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국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자주 해주던 소고기국.
나같은 경상도인들에게 소고기국은 빨간 것이 디폴트값이다.
서울 사람들에게 '소고기국'이라 말하면 백이면 백, 하얗고 맑은 소고기무국을 떠올린다.
이 국을 보여주면 에이 뭐야, 육개장이네! 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경상도인의 발작버튼이 될 것이다.. ^^ 아니라고! 맛도 재료도 완전 다르다니까..??
독립한 지 오래되어 각종 찌개, 반찬, 요리들을 해먹어왔지만
유독 소고기국은 한 번도 해먹어볼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국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문득 이 사실을 깨닫고는, 레시피와 재료를 확인해본다.
그동안 소고기가 부담돼서 안해먹었나?
그렇다기엔 국거리용으로 저렴한 소고기는 생각보다 얼마 하지 않는다.
소고기와 무를 주문한 후 직접 만들어본다.
본 레시피에는 콩나물이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빼고 만들었다.
먹어본다.
저렴한 소고기가 질겨 맛없고 무를 너무 크게 썰어 부담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맛있었다.
맛있어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나 엄마가 자주 해주던 소고기국 해먹었어,
연락하려다 이내 관뒀다.
내가 직접 해먹었다면 엄마가 괜히 서운할 것 같았다.
엄마가 해주던 국이 생각났으면
차라리 와서 해달라하지, 하실까봐.
모르지, 쓸데없는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아무튼, 소고기국을 직접 해먹어본 뒤 깨달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우리 엄마는 내게 소고기국을 끓여줄 때 꽤 맛있는 소고기를 써온 것 같다는 것.
두 번째는, 이 국을 직접 해 먹거나 밖에서 사 먹을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완전함의 이유는 곧
내게 소고기국은 그냥 국의 한 종류가 아닌, 그 시절과 우리 엄마에 대한 향수이고 그리움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벽이라 늦었으니,
내일 일어나 연락이나 한 통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