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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환 Aug 18. 2021

내부감각훈련과 명상 (5/7)

몸과의 내면소통


명상 수행에서 똑바로 앉는 것이 중요한 이유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전통에 따라 명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가 있다. 명상은 운동에 비유할 수 있다. 육상 종목도 있고, 물에서 하는 수영, 다이빙, 수구 등 워터 스포츠도 있으며, 축구 야구 골프 등 여러가지 구기종목도 있고, 무거운 무게를 드는 근력 운동도 있고, 무술이나 격투기 등도 있고, 요가 등의 장력운동도 있다. 명상이 무엇이냐,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하고 묻는 것은 마치 운동이 무엇이고 운동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답하기 곤란할 정도로 명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앉아서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워서 하거나 서서하는 명상도 있고 걷기 명상, 달리기 명상, 물속에서 하는 일종의 수영 명상도 있다. 타이치나 기공 혹은 쿤달리니 요가나 수피 댄스 등은 움직이면서 하는 명상이다. 운동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듯이, 명상 역시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명상에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거의 모든 형태의 명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허리를 곧게 펴고 경추 1번 위에 머리를 잘 올려놓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똑바로 앉거나 서는 것이 핵심이다. 두개골과 직접 연결되는 부위는 경추 1번인데, 무거운 머리의 무게를 온통 받아낸다. 그래서 경추 1번은 아틀라스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경추 1번과 두개골이 직접 맞닿아있는 부위는 대단히 좁다. 머리는 그야말로 겨우 경추 1번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져 있는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두개골과 목, 어깨 등 몸통을 연결하는 많은 근육들은 늘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특히 뇌신경계를 통해 뇌와 직접 연결되는 승모근, 흉쇄유돌근, 교근 등의 긴장은 곧바로 뇌에 부정적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정적 정서나 스트레스가 목과 어깨 부위 근육에 전반적인 긴장을 가져오고 통증을 유발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Lundberg et al., 1999). 

편도체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부위들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머리가 목뼈 위에 똑바로 잘 얹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뇌신경계와 관련된 부위들의 긴장이 전반적으로 완화될 수 있고, 나아가 부정적 정서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명상의 기본 자세인 "똑바로 앉아서 어깨를 내려뜨리고, 목과 얼굴과 눈의 긴장을 이완시키면서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기"는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편도체 안정화와 뇌신경계

명상 훈련이 어떻게 편도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뇌신경계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편도체의 활성화에 따른 신체변화와 뇌신경계는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몸 대부분의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은 두뇌로부터 척수를 지나 온 몸으로 퍼져 있는 척수신경계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반면에 머리와 목 내장기관 등 특정한 신체 부위들은 척수를 거치지 않고 뇌의 밑부분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뇌신경계(cranial nerve system)다. 특히 편도체나 대상피질 뇌줄기 등 자율신경계와 감정 작용과 관련이 깊은 뇌 부위와 특정한 신체 부위를 직접 연결한다. 

뇌신경은 뇌와 척수가 연결되는 뇌줄기에서 시작되는데 이곳은 주로 자율신경계나 기본적인 생명작용을 관할하는 부위이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 작용은 주로 대뇌 피질에 기반한다. 대부분의 기억이나 감각 및 운동신경이 분포되어 있어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이고, 기억하는 것은 모두 대뇌피질 담당이다. 그 아래에 감정과 보상체계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자리잡고 있다. 변연계의 핵심 중 하나가 편도체다. 변연계 아래 뇌의 가장 저변을 이루는 것이 바로 뇌줄기 혹은 뇌간(brain stem)이다.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이 만나는 부위라 할 수 있다. 뇌줄기는 다시 간뇌(diencephalon), 중뇌(midbrain), 교뇌(pons), 연수(medulla) 등으로 나뉜다. 뇌신경은 모두 뇌줄기에서 시작해서 신체의 특정한 부분들과 연결되어 있다. 

맨 아랫부분인 연수(medulla)는 숨골이라고도 하는데 호흡, 심박, 혈압, 소화등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관할한다. 연수에서 시작하는 뇌신경은 9, 10, 11, 12번이다.

연수 위에는 교뇌(pons)가 있는데 소뇌와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수면 및 호흡의 리듬 등을 제어한다. 뇌신경 5, 6, 7, 8번이 교뇌에서 시작된다. 

