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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벤투라 Jan 24. 2023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결심하다 - (3)

나에게 쓰는 편지


설 연휴의 시작부터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그저 기다릴 수만은 없어.

가만히 있으면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풀기만 하면 돼.


오히려 좋아. 끝장을 보자.

보벤, 먼저 네가 해야 할 것은 부모님에 대해 갖는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야.

지금까지 네 부모님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지?

거기서부터 먼저 빠져나오자.

그래야만 혹여나 어머니께서 네게 감정호소를 하더라도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쳐낼 수 있고 너 또한 아프지 않을 수 있어.


이제 그만, 거기서 빠져나와.


3가지 당부의 이야기를 할게.


첫째, 가족에 대해 갖는 네 과도한 책임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어.

불행하게도 책임을 지면 질수록 가족들의 의존성은 점점 강해지고 

결국엔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게 돼.


어머니에게 네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선택은 어머니께서 직접 하세요.'라는 마음으로,

가족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자. 


이렇게 정서적 독립을 유지하고, 

경제적 지원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서 마찬가지로 경제적 독립을 하실 수 있도록 하자.


둘째, 가족과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
건강한 심리적 거리감을 갖자. 불안하더라도 접촉 빈도와 강도를 조절하고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만들자. 

진짜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의존적 가족을 도와주며 애쓰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거야. 



셋째, 책임감의 방향을 바꿔봐.
부모님에 대해 갖는 애처로운 마음, 과민하게 반응하는 네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 형성되어 자리 잡혀있는 것 같아. 모든 행동들은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니까 말이야. 

서로 가까운 가족이란 이미지에 대한 결핍. 어쩌면 그것으로 인해 네 스스로 애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가족의 단점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다정한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네 역할이 아니야. 부모님 서로의 관계는 두 분이서 해결할 문제이니 보벤,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무엇보다 부모님의 경제적 문제는 부모님이 각자 꾸려가야 할 문제이니, 

직접 돈을 건네는 형태 또는 도움을 주는 형태가 아니라 

재테크 방법 안내 또는 생신/이벤트를 제외하곤 신경 쓰지 말자. 




독립이란 무엇일까. 


수학적으로는 사건의 독립이라 함은 A사건과 B사건의 일어날 확률이 

서로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과정과 상관없이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것이다. 

독립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이 관계를. 원가족과의 관계를 말이다. 


클라라 앞에서 나는 아직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그리고 클라라 주변엔 이런 원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례가 많았고 

나는 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클라라에게 두려움의 감정을 심어줬다. 


내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리고 무겁게 신경 썼어야 했던 점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마음이 아주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원가족과의 부분에선 건강하지 못했네.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선택은 책임과 결과가 이어진다. 

내 선택은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사람의 행동이었다. 

반복되는 상황과 결과. 어쩌면 이런 선택들이 반복된다면 나와 클라라는 행복하지 못할지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 아빠 때문에 힘들어. 생활비가 없어" 등 온갖 말들은 

나와 상관없으며, 그것은 응당 부모님의 선택이자 부모님의 책임이다. 


그 말을 듣고 내가 큰 부채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부모가 자식을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하는 건 당연한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어른이다. 

부모, 그리고 가족에 대한 무거운 마음. 그것을 버리자.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해 그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쉽지 않다. 상대에 변화는 더욱더. 그렇기 때문에, 나를 먼저 바꾸자.

그리고 부모님도 긍정적인 방향의 독립을 하실 수 있도록 의존적 선을 넘지 않는 부분의 도움만을 드리자. 


물리적,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관계의 형태를 바꿔가자.


할 수 있어 보나벤투라.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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