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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환 Aug 18. 2021

내부감각훈련과 명상 (6/7)

몸과의 내면소통

뇌신경계 이완을 위한 내부감각 인지훈련

내부감각 인지훈련은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뇌신경계와 연관된 부위를 이완시키는 명상이다. 내부감각 인지 훈련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우선 앉거나 서서 하는 것이 좋다. 누워서 하는 경우 금방 잠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누워서 하는 명상은 앉아서 혹은 서서 하는 명상 훈련에 상당히 익숙해진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또는 잠들기 전에 보다 깊은 수면을 위해서 추가적으로 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선 위에서 살펴본 방법대로 똑바로 앉거나 선다. 모든 명상 자세에서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허리를 곧게 펴는 이유는 특히 목, 어깨, 턱, 얼굴, 복부 부위의 긴장을 잘 풀기 위해서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바라보는 호흡명상을 한다. 


교근 이완 (5번)

5번 뇌신경계는 삼차신경이라고 불리우며 얼굴의 여러 부위와 연관되어 있다. 깨무는 힘. 신체의 여러 근육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이 바로 깨무는데 사용되는 교근이다. 호흡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면 숨을 내쉴 때마다 우선 턱근육의 힘을 뺀다. 보통 하루종일 이를 악물고 일을 하는 현대인들은 턱근육의 긴장이 과도하게 되어 있다. 턱에 힘을 빼려해도 잘 빠지지가 않는다. 혹은 어떻게 해야 턱의 긴장이 풀어질 수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늘 긴장되어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본인의 턱근육이 강하고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천천히 숨을 다시 한번 내쉬면서 턱과 얼굴 전체의 긴장을 푼다. 입술은 닫혀 있어도 입 속에서 위 아래 어금니는 서로 떨어져 있도록 한다. 아래 턱이 중력에 의해 툭 떨어지는 느낌이 나도록 턱과 얼굴 전체의 힘을 뺀다. 턱 근육의 긴장은 목과 어깨와 등과 배와 가슴의 긴장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턱근육을 중심으로 이러한 부위 전체의 긴장이 이완되는 것을 느껴보도록 한다. 턱근육은 또한 입 안의 모든 근육과 혀 근육과도 연결되어 있으므로 턱근육과 함께 혀와 입안도 편안하게 이완되도록 한다. 

이제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서 엄지손가락으로 귓구멍 바로 앞에서 시작해서 광대뼈를 따라 점차 얼굴 정면쪽으로 근육을 마사지를 하며 호흡에 계속 집중한다. 광대뼈에서 시작하는 교근은 아래턱까지 이어진다. 광대뼈에서 아래턱 쪽으로 근육의 결을 따라 계속 마사지를 한다. 5분가량 지속한다. 특히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더 집중적으로 풀어준다. 호흡을 내쉴 때마다 턱근육을 중심으로 온몸의 긴장이 이완되는 것을 느껴보도록 한다. 오른쪽 턱 근육을 푸는 것만 5분 이상 지속한 후에 오른손을 내리고 똑바로 앉아 다시 호흡에 집중하면서 오른쪽 부위의 턱, 목, 어깨 등과 왼쪽 부위의 느낌을 비교해본다. 오른쪽 어깨가 더 부드럽고 아래쪽을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든다면 교근의 마사지를 통해서 오른쪽의 교근은 물론 승모근과 흉쇄유돌근의 긴장까지도 더 이완되는 효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좌우의 달라진 느낌을 잘 기억한 후에 이제 왼쪽 교근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풀어주고 다시 좌우의 턱, 목, 어깨의 느낌들을 비교해본다. 