교뇌 위에는 중뇌(midbrain)가 있다. 청각과 시각 뿐만아니라 의도에 따른 움직임을 제어한다. 청각과 시각은 모두 수의운동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의도를 지닌 행위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동기부여의 원천이 도파민이다. 흔히 보상체계의 핵심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4개의 도파민 신경회로 중 3개가 중뇌에 있다. 이 안에 있는 흑질에서 도파민이 생성된다. 도파민은 우리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보상이나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여 "동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사실 "동기"는 곧 특정한 행위나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흑질에서 도파민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근육조절능력이 저하되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것이 파킨슨씨 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자가 강한 음악을 들을 때에도 뇌는 도파민을 분출한다는 것이다.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출되어서 신이 나고 흥이나게 된다. 이 때 온 몸이 들썩들썩 둠칫둠칫 움직이게 되는 이유도 도파민이 강하게 분출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때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으면 힘든지 모르고 더 강한 힘을 낼 수도 있고 지치지않고 유산소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짐에서 괜히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파킨슨씨 병 환자에게 젊었을 때 즐겨듣던 비트가 강한 락음악을 들려주면 순간적으로 움직임 능력이 정상으로 회복되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강한 비트의 음악이 도파민을 분출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이 끝나자마자 다시 움직임의 능력이 제한되면서 환자모드로 돌아간다. 뇌신경 1, 2, 3, 4번이 중뇌에서 시작된다. 

중뇌 위에는 간뇌 혹은 사이뇌(diencephalon)가 있는데 시상(thalamus)과 시상하부로 이루어져 있다. 시상은 의식으로 가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후각을 제외한 여러 감각 기관으로부터 올라온 정보는 시상을 거쳐서 대뇌 피질로 전달되어 우리의 의식에 떠오르게 된다. 후각만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에 전달된다. 각성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상향망상활성계의 40Hz 신호는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 전체로 전달된다(Urbano et al., 2012). 

시상 바로 아래 부분이 시상하부(hypothalamus)인데 자율신경계의 중추이자 스트레스 반응센터라 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는 동공확대, 타액감소, 호흡 증가, 심박 증가, 소화기능 저하, 방광 축소 등의 작용을 하는 교감신경과 이와는 반대로  동공축소, 정상타액, 안정기 호흡, 안정기 심박, 소화기능 촉진, 방광 이완 등의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교대로 작동하면서 우리 몸의 균형을 이룬다. 뿐만아니라 시상하부는 체온조절, 식욕 관련 호르몬의 분비와 억제에 따른 식욕 조절, 갈증 유발을 통한 체내 수분 조절, 수면과 각성 상태의 조절, 각종 호르몬의 분비와 억제에 따른 균형 조절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시상하부는 내장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도록 신경망을 통해 직접 영향을 미칠수도 있고 내분비선을 자극을 통해 호르몬으로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수, 교뇌, 중뇌, 시상, 시상하부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의도나 의식 차원에 떠오르지 않는 기능들이다. 대뇌피질 저 아래에 자리잡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의식이 인지할 수 없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몸과 의식을 연결시켜주는 부위다. 그러나 이 부위들은 감정의 유발이나 인지와 깊은 관련은 갖는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그 신호는 뇌줄기의 여러 부위와 연결된 뇌신경계를 통해서 몸의 각부위로 전달되고 시상하부와 내분비선을 통해서는 호르몬을 통해 간접적으로 몸의 여러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신체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는 대부분의 신호가 뇌신경계를 거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율신경계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미주 신경 역시 뇌신경 중 하나다. 뇌신경들은 대부분 뇌줄기의 다양한 부위에서 여기서 시작되어 몸의 특정한 부위와 연결된다.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쉽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편도체가 활성화함으로써 발생한 신호들은 뇌신경계를 거쳐서 우리 몸에 전달되어 몸을 변화시키고 그렇게 변화된 몸의 상태에 대한 신호들은 다시 대체로 뇌신경계를 통해서 시상을 거쳐 대뇌로 전달된다. 뇌신경계를 감정이라는 작용을 통해 의식과 몸을 연결시켜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신경계를 거쳐서 올라오는 다양한 몸의 신호들 즉 내부감각자료들은 대뇌피질의 내부모델에 의해서 특정한 감정으로 능동적 추론을 통해 "해석"된다(Barrett, 2017). 만성 통증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내부감각자료에 대한 추론을 통해 해석된 결과다. 


출처: 우리말 의학용어 사전 (https://medicalterms.tistory.com/455)


뇌신경계는 좌우 뇌에서 모두 12쌍이 뻗어나와 있으며 몸의 특정한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는 뇌신경계 중에서 후각(1번), 시각(2번), 청각 (8번)과 관련된 것은 감각성 신경으로 우리가 의도를 갖고 조절하거나 훈련하기가 곤란하다. 이 세가지 뇌신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뇌신경계는 운동성 혹은 혼합성 신경으로 상대적으로 우리가 쉽게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부위다. 

