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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Jun 06. 2021

1. 태어남 그리고 천재

Under 8

더위가 가시고 12시간의 산통 끝에 나는 태어났다. 13일이 딱 되는 순간에 태어나 생일을 12일로 할지 13일로 할지 고민하였다 하는데, 13일로 정해졌고 그 차이로 인해서 12일은 그저 생일 전날에 그치고 13일은 생일이 되어 괴로워하는 날이 되고야 말았다. 


어머니의 태몽은 큰 단상 같은 곳에서 커다란 보석을 누군가가 쥐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산통에 시달리다 태어난 아이는 자그마한 엄마보다 커다란 아이였다. 


남자아이임을 확인하고 외할머니는 아버지에게 "딸이었음 좋겠다더니 엄청 좋아하네"라고 했는데 아빠는 눈을 흘기며 "어데요 남자애가 좋지"라고 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순간 부터 기억이 나는지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나를 인지하기 시작한건 5살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다보니 세살 터울의 동생은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내 근처에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놀이터에는 아이들과 모래가 한가득이었다. 모래 속에선 조개 껍데기도 나오기에 남자아이들에게는 하루 종일 놀기에도 쏠쏠한 곳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유년시절은 동네 놀이터의 모래들과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 모습이 기억난다. 


처음 들어간 유치원은 정글짐 같은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고동색 같은 느낌의 약간 어두운 느낌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1년간 다니다가 중간에 잠깐 미술학원에서 미술을 배웠고 마지막으로 졸업은 세종유치원에서 하게되었다. 천주교 유치원이라 수녀님들이 복도를 다닐때도 뒤꿈치를 들고 걸어다니라고 할 정도로 엄격한 곳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몰리는 곳이어서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내 짝은 노유경이란 친구였는데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내 앞줄에 있던 여자애를 좋아했는데 내 친구랑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짝은 날 엄청 좋아해줬고 숙제도 대신 해줄 정도로 잘해줬었는데 관심이 별로 없었다. 

 유치원 때는 수영을 배우는 날이 있었고 수영장에서 킥판을 잡고 물장구를 치던게 생각난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노란가방에 이것저것 담아서 수영하는 날은 외부로 나갔었고 즐거웠다. 아니 즐거웠던 것 같은 기억이다. 그때의 감정은 남아있진 않은 것 같다. 


유치원까지의 기억은 많지 않은데, 프뢰벨이라는 이상한 아주머니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학습지나 학습도구를 팔고다니곤 했다. 그때 우리 엄마는 똑소리나는 느낌의 엄마여서인지 내가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 이거 601호에서 하는 거라고 말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그렇게 똘똘이로 소문나게 된 건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놀이터 사건이 컸던 것 같다.

어느날 친구랑 그네를 타고 놀고 있었는데, 그네에서 줄과 의자가 연결되는 부분에 친구 머리가 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119가 출동해서 아이 머리를 빼려고 하는데 아이는 계속 울고 어쩔줄 몰라서 동네 어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옆에서 흙장난 하던 내가 갑자기 나오더니 머리를 휙휙 돌려서 꺼내주었다고 한다. 


미취학 아동 당시 나는 두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낯도 많이 가리고 애지간히 많이 우는 아이와 별탈없이 별생각없이 무던한 아이로 그려진다. 이 상반된 두가지 모습이 다 그려지는 걸 보면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던 것 같다. 이 당시 기억은 뜨문 뜨문 남아있는데, 연결되는 순간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특정 장면이 사진처럼 남아있으며 그 주변은 내가 만들어 내는 듯한 기억이다. 


아 그리고 아버지는 8시전에 출근을 했던 것 같은데 항상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볼에 뽀뽀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란 곳을 다니면서 사라진 듯 보이지만, 그전엔 항상 졸려죽겠는데도 아버지를 현관까지 배웅 갔던 것 같다. 이제는 그 당시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보니 출근길에 힘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몇살 부터 아빠가 출근할때 뽀뽀를 하지 않았는지, 같이 출근을 하게되었는지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썸네일 사진

북부 이태리 검도대회 Carmagnola Italy, 10years old Yul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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