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계약을 하게 되면, 내 작품을 담당해 주는 담당자가 생긴다. PD, 담당자, 매니저 등 담당자님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이는 웹소설 업계에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용어가 없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PD님 혹은 담당자님이라고 부른다. 웹소설의 담당자님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그러니까 작가인 내 기준에서는 슈퍼맨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의 규모, 나를 담당해 주는 담당자님의 직급에 따라 다르긴 하겠으나 대부분의 웹소설 회사 또는 팀의 규모 숫자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한 담당자님이 교정 교열, 삽화, 계약관리, 미팅, 작가 관리, 편집, 이벤트 등록, 정산 등등의 모든 업무를 다 하기도 한다.
규모가 큰 출판사의 경우에는 세분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어디가 어떻게 세분되어 있는지는 출판사마다 다른 편이다.
작가에게 담당자님은 출판사와의 연락 창구이다. 담당자님은 내 작품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담당해 준다. 소설의 내용을 포함해 정산, 이벤트, 기타 업무 등을 포함해 출판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담당자님과 논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품과 관련된 사안 외적인 경우가 아닌 걸로 담당자님이 아닌 다른 분과 소통한다면 그건 담당자님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본인의 업무를 똑바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작가는 작품과 관련된 것이라면 담당자님 외에 출판사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많은 초보 작가님은 담당자님을 어려워한다. 담당자님이 ‘갑’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이런 걸 부탁하면 안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한다. 혹은 담당자님에게 날을 세우기도 한다.
일부 출판사의 담당자님들 중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작가님을 상대로 소위 말 하는 갑질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건 정말 소수일 뿐이다. 어느 업계나 소수의 사람이 물을 흐리지 않는가. 그러나 내가 본 대부분의 담당자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수강생, 그리고 내가 만나는 초보 작가님들에게 계약하면 하는 말이 있다.
‘계약하면 작품과 관련된 모든 것, 모르는 건 담당자님에게 물어 보세요! 저 말고!’
주변 작가님들에게 작품의 전체적인 조언을 함부로 구하는 거 아니다. (간단하게 사소한 것들은 상관없지만) 아니, 지인 작가한테 작품 조언 구할 거면 도대체 계약은 왜 했나?
그리고 그러다가 꼭 지인 작가가 작품을 내면 내 소설과 비슷하다느니 어쩌니, 하고 유사성이 어쩌고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너무나 많이 봤다. 작품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은 담당자님과 이야기하는 게 좋다.
이 전에도 말했다시피, 독자들은 작가님의 소설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작가들이라고 동료 작가의 소설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가? 없다. 내 소설 쓰기도 바빠 죽겠는데, 머리 써 가면서 지인 작가 소설을 봐줘야 한다고? 한두 번이면 그럴 수 있는데 계속 그러시면 미안한데 징징거리는 작가밖에 안 된다. 그런데 꼭 이런 작가님이 정작 작품에 관련된 것들은 담당자님에게 숨겨서 담당자님을 답답하게 만든다.
담당자님은 작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작가님의 작품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아야 하고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인 작가들은 당신의 연재 작품을 재미있게 볼지언정 하루가 멀다고 리뷰를 해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담당자님은 적이 아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담당자님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상한 커뮤니티 돌아다니면서 담당자님 떠 보고, 견제하고, 정작 중요한 건 물어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커뮤니티에서 출판사에서 뭔가를 들었다고 하면 그냥 대 놓고 물어보는 게 낫다.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봤는데 이게 사실이 맞냐.’하고 사실 체크를 물어보면 된다. 담당자님과 기 싸움을 해서 손해를 보는 건 작가다.
담당자님은 작가님과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작품에 관해 서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고 논의를 할 수 있지만, 서로 감정 싸움하면서 기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담당자님이 작가의 작품을 망쳐서 볼 수 있는 이득 같은 건 없다.
작가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고민 중의 하나가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요?’를 커뮤니티에 올린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하고 걱정이 들면 물어봐도 된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실 게 아니라, 그냥 물어 보시면 알려 준다. 담당자님에게 질문을 한다고 해서 담당자님이 ‘작가님은 그런 것도 모르고 어떻게 작가를 하세요?’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담당자님이 있다면 객관적으로 그건 그분의 인성 문제다.)
오히려 이상한 답변을 듣고 와서 나중에 담당자님에게 ‘제가 들은 건 다른데요.’ 이렇게 이야기하시면서 싸우면 그거야말로 담당자님이 복장이 터지는 소리다.
작가는 본인이 출판사 대표가 아닌 이상, 플랫폼에서 넘어오는 정보는 모두 한 다리 건너서 들어 오게 되어 있다. 그에 비해 담당자님은 플랫폼에서 직접 이메일을 받는다.
플랫폼도 말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고 담당자님도 체크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긴 하나, 아무튼 플랫폼이 관련된 것들은 초보 작가일 경우에는 대부분 작가님보다 담당자님이 더 많이 안다. (고인물 작가님들은 제외한다.)
그거야 작가님이 기성이라 그렇게 물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초보 작가는 못 물어 볼 것 같은데요.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담당자님에게 물어보는 게 무섭고, 두려운 게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물어보는 연습’을 하고 담당자님과 소통하는 연습을 하면서 나름대로 담당자님을 대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거다.
커뮤니티에 ‘담당자님에게 이런 거 물어봐도 될까요?’를 같은 걸 올리기 전에 그냥 물어 보시고 경험치를 쌓으면 된다. 담당자님도 작가님이 초보 작가라는 걸 알고 대답 해 줄거다. 그거 한마디 물어보는게 무서워서, 담당자님을 피하고, 경계하면 기성 작가가 되어서도 조금의 발전도 없다.
담당자님은 작품을 같이 만들어 가는 팀 동료이다. 웹소설 업계에 유일하게 동료가 있다면 그건 내 옆에 있는 작가님이 아니라, 내 소설을 교정 교열해 주고 관리해 주시는 담당자님이다.
그러니까 담당자님이랑 싸우지 마시고, 기 싸움하지 마시고, 먼저 소통했으면 좋겠다.
담당자님이 알아서 작가를 챙겨야지, 내가 왜 담당자님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가?
……라고 한다면 본인이 객관적으로, 그리고 냉정하게 말 해서 네임드 작가님인지 아닌지 주제 파악부터 하시길 바란다. 초보 작가님은 네임드 작가님이 아니다.
같은 초보 작가님이라면 담당자님도 사람이신데,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서 들은 것만 있어서 대우 받길 원하는 작가님보다 먼저 이것저것 물어 보고 소통하려는 작가님을 더 긍정적으로 봐 줄 가능성이 높다.
웹소설 작가는 자영업자다. 작가님, 하고 대접받는 직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