3번(눈돌림 근육), 4번(눈돌림 근육 중 윗쪽 빗근), 6번(눈돌림 근육 중 바깥쪽 곧은근)은 모두 안구의 움직임과 관련된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운동성 신경이다. 11번도 목과 어깨에 걸쳐져 있는 근육인 흉쇄유돌근(SCM)과 승모근(trapezius)과 연결되어 있는 운동성 신경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목이 뻣뻣해지고 승모근 수축으로 인해 어깨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부정적 정서를 지닌 사람들의 전형적인 자세다. 12번 역시 운동성 신경인데 혀밑 근육과 연결되어 있다. 불안해지거나 분노에 휩싸이면 혀가 굳어지는 이유다. 

나머지 뇌신경들은 모두 혼합성으로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혼합되어 있다. 주로 운동신경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5번은 깨물근(교근)이라고도 불리우는 턱근육과 관련되어 있다.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저절로 이를 악물게 되는 이유다. 7번은 표정을 담당하는 얼굴 근육과 연결되어 있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이유다. 9번은 주로 입속의 근육과 연결되어 있다. 10번은 미주신경인데 주로 내장, 심장, 호흡기관 등을 포함하여 많은 내장기관과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뇌신경계와 연결된 이러한 부위들이 긴장하게 되고 이러한 긴장이 뇌에 전달되어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뇌신경계와 연결된 이러한 부위들의 긴장이 곧 부정적 정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조절 능력 향상을 통해 마음근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운동성-혼합성 뇌신경계와 관련된 부위들의 긴장 완화가 매우 중요하다. 내면소통 명상 중 뇌신경계 명상은 이러한 부위에 긴장을 풀고 좋은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부정적 정서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뇌신경계를 이완시키기 위한 명상의 기본 자세

뇌신경계를 이완시키는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명상의 기본 자세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전통적인 명상은 주로 앉거나 서서 한다. 물론 내 몸이 전해주는 여러 감각신호들을 알아차리는 바디스캔 명상은 누워서 할 수도 있다. 걷기나 달리기, 수영, 타이치, 기공, 진자운동, 요가 등 여러가지 움직임 기반 명상은 다양한 동작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명상이든 기본 자세는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척추를 곧게 일직선으로 펴는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명상의 기본자세들은 뇌신경계의 이완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방석 위에 올바르게 앉는 법

가부좌를 하던 반가부좌를 하던 아니면 두 발 날이 모두 바닥에 닿던 상관이 없다. 가장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자세를 선택합니다. 명상은 편안함과 고요함을 내 몸과 마음에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앉는 자세가 처음부터 고통스럽다면 명상은 제대로 되기 힘들다. 명상을 통해서 깊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도록 해야지 고통을 참는 인내심을 발휘하려 해서는 안된다. 

좌골(앉을 때 느껴지는 엉덩이 뼈 두개) 바로 밑에 두툼한 방석을 하나 더 포개서 엉덩이 위치가 두 무릎보다 약간 더 높은 위치에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편안하게 오래 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무릎과 종아리와 장딴지의 바깥쪽 측면이 바닥에 최대한 닿도록 한다. 두 무릎과 꼬리뼈가 정삼각형을 이루고 머리는 꼬리뼈 바로 위나 그보다 조금 앞 쪽에 오게 하고서는 조금씩 머리를 앞뒤 좌우로 움직여서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긴장을 풀 수 있는 머리의 위치를 찾아간다. 사람마다 다리 두께나 허리, 골반, 고관절, 무릎관절 등의 유연성과 가동범위에 따라 편안한 자세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최대한 편안하게 오래 앉을 수 있는 자세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노력한다.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곧게 허리를 편다. 그 상태에서 최대한 온몸의 긴장을 푼다. 긴장을 푼다고 해서 자세가 무너지거나 해서는 안된다.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는 일직선 상에 놓이도록 한 상태에서 어깨, 목, 가슴, 배 등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다. 

