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당신께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우리 형제가 사달라는 책은 전부 사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책도 틈틈이, 오랫동안 모아 오셨죠. 그 결과 중 하나가 이 책장입니다. 벽 하나 당 한 개라고 했을 때, 우리집에는 6개 정도의 책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우리집 책장의 각 칸에 들어 있는 책들 중 한 권을 골라서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크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심심하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기도 해서입니다.
첫 번째 칸에는 이제 너무 오래되어 빛이 바랜 식객 전집이 있습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어떤 권은 없고, 책 위에 책이 쌓여있는 건 많은 어머니의 학생들이 책을 빌려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몇 년 동안 집에서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 수업을 하셨었는데, 이 책들의 상태는 그 시간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정리 정돈된 책장과 책 사진을 원하는 이들에겐 미리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네요. 앞으로 볼 책이 거의 전부 이런 상태니까요.
사족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식객을 맨 처음으로 읽은 건 제가 초등학생 3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공복과 포만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배는 책 속의 음식을 먹고 싶어서 요동 치는데, 눈과 마음은 이미 음식으로 가득 차 있었죠. 요즈음엔 그 허무맹랑한 과장과 전개, 틈만 나면 나오던 국뽕으로 놀림받기도 하지만, 그 당시 식객은 저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요리 만화였습니다. 후일 <미스터 초밥왕>을 읽기 전까지는요.
중학생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초등학생 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객의 이야기는 그저 신선한 식재료로 맛난 요리를 만드는 성찬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식객의 주인공은 성찬과 진수가 아니었던 거죠. 대한민국의 요리와 그 요리를 만들고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뤘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식객 시리즈를 추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추천은 하되 구매는 삼가길 바랍니다. 식객은 아직까지도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웬만한 도서관이란 도서관엔 전권이 비치돼 있으니 말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거의 6년 만에 식객 1권을 다시 읽었습니다. 앞선 문단에 쓴 약간의 단점이 있음에도, 이 만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 만화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이 만화를 읽어봤으리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다 읽고 나서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은 안 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