흉쇄유돌근 이완 (11번)

이제 다시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얼굴의 모든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교근의 이완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고개를 들었다가 내쉬면서 고개를 천천히 떨군다. 고개는 자연스럽게 끄덕이는 움직임을 하게되는데 이 때 무게 중심은 경추 1번에 실리게 된다. 경추 1번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뒤통수 쪽이 무거워지면서 턱이 들릴 때 교근이 완전히 이완되는 느낌을 유지하도록 한다. 다시 턱을 앞으로 숙일 때 숨을 내쉬면서 머리 무게가 코끝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고개가 앞뒤로 끄덕이며 시소처럼 움직이는 것을 천천히 고요하게 반복하면서 턱 근육에 긴장이 점점 더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본다. 고개의 움직임의 범위를 점차 줄여간다. 마침내 머리가 앞 뒤의 무게 중심 사이에 정확히 놓여져서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는 지점을 찾아간다. 완벽한 균형감을 느낄때 내 머리의 두개골이 경추 1번 위에 정확히 균형 잡힌 상태에서 놓여 있게 된다.

아주 천천히 고개를 부드럽게 왼쪽으로 돌리면서 숨을 들이마신다. 완전히 들여마신 다음에 다시 천천히 내쉬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숨을 다 내쉬었을 때 고개가 오른쪽 끝까지 돌아가 있도록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다시 숨을 들여마시기 시작하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처럼 들이 쉬면서 왼쪽으로, 내쉬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10회정도 반복한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것은 2번 경추가 담당하는 일이다. 턱을 위 아래로 끄덕였다가 다시 좌우로 돌리는 것은 턱근육과 흉쇄유돌근의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고개를 끄덕일 때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가짐이 느껴지도록 하고, 좌우로 돌릴 때에는 세상의 모든 면을 다 통찰해보겠다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넓은 마음가짐을 느껴보도록 한다.  


승모근 이완(11번)

이제 정면을 보면서 머리와 목이 부드럽게 연결되고 편안하게 긴장이 풀어졌음을 알아차리면서 양쪽 어깨에 주의를 둔다. 먼저 왼쪽 어깨 끝, 어깨와 팔이 만나는 부분에 집중한다. 어깨를 천천히 부드럽게 들어올리면서 몸의 변화를 느껴본다. 갑자기 힘을 툭 빼서 어깨가 툭 떨어지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어깨 끝에도 집중을 해서 끌어 올렸다가 툭 내려놓는다. 이것을 좌우 번갈아가며 세차례 반복한다. 이제 숨을 들이 마시면서 양쪽 어깨를 동시에 끌어올렸다가 내쉬면서 툭 내려 놓는다.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면서 양쪽 어깨에 주의를 둔다. 숨을 내쉴 때마다 양 어깨가 바닥쪽으로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상상을 한다. 이때 턱근육과 얼굴 전체와 목 근육도 점점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함께 확인하도록 한다. 

숨을 천천히 들여 쉬었다가 내쉬면서, 이번에는 양쪽 어깨를 앞쪽 이동시킨다. 몸의 다른 모든 부위는 그대로 편안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양쪽 어깨 끝만 앞으로 이동한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이번에는 양쪽 어깨 끝을 뒤로 이동시킨다. 가슴 부분은 넓어지고 등 뒤의 견갑골이 모이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 된다. 다시 내쉬면서는 어깨를 앞으로 보냈다가 들이쉬면서는 어깨를 뒤로 보내는 것을 10회정도 반복한다. 모두 본인의 호흡 리듬에 맞추어서 자연스럽게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흉쇄유돌근이나 승모근은 의도를 갖고 직접 이완시키기가 어려운 부분이므로 이처럼 고개를 돌린다든가 어깨를 움직인다는 식의 의도를 통해서 이완시켜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안구 근육의 이완과 EMDR (3, 4, 6번)

안구의 움직임은 상당히 많은 뇌신경계와 관련이 있다. 3번 뇌신경은 안구를 움직이는 동안신경(oculomotor nerve)과 연관되어 있을뿐만아니라 내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위눈꺼풀올림근육과도 연결되어 있어 긴장하거나 놀라면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4번 뇌신경은 도르래신경 혹은 활차(trochlea)신경이라고 불리운다. 안구의 위빗근의 운동신경과 관련되어 있으며 안구를 안쪽이나 아래쪽으로 움직이는데 주로 인지적 태도 혹은 주의 집중과 관련된다. 6번 뇌신경은 갓돌림신경 혹은 외전(abducens)신경이라고 불리운다. 안구의 바깥쪽 곧은근의 운동신경과 관련되어 눈의 측면운동을 관할하는데 주로 주변 환경에 대한 태도나 행동 태도와 관련된다(Frohlich & France, 2011).