손은 무릎 위에 편안하게 얹어 놓는다.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도록 놓고 서서히 안쪽으로 돌리면서 어깨와 팔에 어떠한 느낌이 전해지는가를 느껴보면서 최대한 긴장이 풀어지는 편안한 위치를 찾아가도록 한다. 보통 손바닥이 천정을 향하는 위치가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어깨와 목의 긴장도에 따라 손날이 무릎에 닿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고, 드물지만 손등이 천정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더 편한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손을 양쪽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명상을 시작한다. 명상을 지속해 나감에 따라 편안하게 느껴지는 손의 위치 역시 조금씩 달라질 수 도 있다. 그밖에 왼손을 펴서 손날이 아랫배에 오도록 하고 오른손을 펴서 그 위에 올려 놓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첫째 마디 바깥쪽이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 맨 아래 마디의 안쪽에 닿도록 하고 두 엄지손가락이 끝이 맞닿도록 해서 앞에서 보기에 타원을 이루도록 한다. 손의 위치를 바꿔서 오른손이 아래로 가고 그 위에 왼손을 올려 놓아도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왼손을 가슴 한가운데에 올려놓고 오른손을 아랫배에 놓을 수도 있다. 

아래턱은 바닥과 평행을 이루도록 턱을 약간 당긴다. 눈은 떠도 좋고 감아도 좋다. 졸리면 눈을 뜬다. 눈을 뜨는 경우에도 절반이나 4분1 정도만 뜨고 한곳을 고요히 응시하면서 시선을 고정시킨다.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면 안된다. 대략 2미터 앞 정도의 바닥 한 곳만을 계속 바라본다. 졸음이 오지 않는다면 눈을 감았다가 다시 졸음이 오면 눈을 뜨는 식으로 하는 것도 좋다.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긴장을 푼다.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균형을 잘 잡아서 목과 어깨와 허리와 가슴과 배의 긴장을 계속 풀어간다.


의자에 올바르게 앉는 법

명상은 꼭 바닥에 방석을 펴고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의자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의자에 앉을 때에도 중요한 것은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가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곧게 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 의자 등받이에 등이 닿지 않도록 의자 앞 쪽에 걸터앉듯이 앉는 것이 좋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 척추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고 자연히 목과 어깨에 긴장이 유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방석에 앉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엉덩이 뼈가 의자 바닥에 닿아 있는 것을 느끼도록 한다. 두 발은 가지런히 해서 무릎 바로 밑에 발목이 놓이도록 하면서 바닥에 닿아 있는 두 발바닥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앉는다. 손바닥은 방석에 앉을 때와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다리 위에 올려 놓는다. 그 밖에 다른 모든 것은 방석에 앉을 때와 마찬가지다. 


올바르게 서는 법

서서하는 명상은 앉아서 하는 것 이상으로 집중도 잘되고 명상의 효과도 좋다. 서서하는 명상의 핵심 역시 꼬리뼈부터 정수리를 연결하는 가상의 수직선을 곧고 길게 세우는 것이다. 

우선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선다. 나중에 점차 익숙해지면 발 넓이는 더 넓게 벌려도 좋다. 처음에는 되도록 양발은 발끝이 정면을 향하도록 일자로 놓는다. 무릎에 혹시 불편함이 느껴지면 발 앞쪽을 약간 바깥쪽으로 벌려도 좋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두번째 발가락의 방향과 무릎의 방향을 일치시키도록 한다. 

발바닥 전체에 고루 체중이 실리는 느낌으로 선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에는 발뒤꿈치에 체중이 더 실리도록 했다가 발가락쪽으로 무게를 천천히 앞쪽으로 옮기고, 다시 발뒤꿈치로 체중을 이동하는 것을 반복해본다. 상체나 하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체중만 천천히 발 앞쪽과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점차 체중이 발바닥 전체 고르게 분산되는 균형점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내 몸이 나에게 주는 여러가지 고유감각정보에 집중하는 훈련이며 내 몸이 나에게 주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훈련이다.    

