 개념들을 우리 주위에 있는 친숙한 사물들을 매개로 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 해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한번 더 곱씹게 된다. 또 시를 읽으며 우리는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시를 좋아한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예술이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 우리곁에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진호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폭죽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굴곡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도 시적인 인간, 나아가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그리고 '폭죽과 별'이란 노래를 통해 가수 김진호로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그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폭죽은 자신의 정점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아마 가수로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명예와 인기를 누리던 시기가 그에게는 폭죽이 아름답게 터지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폭죽에게 별들이 말해줬어 사람들은 잊곤 한대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 빛인 줄도 모른다고 외롭거나 누군가 그리운 날들이 오면 그제서야 가끔씩 별들을 바라본다고 환호 속에 반짝이는 커다란 폭죽보다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운 빛일 뿐이야 별은"이라는 가사를 듣고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기만 하던 별과 같았던 그 시간이 김진호에게는 어쩌면 외로운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sg워너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공허감, 스타라는 무게감에서 오는 압박감들로부터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대중성이라는 화려한 빛 이면에 있는 어두운 면들을 보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어떤 회의감 같은 것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빛나던 시간도 잠시 가족같던 멤버와의 이별과 여러 사건들이 겹치며 이후 sg워너비의 인기도 점점 시들시들 해지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점차 잊혀가던 그 시간이 김진호에게는 폭죽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재가 되어 땅에 내리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솔로곡들을 들어보면 힘든 일을 겪으며 내려오는 그 시간 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뇌를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흙이 돼 땅을 빛내고 있는 지금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고 있다.


진호햄이 멋있는 이유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항상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아래는 그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제가 꿈꾸는 스타는 하늘에 있는 별이 아니라 땅에서 우리 걸음 견디며 길이 되어주는 흙과 모래입니다. 그 길위를 같이 걷는 사람이란 별이 제가 꿈꾸는 스타입니다. 요즘 전 대중성을 위해 노래하지 않아요. 거리에, 집에, 버스에, 어딘가 있을 당신이란 개인 한명 마주하기 위해 노래하고 있어요."

그는 전국을 돌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학교나 병원에서 무료로 공연을 해주며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란 생각이든다. 아름다운 불꽃으로 하늘을 빛내던 그는 이제 땅에 내려와 재가 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땅을 빛내고 있다.


우리가 폭죽에 열광하는 이유는 폭죽의 순간성이 우리의 삶과 닮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성공의 순간은 짜릿하다. 하지만 그 영광과 기쁨의 순간도 잠시 우리는 곧 허무감에 빠지거나 이내 새로운 문제로 또 다시 삶의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인생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순간 반짝이며 사람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고 재가 되어 내려와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어떻게 내려오는게 잘 내려오는 건지, 또 땅에 내려와서 어떤 존재로 땅을 빛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불합리함 같은 것들을 없애서 나와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이 조금 덜 힘들게 올라가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 같고, 아니면 땅에서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일을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올라가는 동안 잘 내려와 이 땅의 거름이 될 준비도 잊지않고 틈틈이 해야겠다.


이제는 예전의 sg워너비를 다시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진호햄의 목소리, 음색, 창법, 음악 스타일등 많은 것들이 바뀌어 예전의 소몰이창법은 더이상 들을 수 없지만, 그동안 삶의 여러 굴곡을 거치면서 갖게 된 지금의 꾸밈없는 자신만의 목소리가 나는 더 좋다. 


"시험지가 원하는 정답에 가까운 노래보다는, 시험지 여백에 제 진짜 속마음을 낙서하듯 노래했어요"라는 그의 말대로 세상이 원하는 대중성을 쫓기 보다는 사람을 위한 노래를 하려는 그의 진정성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옛날의 영광을 뒤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한 팬으로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따뜻한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는 가수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남기를 바란다.


p.s.

'가족사진',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술을 찾는 불편한 이유' 이 노래들도 김진호 노래 중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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