안구 근육을 조절하는 뇌신경계는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주의를 집중하는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의 의식은 여러 감각 기능 중에서도 특히 시각에 많이 의존한다. 의식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움직임인데, 우리의 움직임이 시각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이 자신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판단했을 때, 우리는 눈을 부릅뜨게 된다. 위협적인 존재에 대한 최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집중한다. 강한 의도를 지니게 되었을 때 안구근육은 긴장하게 된다. 나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항상 내 바깥에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의 주변환경을 긴장해서 두리번거리게 된다. 

명상을 할 때 눈을 감거나 같은 곳을 지긋이 계속 응시하는 것은 단순히 시각 정보를 제한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안구의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뇌신경계의 긴장을 이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안구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함이다. 안구 근육을 이완하고 안정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시선의 방향을 내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 내 주변의 외부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의 방향을 180도 바꿔서 나의 내면을 돌이켜보는 것이다. 나의 주의(attention)의 방향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면 안구근육들은 급속히 이완되고 안정화된다. 위협 요소는 항상 외부에 있으며 나의 내면에는 위협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내면으로 주의를 돌리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내 몸 내부에서 전해지는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내장의 느낌이나 심장박동에 주의를 집중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내부감각훈련이다. 또는 턱이나 목 어깨 허리 등 몸의 근육이나 관절이 전해주는 느낌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고유감각훈련이다. 그리고 내부감각과 고유감각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훈련이 호흡훈련이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의 흐름 등에 집중하는 자기참조과정 역시 나의 주의를 나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안구 근육을 이완시키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규칙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안구를 좌우로 움직여주는 것이다. 안구를 좌우로 규칙적으로 움직여 주는 것은 편도체를 안정화시킴으로써 불안감을 순간적인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환자에게 손가락 끝을 집중해서 바라보라고 하면서 손가락을 좌우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면 된다. 또는 컴퓨터나 TV 모니터에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 사이를 좌우로 이동하는 이미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샤피로에 의해서 소개된 EMDR 치료는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많다. 실제로 EMDR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고 권위있는 대학병원 정신의학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면서도 여전히 혼란과 논란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이 훈련법을 "발견"한 샤피로 자신 조차 EMDR이 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샤피로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이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이라는 이름 자체가 혼동을 주어 왔다(Shapiro, 2002).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하자면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가 된다. 안구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이니만큼 "Eye Movement"는 맞다. 그러나 "민감소실" 혹은 "둔감화(desensitization)" 라는 개념은 좀 생경맞다. EMDR이 주로 처방되는 PTSD,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의 증세는 과도한 "민감성"과는 별 관련이 없다. 물론 특정한 정보나 자극에 대한 지나치게 예민하기 때문에 불안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불안장애의 일반적인 원인을 "민감성"에서 찾는 것은 곤란하다. 게다가 안구 운동을 통해 민감성이 어떻게 "둔감화"될 수 있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재처리 (reprocessing)"라는 개념에 있다. 이러한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샤피로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들이 전통적으로 불안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처리(process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처리"는 정보에 관한 용어이고, "재처리"라는 것은 안구운동을 통해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정보"란 나쁜 기억을 의미한다. PTSD든 공황장애든 아니면 어떤 불안장애든 근본 원인은 나쁜 기억에 있는 것이고, "기억"의 본질은 "정보"이므로 그러한 정보로서의 나쁜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처리"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불안장애를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쁜 기억 중심으로 정보가 처리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니 그러한 정보 처리의 방식을 바꿔준다는 의미다. EMDR은 결국 안구운동을 통해서 부정적 기억을 일반적 기억으로 "재처리"해주겠다는 뜻이다. 

