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7. 20180826

by 전영웅

이른 아침 싱가포르의 호텔에서 잠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는 너무 반가웠다. 한 달 반 만의 만남, 너는 아빠가 들어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잠들어 있었다. 잠자는 너를 아빠가 꼭 안아주니, 너는 아빠가 왔음을 바로 느끼고는 역시 아빠를 힘 있게 안아주었다. 너의 통통한 몸집은 그대로더구나. 멀고 먼 더운 이 곳에서 잘 적응하며 지내는 것 같아 아빠는 조금 안심했다.


너와 함께 다니는 4일은 정말 행복했다. 여전한 아들의 모습을 느끼는 시간이었고, 다시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간 듯 익숙한 시간이었다. 네가 사촌 남매들과 잘 지내며 어울리는 모습에 안도를 느꼈고, 옆에서 너를 돌보느라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여전히 눈치는 조금 없으면서도 의연하게 행동하는 네 모습에서 아들이 조금 더 자랐구나 깨닫기도 했다. 고맙고 반갑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빠는 다시 혼자가 되어 집을 돌보고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너는 아빠가 돌아오고 난 후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너와 엄마에게서 들었다. 시작이 순조롭고, 적응을 잘해 주어서 아빠는 고맙다. 아빠가 그곳에 있을 때, 너의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 한국과는 정말 다른 먼 곳의 학교를 다니는구나 실감했었다. 혹시 네가 다니게 될 학교를 둘러볼 수 있을까 해서 가 본 학교는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정문 앞에서 보는 학교의 풍경에 작은 기대도 다시 생겼었다. 아들은 여기에서 공부하며 어떻게 자랄까 하는 여러 생각도 함께 들었다. 비록 1년의 과정만을 생각하고 그곳으로 보냈지만, 넌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좀 더 폭넓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조금은 긴장을 가지고 사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은 낙천적이고 여유를 가지며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긴장이 필요한 법이다. 어쩌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앞으로의 1년이 그런 긴장이 필요한 시간일지 모른다. 그곳은 집이 아니고 네가 공부를 해야 하는 아주 먼 곳의 타지이다. 그리고 앞으로 너는 친척 형제들과 같이 있긴 하지만 가족으로서는 홀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을 한다는 건 네가 좀 더 눈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조금 더 분명하고 빨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네겐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서 아빠는 생각했다. 이유 없이 다리가 풀려 넘어지고, 자꾸 다른 생각에 빠져드는 건 몸과 마음에 긴장감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일 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네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몸에 긴장을 주어야 하는 때는 수없이 찾아올 것이다. 때마다, 긴장감이 없으면 네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쩌면 긴장을 주는 연습의 좋은 시간일 수 있다.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을 시간 전에 신경을 써서 연습해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들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아빠는 대체로 안심하고 만족한다. 너를 떼어두고 있는 자체가 아빠는 큰 슬픔이긴 하지만, 서로가 결정한 만큼 네게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견디고 있다. 그리고, 떨어져 공부하는 네가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보지만, 조금 더 덧붙일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챙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추석 명절 연휴에 다시 너를 보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어 두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엔 엄마와 같이 올 것이다. 네가 정말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한 달 후면 말이다. 아빠는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지만, 아들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빠도 마음을 다잡고자 노력할 것이다. 우선은 한 달 후면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자. 교복을 입고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고 있을 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크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아빠도 앞으로 지낼 한 달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제주에는 큰 태풍이 지나가고 곳곳에 생채기가 났다. 집도 조금 상했지만 큰 문제는 없단다. 가을이 오는구나. 가을이 없는 그곳에서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네가 살던 제주에는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너의 집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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