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면접을 봤다
6월은 면접의 달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총 네 번의 면접을 2주 동안 본 것이니까 '면접의 달'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외국에 있는 HR분과의 Pre-Interview까지 포함하면 총 세 개회사, 다섯 번의 면접 세션을 가졌다. 중간중간 영어 질문들이 섞여 있는 한국어 면접이 세 번, 외국인(채용됐다면 Boss가 되었을 분)과 영어로 진행하는 면접은 한 번이었다.
면접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다('Harsh'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한 주에 두 번씩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내가 이 말을 여기서 했던가?' 헷갈리기도 하고, 면접 후에는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참 공격을 많이 받았으니까.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퇴사 사유'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졌다. 퇴사를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6개월째가 되어서야 일자리를 찾고 지원을 하기 시작했더니, 그 공백에 대해 특히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공백 없이 다음 자리를 구하고 퇴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단 퇴사를 한 것은 '보통의 경우에서 벗어나니까'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시 분도 계셨다(그리고 나는 이전에도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으니 더욱이 이상한 경우로 보여졌나보다).
급기야는 "다음에는 아무 대책 없이 퇴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저를 설득해 보세요"라는 요청도 받았다. 턴오버가 높은 팀에서 혼자 남아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인수인계도 똑바로 하고 나왔건만 7년 넘게 일하고 한 템포 쉬고 가려고 했던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던가 싶은 순간이었다(그렇다고 회사가 나를 책임져줄 것도 아닌데...).
결국 6월이 끝난 지금, 이직없이 퇴사를 하는 것에 대한 설득 요청을 받은 곳은 3차 면접을 앞두고 탈락. 남은 두 곳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떨어진 것 같지만). 11년 경력, 30대 중후반으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쉼'이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철없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 8개월 동안, 한 템포 쉬어 가면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나름대로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고, 잠시 놓았던 공부도 하면서 보냈다. 그리하여 어느덧 퇴사 9개월 차. 몇몇 곳의 면접을 보고, 2024년 하반기에 접어드니, 이제는 원래의 경력을 고수하는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솟는 전세가격에 기나긴 서울 살이가 끝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모든 것이 붕- 뜬것만 같은 지금, 어떤 도전을 해야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못했지만 7월부터는 정말 본격적으로 뭔가 시도해 볼 계획이다. 그리하여 36주-39주(혹은 40주) 차에는 색다른(?) 소식을 써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x도 없이 안식년 32-35주 차, 6월 한 달 끝!
7월은 더욱 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