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가가 되고 난 다음에 자주 받는 질문 Top3를 뽑아 보라고 한다면 아마 이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 보자.
완결까지 구상하고 쓰냐는 질문의 의도는 ‘완결까지 내용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소설을 쓰는가?’로 해석 할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질문자들의 질문은 이 의도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될 경우, 내 대답은 ‘완결까지 구상 안 하고 쓴다.’ 이다. 하지만 완결을 구상하고 쓰냐고 묻는다면 완결은 대충 정한다.
완결까지라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내용을 전부 설정한 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소설을 쓰냐고 묻는 것이다. 일단 글을 많이 써 보지 않은 작가님들이 하는 실수가 있는데, 내가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과 스토리가 소설을 쓸 때 바로 나올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이걸 이렇게 말 한다. 첫 문장을 쓰는 순간부터, 내가 원하고 구상하는대로 소설이 쓰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소설을 써 본 적이 없으면 더더욱 그럴 거다.
작가님은 생각하는대로 얼추 이야기를 쓰지 않나요? 그렇긴하다. 그러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글로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소설 쓰기 연습이 필요하다. 나도 가끔 전개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라서 힘들 때가 아직도 종종 있는데, 초보 작가님들이 원하는대로 소설이 전개 되지 않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보 작가님들은 내가 쓸 수 있는 소재, 쓸 수 있는 장면과 없는 장면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상 속에서는 모든 장면을 쓸 수 있다. 요컨대 내 머릿속은 이미 내가 즐겨보던 화려한 웹툰의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면 졸라맨보다 못하거나 별로인 그림이 나오는 것과 같다.
그림은 직관적이기에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으나, 글은 모른다.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리뷰를 받거나, 혹은 많이 써서 스스로 깨닫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나는 완결까지 스토리 구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완결’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생각을 해 두는 편이다. 많은 작가님들은 완결까지 가는 세세한 구상을 고민하다.
그런데 생각해 봐라, 내가 쓰고 있는 회차가 10화인데 구상하는 회차는 120회차다. 내가 120화를 쓰는 건 몇 개월 뒤다. 몇 개월 뒤에는 더 좋은 내용이 생각이 날 수도 있고, 100화까지 내가 원하는대로 전개가 되어 있을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그럼 뒷 내용을 열심히 고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웹소설은 문학소설이 아니다. 요컨대 연재로 가기 시작하면 빨리빨리 에피소드를 내 놓는 것도 하나의 실력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짜는데 너무 공을 들여서 정작 써야 할 글을 놓친다면 그것도 웹소설 작가로서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은 건 내가 그 장면, 혹은 에피소드를 집필하기 직전(바로 전 에피소드를 집필 할 때 즈음에 다음 에피소드를 고민하는 것) 정도에 고민을 시작하면 충분하다.
고민의 텀과 집필의 텀을 줄여야,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다.
요컨대 완결까지- 스토리를 세세하게 구상하는게 아니라, ‘완결’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에피소드를 대략적으로 만들고 자잘한건 나중에 채우는 방식을 택하는게 웹소설 작가로서는 훨씬 효율적이다.
초보 작가님들은 어떤 소재가 재미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만, 정작 독자들이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초반부만 재미있고 뒤에가서는 재미가 없거나 독자 이탈이 생기는 것이다.
최소한의 엔딩이라는 건 자세한 스토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끝내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상을 구한다.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식으로라도 정하고 쓰는 것과 아닌 소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주인공이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상을 구하는 판타지 소설일 경우 독자들이 엔딩까지 기대하는 바는 ‘주인공이 마왕을쓰러트리는 것’이며, 작가가 집필해야 하는 방향은 ‘주인공이 마왕을 쓰러트리러 가는 여정’이다.
만약 어떤 판타지 소설이 있다고 치자. 용사였던 주인공이 회귀를 했다. 소재는 재미있다. 하지만 그래서? 회귀한 주인공이 뭘 할 건지 독자도, 작가도 방향을 모른다. 이런 소설의 경우 필히 뒤로 갈수록 연독이 하락하거나 작가도 글의 방향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작가마다 글을 쓰는 방식은 다 다르다. 그러니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순 없다. 실제로 완결까지 세세하게 구상을 하시는 작가님도, 시놉시스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작가님도 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완결까지 세세한 스토리를 쓰는게 아니라, ‘완결’을 정하고, 완결까지 가는 대략적인 목표라는 뼈대를 설정하면서 집필을 할 때 설정과 세세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