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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Nov 15. 2024

10화. 나 빼고 다 잘나가는 것 같아요.


웹소설 작가는 외로운 직업이다. 많은 직업은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버는 돈이 늘어 나면 같이 일 하는 ‘동료’들이 생긴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는 아니다.


1억을 벌어도, 10억을 벌어도 글은 ‘나 혼자’쓰는 것이다.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흔히 일을 하는 이유가, 돈 때문도 있지만, 사람 때문에 다니고, 상람 때문에 그만 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웹소설 작가는 참 좋은 직업이다. 적어도 직장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으니까.


웹소설 작가가 대인 관계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웹소설 작가에게 친한 작가는 언제든지 손절해도 손해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직장 옆에 동료가, 후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치자. 당신이 그 사람을 손절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두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는 아니다. 친하게 지내는 작가들은, 싫은 사람들은 언제든 연락을 끊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매출에, 내 업무에 지장이 가냐고 한다면 전혀 가지 않는다.


이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직장 동료는 무언가를 함께 성취하는 팀원이 될 수도 있지만, 웹소설 작가에게 팀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시작을 했는데, 나는 출간도 제대로 못 하고 혹은 프로모션도 떨어지고 옆에 작가는 좋은 프로모션은 다 붙고 몇억씩 벌고 팬층도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들도 ‘끼리끼리’ 놀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나는 계속 실패하는데 다른 사람은 잘 나가는 것 같다. 혹은 어느날 플랫폼을 봤는데, 어떤 작가는 첫 작품에 대박을 냈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며 자책하는 작가들을 많이 봤다.


1. 원래 사람들은 잘 된 것만 말 한다.


특히 익명 단톡방에서는 더더욱. 심사를 10번 떨어져도, 1번 붙은 다음에 단톡방에 ‘저 심사 붙었어요!’라고 말 하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저 작가가 한번에 붙은 줄 안다. 나는 자신있게 ‘심사 광탈했어요.’라고 동네방네 말 하고 다니는 작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말 하는 작가는 무조건 친하게 지낸다.


2.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 작가를 평가하지 마라.


어떤 작가가 첫 작품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치자. 그 작가가 그게 첫 작품인지, 생에 처음 글을 썼는지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가? 당신이 본 것은 그저 ‘그 필명’으로 낸 첫 소설 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초보 작가님들은 모 작가님은 첫작품에 어떤 작가님은 이 만큼 다운로드수가(매출이)나오는데, 저는 왜 그렇게 못할까요? 하고 자책한다. 도대체 어떤 작가님이 첫 작품에 성적이 잘 나오냐고 물어보면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댄다. 그럼 내가 말 한다. ‘그 사람 그 작품이 처음이 아니신데요.’


실제로 유명한 웹소설 작가의 절반 이상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무명으로 글을 썼거나, 혹은 다른 필명이 있는 경우가 많다. 


3. 옆 작가님과 매출 경쟁하는거 아니다.


여기가 영업부나, 영업을 하고 있는 거라면 옆에 사람이랑 경쟁하는게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는 친한 작가의 매출이 내 매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친한 작가가 심사에 붙어서 배가 아프다면, 그건 그 작가가 냉정하게 나 보다 좋은 글을 써서 그런거다. 내가 심사가 떨어졌다면 내가 글을 못 써서, 혹은 상업성이 떨어져서 그런거다.


내 심사 결과와 아는 작가의 작품 심사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지어 장르가 다르고, 심사 시기도 다르다면 더더욱 그렇다.


옆에 작가님이 잘나가는거랑, 내가 못나가는거랑 아무 상관이 없다. 나 빼고가 잘 나가는게 아니라, ‘나만’잘 하면 되는거다.


웹소설 작가는 경쟁하는 직업이 맞다. 하지만 적어도 소비자에게 ‘웹소설’은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다른 작가님 소설을 구매한다고 해서, 내 소설을 구매하지 못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옆 작가님의 랭킹이 떨어진다고 해서 내 소설의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잘 된 작가님들을 질투하고, 욕하고, 시기할게 아니라, 그 작가들이 잘 됐으면 배울 점이 무엇인지, 어떤 점 때문에 잘 되었는지,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가 봐 왔던 잘된 작가님들은 다 하나같이 배울 구석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이도저도 아닌 작가로 남거나, 몇 년째 지망생인 작가들을 보면 ‘저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배운다. 참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나 빼고 다른 작가들이 잘 나가는 것 같다면, 그걸 질투하는게 아니라 그 시간에 내가 ‘잘 나갈 글’을 쓰고 잘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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