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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NE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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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디 Jun 12. 2023

스타트업 창업 실패 후 7년만에 다시 쓰는 이야기.

오랜만입니다. 


ONE ELEVEN.


첫 스타트업 동업에 실패하고

다시 혼자 일어나 시작한 게

프리랜서로의 첫 번째 디자인 프로젝트 의뢰였다.


엄청난 디자인 회사를 세워야지,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나는 내 전부를 다 바쳤던 스타트업에 대한 실패를

잊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 스킬과 개발 지식,

그리고 스타트업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경험을 활용해


당시 24살이었던 나는,

영어 과외를 하는 것보다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훨씬 더 경제적으로 메리트가 있다는 어쩌면 단순한 이유로

시작해 현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

이제는 더 이상 머리 아픈 소송도 진행하지 않고

(첫 창업 회사와 안 좋게 끝나 법적인 분쟁까지 가야 했었다)


2)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졸업도 했고


3)

외주 비즈니스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홈페이지와 앱,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비즈니스를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몇백 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하나하나 케이스스터디를 하듯이 공부도 끝냈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대학교 졸업 시점과 맞물려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만두지 않고 다시 시작하게 됐을까?


어쩌면 ONE ELEVEN의 첫 시작.

그 이름에 담긴 의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원 일레븐 이름을 생각하게 해줬던 영화 의 한 장면.




17년도 원일레븐을 시작하며 적었던 첫 번째 브런치 글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스키 점프의 강자 Matti 가

이제 막 스키 점프를 처음 도전하는 어떻게 보면 꼴찌 Eddie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계를 보면 정중앙에 12시가 있지?

너와 나는 숫자 1과 11과도 같아.


사람들은 나를 1등으로 보고,

너를 꼴등으로 볼테지만


사실은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 가까운 존재야.


왜냐면 우리는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며

메달을 위해 스키 점프를 하는 게 아니거든


영혼의 자유를 위해서 뛰는 거니까.



ONE ELEVEN이라고 회사 이름을 짓고

몇 백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실 나에게 나는 딱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사무실 크기, 화려한 건물,

수많은 투자금과 직원 수..


이런 나름 사업의 '메달'을 따기 위해

창업을 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근데 이번에 내가 다시 시작하면


혁신적이고 화려한 비즈니스 모델도 아니고,

투자금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직원 수도 많지 않더라도


그런 거에 연연해 하지 말고


그냥 스키점프 그 자체에 온 영혼을 집중한

Matti와 Eddie처럼.


나도 메달이 아니라 점프 그 자체에

내 온 마음을 한번 다 집중해 보는 것.


그렇게 스스로에게 ONE ELEVEN 을 되새기며

삶의 태도를 바꾸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창업이라는 메달을 위해 달려나가기 전에는,

SKY 대학인 연세대까지 가기 위해

성적이라는 메달을 얻기 위해 살았었다.


1등과, A+성적표,

사무실 크기와 직원, 수많은 투자금


늘 이런 것들로 인정과 만족을 추구했던 삶에서

이 모든 걸 한 번에 내려놓기가 단연코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연습이었고, 도전이었고,

내려놓음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그 내려놓음 이후 지난 몇 년 간


내가 생각지도 못한 메달들을

오히려 더 많이 얻게 되었던 것 같다.


- 클라이언트가 지어주신 '류디' 라는 이름부터

- 그 류디의 스토리를 소소하게 좋아해 주는 수많은 구독자분들,

-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하며 어떤 산업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고마운 사이가 된 고객 사분들,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같이 좋아해 주고 만들어가는 든든한 직원분들,

-내가 배웠던 스킬들을 너무나 열심히 따라 배우는 기특한 수강생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점프를 뛰기 전

매일매일이 그 높이와 공포에 휩싸이는 나날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눈 딱 감고 매일매일 점프를 하며

그 나날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했던 모든 삶의 인사이트들까지.







어쩌면 '나 한 사람'으로 만

만족하는 인생을 놓고 본다면


ONE ELEVEN 이

지난 7년 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채워주었고,

꽤나 만족한 삶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 로만 만족하고 끝나는 삶이었다면

더 이상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수 있겠지만,



'세상의 중심은 바로 아픈 곳에 있다'

라는 어느 한 사진작가의 말처럼,


나의 아픈 곳이었던

스타트업 창업 실패와

불안했던 디자인 개발 외주 문화,


메달만을 바라보고 쫓았던 삶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는 삶의 변화를 만들기까지


이제는 나 한 사람을 넘어

ONE ELEVEN의 가치를


적어도 내가 속한 커뮤니티와,

내가 겪었던 아픔을 겪고 있는 주변에는

조금은 나눠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7년 만에 다시 쓰는 앞으로의 이야기 :


지난 시간 동안 있었던 재미있고, 유쾌하고, 때로는 힘들고 어려웠던

창업 경험에 대해 솔직한 얘기들을 해 보려 합니다.


저의 경험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원일레븐의 시즌 2.

시작해 보겠습니다 :)



시즌 1의 이야기는 여기로

https://brunch.co.kr/@joyceu/2







www.oneleven.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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