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길 위에서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그때그때 한 걸음씩 가라.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결코 다시 밟지 않을 오솔길이 보인다.
여행자여, 그것은 길이 아니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카스티야의 뜰, 안토니오 마차도
지금까지 나는 마치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여행자처럼 누군가 추천해 준 '올바른 길'만 고집해 왔다.
주변에서 권하는 길
안전해 보이는 길
실수하지 않을 것 같은 길
그 길들은 마치 친절한 내비게이션처럼 나를 안내했지만, 정작 내 마음속 나침반은 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걸음마다 뭔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마치 답답한 등산로를 혼자 오르내리는 것처럼, 내 발걸음은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무거웠다. 남들이 그어놓은 길 밖으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안 될 것만 같은 보이지 않는 금기가 있었다.
이 길이 정말 맞는지 고민할수록 걸음은 더 뜬다.
뒤를 돌아보고,
옆을 살피고,
앞을 보다 보니 어느새 제자리걸음.
사회가 말하는 '올바른 길'을 찾다 보니 정작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보지 못했던 셈이다.
마흔이 훌쩍 넘고 나서야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내 길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이 아니라, 내가 걸으면서 만들어가는 것임을. 누군가의 지도나 조언은 참고할 순 있지만, 결국 내 발걸음이 나의 길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즐겁게 내 길을 걸어보려 한다.
가끔은 뛰어보고,
때로는 천천히 걸어보고,
심지어 길 옆으로 잠시 벗어나
꽃을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린 시절 문제집에서 막힌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정답지를 펼치던 그 습관처럼, 나는 늘 누군가 미리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다. 마치 인생이라는 시험지에서 정답을 찾듯, 외부의 잣대와 타인의 기대에 따라 내 삶을 재단해 왔던 것이다.
익숙함이란 참 묘한 것이다. 때로는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만, 때로는 우리의 진정한 여정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된다. 마치 편안한 슬리퍼에 발이 익숙해져 새로운 러닝화를 신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토니오 마차도의 그 시구는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 위로 같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라는 이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처음부터 정해진 길은 없다. 우리의 발걸음은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확신에 차서, 때론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 모든 걸음이 결국 나만의 독특한 길을 그려내는 것. 바로 이 사실이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해주는 소중한 깨달음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길에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헤매는 순간들, 멈춰 선 시간들은 사실 나침반 없는 여행자의 소중한 순간들이다. 마치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오히려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여행자처럼, 그 순간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게 하는 값진 경험들이다.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졌던 시간들도 내면의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중요한 쉼표였음을 이제는 따뜻하게 이해한다.
최근 대마도 자전거 여행의 한 순간이 떠오른다. 미리 계획했던 길에서 벗어나 울창한 숲길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던 그 순간. 촘촘히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페달을 밟으며 질주할 때, 나는 진정한 여행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계획에도 없던 그 길은 내가 찾아왔던 수많은 길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측하지 못했던 풍경, 숨 막히게 아름다운 나무들의 터널, 그 길의 우연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속도를 내며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계획을 벗어나는 순간이 진정한 여행의 진수라는 것을.
마치 대마도의 그 숲길처럼, 인생의 길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미리 정해놓은 길에서 벗어나 질러가는 순간, 우리는 더욱 특별하고 놀라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이 바로 나만의 길이다.
'올바른 길'의 정답은 어떤 나침반도, 어떤 지도책도 알려줄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길이 내 마음의 깊은 곳을 충실히 반영하고, 내가 진심으로 갈망하는 방향이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인지 여부다.
아직 선명하지 않아도 좋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그려갈 것이다.
헤매고 멈춰 선 이 자리, 바로 여기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마차도의 시처럼, 언젠가 뒤돌아보면 분명 내가 걸어온 고유한 오솔길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상상하니, 오늘도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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