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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모를 수도 있지

문해력이 왜 중요할까?

by 오우

어느 날부터 우리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마음은 어디로 간 걸까? 거창하게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넘어가 주는 일이 왜 이리 어려워졌을까?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글 한 줄에 오해가 생긴다. 누군가의 표현이 조금 서툴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상황이 흔해졌다.


‘이거 맞춤법이 틀렸잖아. 어떻게 이것도 몰라?’

‘무슨 소리야! 그런 뜻이 아니잖아. 문해력 왜 이래.’

이 말들은 조언일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뽐내는 자랑일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져 버린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질문은 무례가 되고, 틀림은 무능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를 때도 아는 척하고, 틀렸을 때는 고집을 부린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방어하고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다. 문장을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의도와 감정을 파악하며, 상대의 입장을 상상하고, 생각을 조율하는 힘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크고 작은 오해, 불편은 물론 사회적 단절까지 이어진다.

같은 말을 듣고도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같은 글을 읽고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문해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성격이나 사회적 지능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모를 때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라면? 만약 틀렸을 때 비웃음 대신 친절한 조언이 돌아온다면? 사람들의 문해력은 더 발전하지 않을까?

그런 바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자주 착각하는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뜻을 함께 알아본다.

‘심심한 사과’의 '심심'과 ‘심심해’의 '심심'은 어떻게 다를까?

‘우천 시 취소’의 '우천'과 경기도 **시는 어떤 맥락에서 혼동될까?

어떤 상황에서 문해력의 부족함이 도드라지고 뜻을 착각하는지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기업의 안내문을 잘못 이해하고 댓글을 달았다가 망신당한 이야기.

자녀의 유치원에서 보낸 문자를 오해했다가 아찔했던 일.

계약서에 쓰여있는 단어를 알지를 못해서 손해를 본 경험.

친구의 메시지를 곡해해 관계가 틀어진 순간들.


문해력을 높이는 일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문해력은 중요하다.

그러니 문해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읽고, 함께 이해해 보는 과정을 걸어가고자 한다.

문해력은 단숨에 높아지는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성실하게 익힌다면 얼마든지 키워갈 수 있는 능력이다.


읽는 힘은 곧 삶을 살아내는 힘이 된다.

이 책이 당신의 삶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당신의 문해력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길,

다정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생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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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