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를때는 어떻게 해요?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하면서도 이게 맞나? 몇 년 동안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같은데 이게 맞을까? 작가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다.
정확하게 말 하자면 ‘이 길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의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회의감은 어느 업계나 든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포기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사람 대부분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은 도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가능성이 희박한 일과 내가 가지고 있는 안전한 것에서 저울질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 하는 일이나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선택을 하긴 했는데, 이게 맞게 선택했는지 아닌지 감이 잘 안 설 때가 있다.
근본적으로 돌아가서 보면 ‘글을 왜 쓰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라는 전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결국은 ‘글을 써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게 아닐까?
꼭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작가만 있을까? 세상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정말 많다. 그런데 꼭 글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만약 내가 글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돈 버는 작가’는 안 하는 게 맞다.
글을 쓰지 말라는 건가? 그런 게 아니다. 나 역시 글을 잘 써서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 글로 버는 ‘돈’은 절대 1순위가 아니다.
만약 내 인생에 돈이 1순위였다면, 나는 차라리 글이 아니라 사업을 했을 거다. 사업이 쉽다는 게 아니지만 적어도 최대 절댓값만 놓고 본다면 사업을 해서 성공하면 벌 수 있는 파이가 더 크지 않는가? 왜 고작 1조 원짜리 시장에 뛰어드는가, 몇십조 원짜리 시장에 뛰어들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맞다.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내 인생의 1순위가 돈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 하자면 돈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성장한 건 아마도 내가 작가가 되면서 보아 왔던 많은 작가와 주변인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 가난했고, 나에게 ‘돈이 없다.’라는 건 늘 따라다녀야 하는 수식이었다. 어렸을 때는 돈이 많으면 모든게 행복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돈이 많은 사람,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대표님, 여러 회사의 이사님들을 만나고 지켜 보면서 느낀건 돈이 많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나이 또래에 비해 돈이 없어도 보고 (대학교 입학 원서 넣을 돈이 없어서 울었던 적이 있다.), 또래에 비해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이도 벌어 봤고, 참 애석하게도 없으나, 있으나 다 똑같이 사람은 어떻게든 사는구나라는 것이었다.
돈이 없으면 힘들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된다. 살 수 있으면 된거 아닌가? 없어도 살 수 있고, 있어도 살 수 있다면 그냥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즐겁게,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도 사는데 문제가 없다.
내 인생의 목적의 1순위는 돈이 아니기에, 나에게 글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돈이 벌리는 거지, 돈을 벌기 위해서 좋아하는 걸 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돈을 많이 벌면 나도 좋다.)
만약 돈을 버는게 1순위가 아니라면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 당장 고민 할 필요는 없다. 재미가 있든 없든 무슨 글이든 그냥 열심히 쓰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스트레스 조차도 즐겁다.나는 한번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소위 말 하는 유명작가, 대박작가들처럼 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실적, 매출, 돈, 성적이다. 이것들은 냉정하게 ‘감정적인’지표가 아니다. 냉정한 지표이다. 다른 사람보다 상업적이여야 하고, 잘 팔아야 하고, 매출이 잘 나와야 한다. 여기에는 철저하게 숫자 밖에 없다. 요컨대 이것들을 잘 하고 싶으면 내 욕심을 버리고, 철저하게 자기 객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초보 작가님들이 그런 글로 돈을 많이 벌면 참 좋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하고 싶은 소설을 쓰고 싶다면 과감하게 매출은 포기하면 된다.
한 번 정도는 매출을 포기하고 쓰고 싶은 글을 써 보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다. 나는 알바를 하고 전업작가를 꿈꾸면서도, 어차피 길게 갈거 이번 작품은 그냥 매출은 버리고 하고 싶은걸 다 써보자고 생각하고 써 본 적도 있다. 내가 아직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는 작품을 못 쓰는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돈을 버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내가 마음가는대로 한다면 그건 그냥 소수에게만 취향이 맞는 나의 이야기 일 뿐, 절대 다수의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 일 순 없다.
