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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Aug 05. 2023

기록을 하지 않는다면

반려견과 함께 한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록

작년 연재하기로 했던 그림에세이가 플랫폼이 불현듯 사라지고 나서(물론 대표님이 전화해서 사과도 하셨고 일부 원고료도 받았다) 아예 보지 않고 있던 원고들을 꺼내보았다. 사실 연재를 하기로 한 것도 내 인생에서 최고의 기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감이란 족쇄가 없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게으른 프리랜서, 맞다 나. 이왕 이렇게 된 거 12월에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마우스북페어를 위한 작은 책으로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만약 기록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잊힐 테니깐.



장면_1  장소 고민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생전 처음 하게 된 고민. 반려견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디로 여행을 가는 게 좋을까. 누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풀, 나무, 흙, 한적함. 싫어하는 것은 번잡함, 수많은 사람들, 콘크리트 바닥.  




장면_2  떠나기 전날 밤

이 한적한 동네에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리더니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무서워하는 누리를 위해 떠올린 게 헤어밴드라니. 여행 잘 갔다 오란 작은 이벤트였다고 마음을 토닥여본다.




장면_3  자리 선점

집 앞에 주차한 캠핑카로 짐을 옮기는 우리를 보면서 마당에 있던 누리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며 열심히 눈치를 살핀다.


'같이 가는 걸까. 나 두고 둘만 가는 거 아닐까.'

 

땡그랑 목줄을 집어드는 소리가 나면 그제야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뛰어온다. 출발하는데 굳이 편한 뒷자리 침대를 놔두고 우리 가운데에서 가겠다는 저 강건한 의지란.




장면_4  어리둥절

독일에서 북유럽 덴마크까지 가는 길은 대략 18시간이 걸리는 긴 거리이다.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로드트립을 하면서 누리한테 너무 무리가 되는 건 아닌지 가장 마음에 쓰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휴게소나 주유소, 도로 갓길에 세울 때마다 자고 있던 누리를 데리고 뛰쳐나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녔다. 아마 다른 차들은 날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정작 누리는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다 널 위한 거였는데 말이야.  








이거 뭐야.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샌드위치 강아지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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