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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Nov 27. 2023

안식년 3주차: 낯선 곳을 가보다

'나'를 더 알게 되었다

퇴사 후 2주간 마주한 감정은 '어색함'이었다. 물론 일을 하지 않으니 좋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2주간 휴가를 썼어도 돌아가면 쌓여있을 이메일과 업무 걱정에 '다음주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면 이제는 '다음 주에는 뭐 하고 놀지...?'가 되어 버렸다. 딱히 '돌아갈 곳'이 없으니 불안감이 살짝 밀려들기도 하고, 매번 똑같이 노는 것도 지겹고 어색하달까?


읽은 책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자주 인용되는 글귀 하나가 있다. 오마에 겐이치가 그의 저서 <난문쾌답>을 통해 이야기했다는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라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인이 된 내가 아직 하지 않은 일은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조금은 간단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낯선 어딘가'로 가 보기로 했다.


'그럼 어디로 갈까...?' 출장이다 뭐다 올해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간 것은 여섯 번.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싶지도 않고, 연말에는 항공권 가격도 비싸기도 하니, 퇴사여행의 성지(?)이자 보름 살기/한 달 살기가 인기인 제주도로 가보기로 했다.


20대 때의 여행처럼 소위 말해 '빨빨거리고 싸돌아 다니는 여행'은 이제 무리이지만, 제주도의 여러 곳을 가 보고 싶은 욕심에 보름살기로 네 곳의 숙소를 예약했고, 그중 첫 한 주간 다른 스타일의 숙소 (에어비앤비, 민박, 호스텔느낌의 숙소)를 이동하며 지냈다.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 오르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뚜벅이라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각 도시를 옮겨 다니고 그리고 여러 스타일의 숙소에 묵어 보는 경험을 하면서 '여기는 나랑 맞네', '여기는 아닌데...?', '너무 좋다!!! 내 스타일이야!!!'등을 혼자 중얼거리며 내 취향을 알아가고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더 명확하게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30대 후반에도, 계속해서 나에 대해 공부하고, 나를 알아가면서 배우는 안식년 3주차였다.


+후기: 여러 사람들과 우연히 이야기하게 되면서, 저마다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제주도로 터전을 옮긴 분들의 대부분은 혼자가 아니라 남편 따라 혹은 같이 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재능이나 기술을 가지고 계셨다. 비록 브런치가 익숙하지 않아 프롤로그로 싣지는 못했지만, 이 안식년 프로젝트로 정한 제목이 'x도 없이 퇴사했습니다'였는데 '나는 정말 대책 없었구나'를 다시금 깨닫는 한 주이기도 했다.

(x: 남편/애인, 재산/돈, 기술/자격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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