샤피로는 이처럼 당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PTSD나 불안장애가 기억이라는 정보처리과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았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과도하게 나쁜 기억을 처리함으로써 부정적 정서를 유발시키는 것이 문제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샤피로는 EMDR이 적응정보처리(adaptive information processing)이론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하면서 환자의 새로운 정보처리 방식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주장했다(Shapiro, 1989; 1995).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불안장애를 "기억"이라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PTSD,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넓은 의미에서의 정서조절 장애의 근본 원인이 "나쁜 기억"에 있다고 보아 왔음을 시사한다. 저장된 나쁜 기억이 부정적 정서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 굳게 믿은 나머지 안구운동이 불안 장애를 급속히 완화시켜주는 것 역시 나쁜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처리했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믿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일종의 민속심리학(folk psychology)와도 같다. 우리가 현대 뇌과학의 성과에 바탕을 둔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 이론, 배럿의 감정구성이론, 다마지오의 신체가설지표 등을 통해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부정적 정서는 신체의 각 기관으로부터 끊임없이 올라오는 내부감각자료에 대한 해석과 추론의 결과로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한 해석과 추론의 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불안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서조절 장애의 원인이다. 다시 말해서 부정적 감정은 알로스태시스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불균형의 상태에 대한 내부감각자료를 기반으로 의식이 해석해 낸 결과다. 

몸에서 비롯되는 것이 감정이다. 설령 나쁜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부정적 정서가 유발되는 경우라할지라도 일단 그러한 기억이 특정한 패턴의 과도한 신체 변화를 가져오고 그러한 신체 반응의 결과 부정적 정서가 유발되는 것이다. 또는 신체가 기억하는 부정적 정서의 패턴이 그와 관련된 나쁜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불안감은 어떤 "생각이나 기억"에 의해서 촉발된다기 보다는 이미 촉발된 불안감이 특정한 기억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아야 한다. 감정의 원인은 "생각이나 기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있다. 생각이나 기억이 감정유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신체 반응과 내부감각에 의해 유발된 부정적 정서가 관련된 기억이나 생각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것이다. 

샤피로가 EMDR을 처음 "발견"한 것은 1980년대다. MRI 기술이 막 도입되기 시작했던 때이고 아직 fMRI 등의 활발한 뇌영상 연구가 시작되기 이전이다. 이론적으로도 뇌의 기본적인 작동방식을 설명하는 능동적 추론이나 예측오류의 개념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시절이다. 샤피로는 수평적 안구운동이 왜 나쁜 기억이라는 정보를 재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EMDR이 그동안 많은 혼란을 야기해온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분명 효과는 있는데 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개발자 자신이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한 불안감이 공황장애 등이 엄습할 때 안구 움직임 운동을 시키면 환자에게 즉각적인 정서 안정의 효과가 있음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과는 달리 PTSD와 관련해서는 효과있는 약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안구움직임 훈련은 다양한 종류의 불안장애 뿐만아니라 만성통증 수면장애 집중력 향상 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러한 안구운동을 체계화해서 샤피로가 "둔감화 재처리"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소개했던 것이다. 

