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밸류비스 박혜형 Jun 29. 2021

Simply is the Best!

쭈니는 그냥 최고입니다!

아이가 6월부터는 혼자 학교를 가는 거로 약속했습니다.

6월 첫 주가 시작되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혼자 탔는데, 눈빛이 불안하더군요. 제가 가도 되냐니깐 오늘은 길 건너는 데까지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엘리베이터 앞까지만 배웅해 주면 된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혼자 가야 할 길을 다시 숙지시키며 갔습니다.

건널목 앞까지 갔더니 혼자 가겠다고 합니다. 길만 건너면 바로 학교입니다.

아이는 길을 건너가서도 뒤를 돌아보고 저에게 손을 흔들고 하트를 날리며 선뜻 길을 나서지 않습니다.

제가 계속 보고 있으면 아이가 계속 뒤를 돌아볼 것 같아 나무 뒤에 숨어 아이의 등교 모습을 지켜봅니다.

아이는 계속 뒤를 흘긋하다 제가 보이지 않으니 앞을 보고 걸어갑니다.

멀리서 아이가 교문을 들어가고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 앞까지 제대로 들어가는지 보고 있는데 왜 갑자기 울컥하는지....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이긴 한데... 아이가 혼자 앞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그 발걸음의 시작이 오늘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혼자 학교를 가는 것을 연습 한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 시점입니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나가며 제가 일이 있는 날은 아이랑 아파트 현관에서 헤어지며 아이는 학교로 저는 지하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뒤 돌아 엄마에게 하트를 날리는 건 잊지 않습니다.^^



쭈니는 천성이 좀 착한 편인 듯합니다. 친구들과 좀처럼 잘 싸우지도 않는 편이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걸 살펴본 바에 의하면 친구들이 하자는 걸 잘 맞춰 주는 편입니다. 소위 ‘평화주의자’로 싸우는 친구들을 중재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친구가 짓궂은 행동을 하면 그냥 피해 버립니다. 맞서 싸우지 않죠. 그러다 보니 크게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의 고민은 아이가 타인과의 불편함을 싫어해서 그냥 다 맞춰 주는 게 과연 어릴 때부터 너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지 않냐는 것이죠.

아직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특히 태권도를 배운 아이들은 그냥 장난 일 수 있지만 발차기 동작을 너무 쉽게 아이들 앞에서 하는 경향이 있죠.

어제 아이의 친구 중에 한 명이 발차기 동작을 쭈니 앞에서 하는데 쭈니는 그냥 웃으면서 ‘항복’ 이러더군요.

집에 와서 물어봤습니다.

“쭈니야, 아까 친구가 발차기 한 행동 기분 나쁘지 않았어? ”

“음... 조금 나빴어요.”

“근데 왜 아무 말하지 않았어?, 엄마가 다른 사람이 너를 불편하게 하면 명확하게 너의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음... 그게 담부터는 할게요.”

“그리고 왜 아까 ‘항복’이라고 하면서 두 손 들었어?”

“음... 그게 그 친구가 저보다 띠가 더 높으니깐 그냥 항복이라고 했어요”

참고로 쭈니는 검도를 합니다. 태권도든 검도든 띠가 있으니 띠를 가지고 벌써 단계가 높고 낮음에 대한 인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건 좋은데 너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해”

“네, 알겠어요. 다음엔 기분 나쁘면 ‘하지 마’라고 말할게요.”     

아이들 눈에도 벌써 자기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친구가 있나 봅니다. 쭈니는 그냥 그런 친구들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냥 웃으면서 ‘항복’ 하며 피해버리는데 같이 싸움을 하지 않아 좋은 건지, 아이가 너무 나약해 보이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오늘 아침 아이가 학교를 혼자 가는 그 배웅길에 제가 생각이 든 건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


쭈니도 지금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커 가면서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일이 점점 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고민하는 이런 것들은 아이가 혼자 살아가면서 스스로 경험하고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아이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겠죠.      

‘믿는 만큼 아이는 자란다’라는 말이 있듯이 제가 아이를 얼마만큼 믿느냐에 따라 아이가 더 잘 자라나 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믿음은 어쩌면 근본적으로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좋은 엄마라는 믿음이 약해 아이에 대한 믿음이 약한 것이 아닌가....

사실 쭈니는 엄마의 양육보다 아이 스스로 가지고 태어난 천성이 참 좋은 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문득 주위 엄마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저는 아이와의 감정싸움이나 아이가 저를 힘들게 하는 그런 일들을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주위에 있는 엄마들로부터 “쭈니 엄마는 참 별 걱정 없겠어요. 쭈니가 유들 유들 하게 친구들하고 싸움 안 하고 잘 맞춰 노니” 물론 이런 얘기를 하는 엄마들은 보통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과 놀다 자주 다툼이 발생해서 엄마들이 중재 역할을 하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저도 워킹맘이다 보니 예전에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바깥활동을 거의 못한 상황에서 올해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쭈니가 참 엄마를 편하게 해 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쭈니는 이제까지 한 번도 저를 힘들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가니 대화도 제법 잘 되어, 웬만한 상황들에선 서로 대화하고 협상을 하지요.

협상이란 뭐 거창한 게 아니라 뭔가 하고 싶은걸 얘기할 때 저는 쭈니에게 오늘 해야 하는 일, 예를 들면 숙제 같은 것을 상기시켜 주고, 스스로 그럼 숙제를 다 하고 그걸 하겠다고 하니 제가 아이와의 대화에선 그런 부분을 리마인드 시켜 주는 정도입니다.

 

저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걸 찾고 그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여 자신이 행복한 일을 직업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혼자 학교 등원을 하는 첫발을 내디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이제는 학교를 혼자서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를 믿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 그게 부모가 해야 되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자신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저를 좀 더 믿는 사람이 되도록 그렇게 하루를 살아야 되겠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비판하려 할 때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들으면 전환이 일어나죠. 티나 터너의 Simply the best 셀린 디온의 버전으로 들으며 기분 좋은 하루 만들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EQaF64w_uw


You’re simply the best, better than all the rest

당신은 그냥 최고야, 무엇보다도

Better than anyone, anyone I ever met  

누구보다도 더, 내가 만난 사람들 그 누구보다      


쭈니는 정말 그냥 최고인 듯합니다!

항상 엄마를 이렇게 깨우쳐 주는 존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