체중이 발바닥 전체에 고르게 잘 실린 다음에는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다리의 긴장을 푼다. 이 때, 발목과 무릎이 하나의 수직선상에 놓인다는 느낌을 유지한다. 실제로는 무릎이 발목보다는 살짝 앞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스스로 느끼기에 발목 바로 위쪽에 무릎이 놓인다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무릎을 살짝 굽힌다. 엉덩이가 살짝 뒤로 빠지면서 마치 보이지 않는 의자에 걸터앉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꼬리뼈가 내 발뒤꿈치보다 조금 더 뒤 쪽의 땅을 향해서 수직으로 내려가고, 그 수직선을 따라 정수리는 높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면 된다. 이때 배와 가슴과 엉덩이 등 몸 전체의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가 약간 뒤로 걸터 앉듯이 빠지므로 체중이 약간 뒤로 쏠려서 발뒤꿈치에 체중이 더 많이 실리게 되면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어깨에 긴장이 들어가서는 안되고 어깨를 툭 떨어뜨린 채로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팔에도 힘을 빼야하므로 팔꿈치는 자연히 손의 높이보다는 약간 아래쪽으로 쳐지게 된다. 팔도 완전히 펴는 것은 아니고 커다란 타원을 그린다는 느낌으로 손을 든다. 커다란 나무 줄기를 감싸 앉는 듯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손바닥은 위를 향해도 좋고, 바깥쪽을 향해도 좋지만 보통은 가슴쪽을 향하도록 한다. 손-팔-어깨-등을 연결하는 하나의 커다란 타원형의 형태를 상상하면서, 자세는 견고하게 하되 온 몸의 긴장은 푼다. 손에도 힘을 빼도 손가락은 가볍게 쭉 편다. 손의 높이는 가슴쪽 정도를 유지하되 어깨나 상완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면 배나 아랫배 쯤으로 조금 낮춰도 된다. 가장 집중이 잘되는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한다.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면서 하체에도 점차 힘을 빼되 발바닥으로부터 땅 속 깊이 뿌리가 내려 견고하게 서있다는 느낌을 찾아간다. 허벅지 근육에 힘을 줘서 버티고 서 있다는 느낌을 버리고 다리 근육의 긴장을 다 풀어도 내 몸의 골격의 기본적인 구조가 균형을 이루어서 근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뼈대 자체가 스스로 서 있다는 느낌을 찾아가도록 한다. 견고하되 근육에는 긴장이 들어가지 않아 온 몸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을 점차 들기 시작한다면 제대로 선 것이다. 처음에는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여기저기 근육이 긴장될 수 밖에 없겠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조금씩 훈련한다면 곧 복부의 긴장이 완전히 풀어서 내장 전체의 무게가 골반을 통해 발바닥에 그대로 다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뇌신경계와 관련된 많은 부위들이 이완되고 편도체는 안정화된다. 이 때 찾아오는 편안함과 고요함을 천천히 즐기시기 바란다. 


올바르게 눕는 법

누워서 하는 명상은 특히 잠들기 직전에 하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푹신한 침대나 소파에 눕는 것은 바닥과 닿아 있는 몸의 감각을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는 어느 정도 단단한 바닥에 눕는 것이 좋다. 눕기 명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해도 좋다. 

마루바닥이나 카페트 위 혹은 얇은 요가 매트 위에 똑바로 눕는다. 베개는 베지 않거나 2센티미터 내외의 낮은 베게를 베도록 한다. 수건을 두어번 접어서 사용하면 적당하다. 양팔은 몸통에서 한뼘 가량 떨어진 위치에 편안하게 놓는다. 일단 손바닥이 천정을 향하도록 한 후에, 천천히 조금씩 돌려보면서 어깨와 팔이 가장 편안하게 이완되는 위치를 찾아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손을 몸 통 옆에 놓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만세부르듯이 팔을 들어서 손을 머리 위쪽에 편안히 놓는다. 무릎을 펴고 있는 것이 불편한 경우에는 종아리 아래 쪽에 한뼘 정도 높이의 베개를 받쳐 놓아도 좋다. 

이제 긴장을 풀고 내 몸이 어떻게 누워있는가를 마음의 눈으로 천천히 관찰한다. 특히 내 몸이 바닥과 어떻게 닿아 있는가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지금 기분 내키는대로 하나의 색을 선택한다. 파란색도 좋고 노란색도 좋고 검은색이어도 좋다. 선택한 색의 잉크를 내 몸 전체에 잔뜩 바르고 커다란 하얀 종이 위에 누워있다고 상상해 본다. 그 때 어떠한 자국이 생길지를 상상해본다. 발뒤꿈치, 종아리 뒷편, 허벅지 일부와 엉덩이, 등, 뒤통수, 양 팔, 팔꿈치, 손 등 등등이 어떻게 지면에 닿아 있는지를 하나 하나 느껴본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온 몸의 긴장을 더 이완하면서 내 몸이 중력에 의해서 더 편안히 지면 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상상해 본다. 

내 몸은 지금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본다. 불편한 느낌이나 통증을 주는 곳은 없는지도 살펴본다. 나의 몸은 지금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들어본다. 우리 몸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강한 감정의 기억들이 의식 저 아래에 숨어있게 마련이다. 긴장을 풀면 몸에 새겨져 맺혀있던 감정의 기억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내 몸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어떤 느낌이나 감정들의 미묘한 움직임을 느껴본다. 우리 의식에 명료하게 떠오르지 않아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으로서만 전해지는 내부감각의 신호들은 반복적인 이완 훈련을 통해 보다 더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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