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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Lynnland Mar 24. 2019

직업을 바꾸고 싶어서 퇴사한 건데(2)

그동안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전 글에서 나는 총 세 개의 직업을 두고 고민했다.

 

콘텐츠 마케터 -> 개발자 -> 퍼포먼스 마케터


안될 이유들을 찾다 위 세 개의 직업을 모두 포기했고,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면지를 펼쳐두고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 직업으로 연결 지어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

여행

숙소(호텔&에어비앤비)

인테리어

화장품보단 소품

옷보단 가구

맛집보단 예쁜 장소

자연


이렇게 보니 나는 나 자신을 꾸미기보다 내가 속한 공간이 아름다운 게 더 행복한 사람이었다.

즉 나는 뷰티/패션 보다 여가생활/공간에 좀 더 관심을 두는 사람인 것이다.

특히 여행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두 카테고리에서 하나의 접점을 찾아냈다.


아이패드/아이펜슬 사고 싶어 지는 메모 퀄리티


바로 "숙박"


내가 좋아하는 두 분야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숙박업'이었다.

첫 직장이 숙박사업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일까?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좋지 않게 퇴사하긴 했지만 다시 숙박업에 발을 담그고 싶어 진 걸 보면 이 분야가 적성에 잘 맞긴 했나 보다.


당시 난 숙박업에 종사하며 다양한 업무를 맡았었다.

인테리어 시장조사 / 객실 스타일링 / 서비스 기획 / 객실 운영 및 청소 / 고객 응대 / 굿즈 제작 / 온라인 마케팅까지, 특히 객실 인테리어는 난생처음 도전해보는 분야였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려서 추후 인테리어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구부터 소품, 조명까지. 내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는 당시 객실.  지금 보니 촌스럽다!!ㅠㅠ


이처럼 실제로 숙박업의 A to Z를 경험한 이력이 있기에 숙박업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 경험이 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의 숙박업 관련 회사들은 한 분야에 특화된 탄탄한 경력직을 원했다.

나는 이것저것 다해보긴 했지만, 정작 어떤 한 분야를 맡기기에 애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채용 중인 분야가 있어도 내 경험으로는 부족했고. 3년도 아닌 2년의 경력은 경력직 명함도 못 내밀었다.


그렇다고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 수도 있지! 그래, 자기소개서는 쓰기 나름이야. 도전해보자!' 하고 두어군데 이력서를 넣었지만 좌절스럽게도 나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회사는 없었다.


숙박업이지만 담당업무가 너무 중구난방인가?

이후에 생뚱맞은 해외영업으로 이직해서 그런가?


나는 내 자신이 끝부분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손상된 머리카락 같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회인이 되려면 중구난방의 경력들을 싹둑 잘라내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내 심장을 콩닥이게 만드는 직업을 알게 된다.  


1. 숙박 큐레이터

숙박업계로의 이직이 힘들다는 걸 알았을 때 미련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그렇게 며칠간 숙박 관련된 회사와 직업을 조사하던 중에 숙박 큐레이팅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 좋은 숙소를 추천해주는 '숙박 큐레이터'라는 일을 알게 된 것이다.



스테이 폴리오 웹사이트. 이들은 4가지 포인트(독창성, 디자인, 마음가짐, 가격)를 기준으로 머물기 좋은 숙소를 큐레이팅 해주는 웹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말 매력적이다.

https://www.stayfolio.com


숙박 큐레이터가 되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숙소에 머무를 수 있고, 건축/공간/인테리어/디자인 등 다양한 미적 감각을 키울 수 도 있으며, 글도 계속 쓸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한동안 들떠서 남자 친구에게 '숙박 큐레이터'가 되면 좋은 점을 신나게 늘어놓았다.


그러나 또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숙박 큐레이터라는 명칭은 사실상 표현하기 나름인 거고, 실제로 이 일만으로 돈을 벌려면 수많은 경험과 안목이 쌓여야 가능하단 걸 알게됐다. 그 어떤 포트폴리오도 없는 내가 채용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내가 정 이 일이 하고 싶으면 일단 혼자 시작해보자 였다.

여행지에서 좋은 숙박업소에 머무르고, 이 숙박업소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충분히 혼자서도 도전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숙박업에서 벗어나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게 된다.


2. 인테리어 영업사원(한샘 리하우스 디자이너, 일룸 리빙 디자이너)

첫 직장에서 나는 인테리어 세계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텅 빈 공간이 내가 선택한 마감재, 가구, 소품, 조명 등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과정이 정말 놀랍도록 멋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나에게 '넘사벽'과 같은 분야였다.

건축에 대한 무지함, 공간감각 없음,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램 없음, 무엇보다 엄청난 공부가 필요한 일.

 -> 다음 생에서 도전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직할 때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분야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샘과 일룸에서 인테리어 영업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샘이야 이쪽 업계 1위이고, 일룸은 퍼시스 계열의 가구 브랜드이니 두 회사 모두 경쟁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인테리어에 무지한 사람도 이들의 빡센 교육을 거치면 모두 전문가로 거듭난다기에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날로 나는 한샘에 이력서를 써서 제출했고 이후 일룸 채용설명회에도 참석했다.

숙박업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이야기를 그럭저럭 잘 풀어냈는지 한샘에서 서류합격 통보를 했고,

신기하게도 면접도 잘 봤는지 덜컥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었다.  


퇴사 후 첫 합격이었다.


기쁨도 잠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그 주에 일룸이 서류 접수를 시작하면서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한샘은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일룸은 가구와 스타일링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만약 한샘을 포기하고 일룸을 선택한다면 일룸에서 최종 합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주 주말에 강남에 위치한 두 회사의 쇼룸에 방문했다.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내가 어떤 회사와 더 맞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를 모두 둘러본 결과 생각지도 못한 결론에 이르렀다.


'두 회사 모두 포기한다.'는 결론.

 

직원들을 보니 내가 이 업계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인테리어와 영업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직원들의 노력을 쉽게 생각한 것이다. 나는 그들만큼 열심히 할 자신이 없었다.

또 두 회사의 업무 스타일이 정말 극과 극이라 더욱이 어느 한쪽을 정하지 못했던 이유도 한 몫했다.


난 요행만 바란 한심한 사람이었다.



다시 원점

다시 원점.

취준이 원래 이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동안 너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인가?

하나를 도전했다가 포기하면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리는 상황이 미치도록 싫었다.

변명으로 똘똘 뭉치는 하루가 계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위험한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기존의 업계로 돌아가는 것.

어차피 그 어디에서도 날 받아주지 않으니, 하던 일이나 다시 하자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구인 사이트 검색창에 '해외영업', '의류 벤더'와 같은 검색어를 치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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