보통 EMDR 처방은 안구를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운동을 중심으로 눈동자를 계속해서 움직이는 훈련을 매일 한시간 혹은 90분씩 일주일 혹은 수주일 동안 반복해서 시킨다. 물론 음향이나 손의 움직임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안구운동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피로는 물론이고 그 후에 나온 대부분의 EMDR 관련 문헌들이 안구운동과 관련된 근육들이나 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뇌신경계를 전혀 언급조차 안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눈동자 근육이나 뇌신경 등은 "몸"의 문제이고 트라우마나 불안은 "마음"의 문제, 혹은 뇌의 "정보처리 네트워크"의 문제이므로 서로 상관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소매틱 움직임 처방이 PTSD나 불안장애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감정은 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MDR도 마찬가지다. 눈동자를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특정한 눈동자 근육과 뇌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그것이 직접적으로 부정적 정서의 원인이 되는 신체반응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EMDR은 안구 운동을 통해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 훈련이라 할 수 있다. 교근, 얼굴표정근, 혀근육, 흉쇄유돌근이나 승모근, 복근, 횡경막 등 뇌신경계와 관련된 신체부위들을 이완시키면 즉각적인 정서안정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3번, 4번, 6번 뇌신경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안구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은 불안감 완화에 큰 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안구근육을 의도적으로 이완시키는 느낌을 갖기 쉽지 않으므로 눈동자를 좌우로 크게 규칙적으로 움직임으로써 경직되어 있는 안구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EMDR의 핵심이다.  

EMDR은 안구근육의 이완에 집중하는 일종의 소매틱 훈련이다. 따라서 EMDR과 다른 신체부위와의 움직임을 결합한 소매틱 훈련은 더욱 더 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EMDR과 일정한 신체 움직임을 통합시킨 감각-운동집중(Sensorimotor-Focused) EMDR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고(O’Malley, 2018),  소매틱 움직임 처방으로서 EMDR 치료를 개념화하려는 시도도 있다(Schwartz & Maiberger, 2018). EMDR을 통해서 3,4,6번 뇌신경과 연관된 안구근육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다른 뇌신경계와 연관된 신체부위도 이완시켜준다면 분명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앞으로 내가 연구할 주제 중의 하나가 규칙적인 좌우 움직임과 EMDR 요소를 통합한 움직임이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다양한 불안장애증상을 완화시킨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수천년의 전통을 지닌 고대운동 중에는 EMDR 훈련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운동들이 의외로 많다. 인도 요기들이 하던 메이스벨(가다)나 페르시아 전사들이 하던 페르시안 밀이 대표적이다. 등 뒤에서 일어나는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한 진자운동을 시각이 아니라 고유감각으로 느끼면서 규칙적인 좌우 안구 움직임과 그에 따른 전신 운동이 결합된 것이 이러한 고대진자운동들의 공통된 특성이다. 이러한 운동은 기본적으로 고유수용감각을 향상시켜주면서 동시에 EMDR의 요소를 지녔다는 점에서 마음근력 강화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몸의 단련을 통해 마음을 수련한다는 전통적인 운동법들은 마음근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신과 의사, 타이치, 소매틱 움직임, 고대진자운동 전문가들과 함께 구성한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의 동작 중에는 오른발을 내딛어 체중을 옮기면서 동시에 왼손을 들면서 왼쪽을 보고 반대로 왼발을 내딛어 체중을 옮기면서 동시에 오른손을 들면서 오른손을 보는 것 등이 있다. 또한 페르시안 밀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펜듈러를 이용한 진자운동 움직임도 있는데 이 역시 좌우체중이동, 좌우로 몸통 돌리기,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들면서 좌우 번갈아 바라보기 등의 동작이 통합되어 있다. 이러한 것이 전형적인 바마움의 동작들이며 이는 모두 내부감각과 고유감각 훈련임과 동시에 SF-EMDR의 요소를 지닌 것들이다.  

EMDR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눈의 움직임이든 몸의 움직임이든 모두 반복적인 리듬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드럼 연주나 댄스 등 리듬을 이용한 움직임은 불안증세나 트라우마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아니라 파킨슨씨 병이나 실어증도 치료할 수 있다(Russ et al., 2007). 리듬은 뇌의 기저핵(basal ganglia)의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편도체 안정화를 급속히 안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 박자에 맞추어서 리듬에 따라 함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여 보상체계를 활성화시켜주어 커다란 즐거움을 주게 되고, 소속감을 높여주어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고, 몸과 마음에도 활력을 주게 되어 부정적 정서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 프로그램의 펜듈러 운동은 진자운동의 리듬에 맞추어서 체중과 시선을 좌우로 반복적으로 이동하게 할 뿐만아니라 여러명이 함께 비트가 강한 음악에 맞추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매우 포괄적이고도 강력한 효과를 지닌 SF-EMDR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얼굴 표정 근육(7번), 입속 근육(9번), 혀 근육 (12번)

