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퇴직 시점, 고려해야 할 것들.
올해 가장 많이 접하는 기사 중 하나가 희망퇴직입니다. 유통, 화학, 의학 등 업종을 불문하고 굴지의 대기업, 심지어 국영기업까지 희망퇴직의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올해 컨설팅을 하며 많은 분들을 뵙기도 하였습니다.
비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혹시 우리회사도?' 라는 생각과 함께, 동료들 사이에는 흉흉한 소문이 돕니다. 처음에는 바쁜 업무가 가운데, 귀담아듣지 않다가도, 퇴근길 대중교통에 몸을 맡긴 후에는, 미뤄뒀던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나는 괜찮을까?
보통 희망퇴직을 처음 실시할 때는, 철저히 저성과자 이후로 진행됩니다. 회사 분위기는 '그래 저 친구는 좀 너무했어' 정도일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시간이 1년을 넘을 때 입니다. 회사에서는 위기와 눈치의 기류가 흐르고, 일을 위한 일, 일 답지 않은 일이 더 중시되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매번 의미없는 일이 일과시간에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하며,
'이게 맞나'라는 고민이 있는 시기입니다.
아울러 통상 회사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던 사람, 누구보다 로열티가 있다고 여겨졌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퇴사를 합니다. 내가 Role model로 삼았던 누군가. 저 사람은 임원까지 성장하리라 믿었던 누군가의 퇴사는 영향력이 큽니다. 퇴사의 기류는 전염성이 큽니다. 희망퇴직금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되며, 이전에 현실에서 미뤄뒀던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오늘은 조금 예민한 주제 희망퇴직입니다.
저는 현업에서 7년간 근무 후 3년간 동료들의 희망퇴직을 지켜보다가, 16년 8월 전사 인원을 대상으로 무조건적 승인 신청을 받을 때, 과감히 신청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헤드헌터를 하며, 직업의 특성 덕에 수많은 희망퇴직자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돈과 커리어입니다.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통상 희망퇴직금은 일반 직장인들이 모으기 힘든 목돈을 제공합니다. (저도 1억초중반을 수령했습니다.) 일반 직장 생활을 하며, 1억 이상을 모으기는, 시기를 불문하고 쉽지 않습니다. 분명 큰 돈입니다. 하지만, 이는 고정수입이 뒷받침 될 때의 이야기 입니다. 위로금으로 부자가 된 분은 적어도 제 주변에는 한분도 없습니다.
실제 제 경우도 희망퇴직 후 회사로 인한 신용대출을 정리한 후, 6개월치 생활비만 남겨둔 상태에서 다른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비슷한 규모의 직장생활을 하거나, 생각했던 사업이 잘 된다면 다행이지만, 정기적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일시적 목돈은 결코 목돈이 아닙니다. 이는 한달 고정비만 생각해보면 바로 답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시적인 장맛비로는 작물이 자랄 수 없습니다.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보통 그 액수의 100배 규모 자산의 힘과 같다. 그만큼 정기적 자산은 높은 가치를 가진 고품질이 자산이다.
김승호 회장, <돈의 속성> 중
앞서 저는 희망퇴직한지 8년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울러 직업적 특성 덕에 수많은 케이스들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희망퇴직 시점에 사람들의 행동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방향성과 꿈을 가지고 과감히 퇴사한 사람
회사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사람
시류에 흘러, 방향성 없이 퇴사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공식에 들어가는 함수처럼 분류할 수 없지만, 제가 지켜본 3가지 케이스에 삶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자신만의 방향성과 꿈을 가진 케이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목표나 실행방안을 퇴사를 기회로 삼아 레버리지 한 경우입니다. 가장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내부에서 봤던 것과 실제 현장에서의 문제와 온도는 확연히 다르기에 저마다의 시행착오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다를지언정, 방향성이 뚜렷한 만큼, 저마다 자신이 계획한 길을 가고 있는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이는 사업을 통해서 실현될 수도, 학위를 통한 경력전환 및 상승 이직, 가치관에 따른 삶의 방향성 선택 등을 포함합니다.
회사에서 버틴 케이스
본인들은 용기가 없어서라고 표현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한 경우입니다. 회사 역시 사람들로 구성된 유기체이기에 흐름이 있고, 기류는 바뀌기 나름입니다. 나름의 고충은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방향성 없는 퇴직
경영악화 시기에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마지막 부류는 이 스트레스 및 번아웃의 희생량입니다. 아직 명확한 방향성이나, 계획이 없지만, 지금, 이 회사가 힘들어 퇴사한 경우입니다.
성급한 이직에 적응을 못하거나, 너무 오랜 시간 쉼에 가치를 두어 이직이 어려운 경우도 포함합니다. 경력의 연속성과 명분을 주지 못하기에 커리어도 연봉도 자칫 주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선 두 케이스와 달리 1~2년이 지나면 전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퇴사는 결코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획이 되어야 한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생애주기 및 가치관이 모두 다른 가운데,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 것입니다. 준비의 경우에도 '시작을 위한 준비'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배수진을 치고 절박감을 무기로 하는 경우가 더 잘되는 분도 있습니다.
제 경우도 프리랜서의 생활을 준비(6개월치 생활비)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생각했던 시점이 임박하고, 그 기간을 넘어가며 더욱 조급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일을 하는 이유나 지키고 싶은 가치관은 더욱 뾰족해졌지만요. (행복했지만 다시 겪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 '확신이 길을 잃을 땐 축적이 길이 되어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래의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 정리한 말인데요.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에는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다. 처음에는 목표가 그 목표를 위해 기울여야하는 노력을 정당화해주지만, 나중에는 바로 그러한 노력이 목표를 정당화해준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 중-
지금이 불안하고 길을 잃은 것 같다면, 과거의 족적을 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인듯 합니다. 여러분과 저는 각자의 전쟁과 풍전등화를 견딘 자랑스런 아빠, 엄마, 남편, 아내 믿음직한 자식이니깐요.
- 퇴사는 전염성이 강합니다.
- 위로금은 매력으로 보이지만, 정기적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위로금은 목돈이 아닙니다.
장맛비는 작물을 자라게 하지 못합니다.
- 결국 방향성입니다.
퇴사가 어떤 레버리지, 트리거가 되느냐하는 것은요.
- 불안하다면 자신이 돌아온 길을 한번 보세요.
당신은 현재까지 훌륭히 생존한 장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