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편지] 02
네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스한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느껴. 한 글자, 한 글자 입에 담을 때마다 그리움이 더 짙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잠이 깬 순간에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어느 순간에도 보고 싶고 그리워.
작은 몸을 꼭 품에 안고 잠들던 그 시절을 지나, 어느새든든하게 자라난 우리 딸. 네가 하루하루 성장할수록, 엄마의 빈자리가 네 일상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는 걸 엄마도 느껴. 얼마 전 함께 잠들었던 밤, 넌 악몽을 꾸었는지 흐느껴 울더라. 널 꼭 안고 “엄마 여기 있어~” 달래주면서도, 평일의 밤엔 네가 혼자서 그 무서운 꿈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또 잠들기전 네 생각 속에 엄마가 없다는 현실이 때로는 더 선명하게 다가올 거야. 시간이 갈수록 그 빈자리의 무게가 더해진다는 것을, 이제야 엄마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됐어.
네가 웃으면서도 가끔 보이는 그 쓸쓸한 눈빛, 무심코 터뜨리는 한숨에서 엄마를 찾는 네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밝게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그리움의 그림자를 엄마는 놓치지 않아. 네 눈동자에 스치는 그 찰나의 외로움, 한순간 떨리는 목소리, 울컥하는 마음을 참으려 애쓰는 네 모습에서 엄마는 네 속마음을 읽곤 해.
완전히 채울 수 없는 그 공간이 네 마음속에 있다는 걸,이제는 엄마도 아프게 깨닫고 있어.
매일을 함께하지 못해 그리운 만큼 주말마다 만나는 그 시간이 오히려 더 소중해졌지. 금요일 저녁,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방을 꾸리는 너의 모습을 그려봐. 엄마 자리를 대신해 주고 있는 애착인형 '귀요미'도 빠지지 않고 챙겨 오는 네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애틋한지.
그 작은 인형에 담겨있는 그리움의 무게가 얼마나 클지, 엄마는 그 인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와. 네가 잠들 때 꼭 손에 쥐고 자는 그 인형에 엄마의 향기와 온기를 담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해.
일주일 동안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려 들뜬 목소리로 말할 때면, 네 눈빛은 별처럼 반짝이지. "엄마, 이번 주에 말이야..." 시작하는 네 이야기 속에 담긴 일상의 조각들,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 친구들과의 추억, 선생님께 들은 칭찬까지.
부산에서 보기 귀한 눈이 내리던 날. 넌 신이 나서 그 순간을 나눠주었지.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에겐 보물 같은 기억이 되었어. 네가 말할 때 보이는 표정 하나하나, 손짓 하나하나가 엄마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야.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하는 그 순간의 밀도는 어느 누구보다 깊고 특별하지. 함께 요리하고, 유튜브 영상 보며 웃고, 같은 이불속에서 속삭이듯 나누는 대화... 그 순간들이 우리 삶의 빛나는 별이 되어 다음 만남까지 우리를 지켜주는 거야.
어린 나이에 '엄마가 집에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네 작은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를 부를 수 없는 그 현실이 네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생각하면 엄마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파. 하지만 너는 한 번도 원망어린 말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어쩔 수 없는 거잖아"라며 어른스럽게 이해해 주는 네 모습에 엄마는 매번 가슴이 먹먹해져. 네가 참고 있는 그 아픔의 무게를 엄마가 대신 짊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이혼'이라는 무거운 단어도, 너는 놀랍도록 성숙하게 받아들였지. 하지만 그런 상황에 너를 놓이게 한 것이 엄마로서는 여전히 마음 아픈 일이야. 그래도 알아줬으면 해. 엄마의 선택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불행한 동거보다는 건강한 이별이, 서로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거라 믿고 있어.
우리 평일에는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그리울 때도 있지만,
너도 엄마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
우리가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건, 비록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멀리서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각자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다시 만날 땐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축하하는 우리니까.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지만,
혹시 사춘기가 찾아와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를 너를 위해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엄마는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으며 자립의 의미를 배웠단다. 하지만 자립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독립하거나 혼자 서는 것이 아니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며,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믿고 살아가는 거란다.
그전에 어린 왕자 이야기를 들려줄게. 들어봐.
조그만 별에서 혼자 장미를 돌보던 어린 왕자가, 어느 날 여행을 떠나 여러 별을 방문하게 돼. 첫 번째 별에서는 자기를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 왕을 만나고, 두 번째 별에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허영쟁이를 만나지. 세 번째 별에서는 숫자만 세느라 중요한 걸보지 못하는 사업가도 만나고, 네 번째 별에서는 늘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로등지기 아저씨도 만나.
그렇게 많은 별을 돌아다니면서 어린 왕자는 '어떤 삶이 진짜 중요한 걸까?' 하고 고민하게 돼.
마지막으로 지구에 도착한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지.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중요한 걸 하나 가르쳐 줘. '진짜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네가 길들인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해'라고 말해.
그제야 어린 왕자는 자신이 떠나온 장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가기로 결심해.
엄마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엄마의 삶도 어린 왕자의 여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도 네가 있는 나만의 별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되었거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생각이 깊어졌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수록 너를 더 사랑하게 되더라.
어린 왕자가 마지막에 자신의 장미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처럼, 엄마도 이 여행을 통해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 엄마는 네가 네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
때로는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을 거야. 그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중요한 건 그 도움을 발판 삼아 다시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거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 그게 바로 진정한 자립의 시작이지.
엄마가 곁에 없더라도
단단한 너로 일어설 수 있게 엄마가 응원할게.
무엇보다 기억해 줘.
너는 그저 버티며 사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넌 충분히 강하고, 현명하며, 사랑스러운 아이야.
엄마가 진정한 '자립'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더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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