7번 뇌신경은 혀 앞쪽의 미각 신경과 눈물샘이나 혀밑샘과도 연결되어있지만 주로 표정을 드러내는 얼굴 근육과 연결되어 있다. 얼굴표정근육 역시 뇌신경계와 연결된 다른 근육들(교근, 흉쇄유돌근, 승모근, 혀근육, 안구근육 등)과 마찬가지로 감정 유발이나 감정 인지와 직결되어 있는 신체부위다. 이것이 감정이 얼굴 표정에 드러나는 이유다. 화가 나서 얼굴을 찌푸린다기보다는 스스로 얼굴 표정이 찌푸려졌다는 것을 인지함으로써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인지하게된다. 이러한 이유로 얼굴표정 근육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일정한 감정유발도 가능해진다. 찌푸린 표정을 지으면 부정적 정서가 강화되고 반대로 환한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양쪽 입끝을 벌림으로써 웃음관련 근육을 활성화시키면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고 반대로 입술을 오므려서 웃음관련 근육을 수축시키면 면 부정적 정서가 유발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Strack, Martin & Stepper, 1988). 

사실 감정은 얼굴표정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교근, 흉쇄유돌근, 승모근, 혀근육, 안구근육 등은 물론 이와 관련된 많은 근육들이 감정을 유발시키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종의 표정 근육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감정 표현은 얼굴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통해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태도나 자세는 물론 발걸음 등 움직임의 패턴 역시 일종의 "표정"인 것이다. 

9번 뇌신경은 혀 뒤쪽의 미각 신경이나 인두의 감각신경과도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인두나 입속 근육과도 연결되어 있다. 12번은 혀밑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운동성 신경으로 혀뿌리의 운동을 담당한다. 긴장하게되면 혀가 굳어지는 이유다. 얼굴 표정근육과 함께 입속이나 혀근육을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것은 감정조절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미주신경 (10번)

10번 뇌신경인 미주신경은 가장 길고 넓게 퍼져있는 신경망이다. 뇌줄기의 아랫부분인 연수에서 시작하여 목, 폐, 심장, 위, 장 등 여러 내장기관과 연결되어 있다. 주로 부교감신경계와 연관되어 혈압을 낮추고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며 호흡을 안정화시키고 소화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몸에서 뇌로 올라가는 몸의 변화에 관한 전체 감각정보 중 무려 90% 정도가 미주신경을 통해서 처리된다. 미주신경이야말로 알로스태시스에 따른 내부감각의 전달자이며 따라서 감정유발과 감정인지과정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이다. 미주신경을 통해서 전달되는 내부감각은 감정뿐만아니라 인지과정 전반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Paciorek & Skora, 2020). 미주신경은 심지어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Colzato, Sellaro & Beste, 2017). 타인의 분노나 두려움 등의 부정적 정서에 관한 신호들은 나의 몸에 일정한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것이 미주신경을 통해서 내부감각자료로서 나의 대뇌에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내면소통 훈련과 관련하여 미주신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주신경이 내장과 심장을 비롯한 여러 신체기관의 내부감각 신호를 대뇌에 전달함으로써 인지와 정서 반응 전반에 걸쳐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미주신경을 통해 장으로부터 올라오는 내부감각은 특정한 목표지향적 행위를 억제시키거나 회피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Maniscalco & Rinaman, 2018). 어떤 일을 하려는데 왠지 찝찝하고 내키지 않는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를 만나고 난 후 왠지 껄끄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찜찜한 기분이 든 적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봐도 구체적인 원인은 떠오르지 않지만 "왠지" 꺼림칙한 기분을 느낄 때 우리는 그저 직관(gut feeling)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장이 미주신경을 통해서 올려보내는 경고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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