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모리>를 보았어

by Yeslobster


다른 원자와 결합해서 분자를 만드는 원자들은 자신이 가진 전자 수에 결핍이 있다. 화학결합이란 결핍 부분을 다른 원자와 결합을 통해서 채우는 과정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은 잊고 싶어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어 한다. 반대라면 반대라고 할 수 있지만, 결핍이 있다는 점에서 같은 상황에 있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합쳐지는 순간이 정말 인상적인 영화다.

원자와 달리 사람은 서로의 결핍 부분을 확인하고 다가가는 좀 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전자 수에 변화를 주려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전자수를 지켜 두 사람을 만남으로 이끄는 사람(사람들 아니고, 사람)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응집되면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에너지가 엄청난 이야기였다.


지난 주말에 본 '룸넥스트도어'도 그렇고 요즘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룸넥스트도어' 속 표현을 빌면 헤밍웨이 소설이나 이런 좋은 영화들에는 나를 매혹하는 마법이 있다. 그 마법의 주문이 아직 풀리지 않아(영원히 풀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주말마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이 행복했다.


'사랑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처럼 사연 있는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이 영화 안 봤다.' 영화 시작하고 10분 만에 내 맘 속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영화를 끝나고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 음악에 맞춰 스크린에 올라오는 엔딩 크레디트 속 저 수많은 이름들 속에 내 이름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작게라도 기여한 나 자신이 정말로 자랑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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