잘 하고 있는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요? 라는 건 ‘내가 하는 행위가(글을 쓰는 것, 하는 일) 잘 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뜻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내가 틀렸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틀리면 안 될까? 잘 못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꼭 잘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그 ‘잘’한다의 기준은 대체 어느 정도가 되는 걸까?
무언가를 시도하해서 잘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데 잘 못하면 그냥 그만 두면 된다.
내가 못하는 것에 손을 대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잘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가? 그냥 포기하면 된다. 그냥 그 일이, 그 길이 나와 맞지 않는 것 뿐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고,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필요가 없다. 그럼 세상에 그 많은 다양한 직업은 존재하지 않을거다.
그럼 다른 선택지는? 그냥 못 하는 상태로 꾸준히 가면 된다. 인간은 느리지만 성장을 한다. 내가 이 일이 처음인데 어떻게 처음부터 잘 하겠는가, 우리는 그걸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내 레벨이 1인데 어떻게 레벨 100이 잡는 몬스터를 죽이겠는가, 헌데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다.
못 해도 된다. 내가 못해도 괜찮다는 이유를 ‘내 스스로’에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이 길이 맞는지 모른다는 건 회의감이다.
나는 이 회의감이 들면 나보다 연차가 오래 된 작가님에게 말을 드린다. 이때 상담은 무조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주는 타입이 아닌, 냉정한 (소위 말 하는 T형) 사람에게 받는게 좋다. 조금 상처긴 하지만 얻어 맞으면 정신이 든다.
참 웃긴건 이런 문제 때문이다 라고 고민이라고 말 하면 더 오래 된 작가님들은 ‘그게 왜 고민이지?’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헌데 그 시큰둥한 반응이 오히려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심각한데, 아, 의외로 내가 생각하는 이 고민이 그렇게 큰 고민은 아니었구나 하고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과거에 위안을 받았던 어떤 작가님의 말이 하나 있다. 글을 쓰기가 힘들다, 성적이 잘 안나와서 힘들다, 기대했는대 매출이 생각보다 잘 안나와서 우울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딱 한 마디를 해 주셨다.
“괜찮아, 너 글 그거 한 작품만 쓰고 접을거야?”
“당연히 아니죠. 한 십년은 더 쓸건데요.”
“수 많은 글 중 하나가 잘 안 됐을 뿐인데 무슨 문제야?”
그렇다. 기대를 했지만 성적이 안나온 그 글은 내 인생을 전부 걸고 쓴 글은 아니다. 고작해야 몇 개월짜리 일 뿐이다. 왜 모든 글이, 모든 작품이 내 마음에 들고, 기대에 충족이 되어야 할까? 다행인건 사업은 아니니까. 글이 망한다고 해서, 내가 당장 인생이 망하거나 엄청난 빚더미에 오르는 건 아니다. 그 글에 목숨을 걸고 쓴 것도 아니다.
사회에선 정말 망하면 모든 것이 망하고, 더 극한의 환경에서 단 하나의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 않는가. ‘글’이라는 건 실패 했을 때의 리크스가 크게 없다. 다시 쓰면 된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고, 세 번째 작품을 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쓰면 된다.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몰라서 그만 두는 순간 그것은 그냥 회의감이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의 포기다. 그런 생각에 글을 안 쓰고 있다면 까짓거 그냥 잘 못하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마음편히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의감이 드는 상태로 계속 글을 쓰고 있다면, 잘 하고 있는 거다. 실패도 잘 하고 있는거다. 우리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라고 말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이기 이전에 내가 나에게 실패에 대해 관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실패를 받아 들이면 정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실패없이 무언가를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보다, 실패를 한 후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이 얼마나 당연한게 아닌지 알게 되고 열심히 할 수 있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를 때는 대부분 잘 하고 있는 거다. 단, 내가 그 일을 계속하고 있을 때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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