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일에 기쁘지 않은 사람
생일이었다. 나는 생일이 되면 언젠가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생일이 기다려졌던 건 정말 어렸을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생일에 연상되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신경 썼던 나는 인간관계가 생일에 특별하게 부각되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생일 선물을 얼마나 받았는지, 나랑 친한 친구가 오히려 생일을 잊어버려서 내가 당황하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마음대로 판단했던 생각들이 틀리다는 걸 증명되곤 한다.
크고 나서는 나에게 부과되는 책임들이 생일에 부각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은 나와 어떤 관계이고, 어떤 일을 하다가 만났는데 축하말을 보내줬네'
하면서 다음 프로젝트에도 함께 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앞에서 말한 것과 동일하게 내 마음대로 이렇다고 단정 지어버린 관계를 재정의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거나!
생일 축하라는 게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카카오톡에 "곧 생일인 친구" 목록이 생성될 때부터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이 친구에게 생일 축하를 보내도 될까?'
'그냥 메시지만 보내도 되려나?'
'아님 간단한 커피라도 보내야 하나?'
'커피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나...?'
생각들이 들며 마음의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내 생일에 연락 오는 모든 관계들을 더 고마워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겁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 번째는 모두가 느낄 것 같은 시간의 야속함과 빠름... 내가 벌써 NN살이 되었구나! 태어나고 NN 년이 지났구나 하는 느낌과 나이의 일의 자리 숫자가 0으로 향해가는지, 0에서 멀어지는지에 따라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생일의 하루가 끝이 난다. 이렇게 하루를 어지럽게 보내고 나면 다음날에는 그래도 간만에 연락해서 좋았다!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