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민 May 19. 2022

다 지난 스승의 날을 되돌아보기

뭐, 아직 '스승'까진 아닐지라도

선생님 담배 안 피는데..



아이들은 종종 애정이 가득 담긴 괴상한 무언가를 아주 소중하게 건네곤 한다. 나의 사명은 마치 이 괴물체가 그토록 간절히 그리고 바라던 무언가 인 마냥 온 마음을 다해 고맙게 받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본 나를 향해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하는 아홉 살에게 진실된 '나도'를 되돌려주는 것.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그러는데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되냔 요청에 터질 듯 꽉 안아주는 것.


밥 먹다 말고 지나가는 나의 이름을 외치며 하트표를 머리 위로 그리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해내 부르고 인사해주는 것.


6년 전, 5년 전, 4년 전, 3년 전, 2년 전 그리고 1년 전 아이들의 보고 싶고 고맙다는 랜덤 연락에 내가 너를 언제나 잊지 않고 있음을, 또 나를 추억하는 네가 나야말로 너무 고마움을 최선을 다해 구구절절 표현하는 것.


누군가에겐 사소하고 하찮을지 모를 일들이 나에게는 사명이다. 종교는 없지만, 나는 이 모든 일들이 종종 내게 운명이었으리라 하고 생각한다.

1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단 한 번도 이 직업을 선택한데 후회가 없었고,

일은 힘들지언정 교직에 회의가 든 적은 없었으며,

미운 아이 싫은 학부모 한 번이 없었다.

내 큰 병의 원인이었지 않았나 싶을 만큼 싫던 선배교사로부터의 괴롭힘마저,

예쁘고 착하던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았으니.


7년 만의 전담이라 내 새끼들이 없어 허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치게 사랑받고 있다.

늘 내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데, 이렇게 재밌는데 돈도 주다니."라고 12년째 변함없이 생각한다.


내가 너희에게 감히 '스승'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저 너희에게 잠시 1년 스쳐가는 "좋은 어른"으로만 남아도 좋다.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벅찬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키위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