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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Oct 12. 2023

04. 일찍 도착하는 사람 VS 딱 맞춰 도착하는 사람

04. 일찍 도착하는 사람 VS 딱 맞춰 도착하는 사람


-일찍 도착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 ; 민성

 민성이는 오늘 예지와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은 2시, 지금은 12시다. 준비를 다 하고, 앉아 집에서 기다리느니 날씨가 좋아 조금 걸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인근 역으로 도착하니 1시다. 여유 있게 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약속시간까지는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며 오는 동안, 예지에게 전화를 한다. 메시지 답장이 없어, 혹시나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걷다 보니 예쁜 카페가 보인다. 카페에 들어가니 맛있는 빵 냄새가 난다. 예지와 영화를 보고 밥을 먹기로 했으나, 영화를 보는 동안 배가 고플 수 있으니 간단하게 카페에서 빵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빵을 주문해 앉았다. 빵을 먹고 나서 시계를 보니 1시 30분이다. 30분 정도 챙겨둔 책을 꺼내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가방에 책을 챙겨 나왔다. 책을 읽다 보니 1시 55분이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는 예지의 카톡이 5분 전에 와 있었다. 나는 예지에게 지하철 역 5번 출구 앞, 카페에 미리 와서 책을 읽고 있으니 천천히 와도 된다고 보낸다. 예지가 와서 전화를 할 수 있으니, 책 옆에 휴대폰 화면을 볼 수 있게 놔두고 책을 다시 읽는다. 조금 늦어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되니 상관없다. 오후에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친구를 기다리는, 이런 여유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딱 맞춰 도착해야 쾌감을 느끼는 사람 ; 예지

 예지는 오늘 민성이와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은 2시. 어제 지하철을 찾아보니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최소 1시 30분에 나가면 되니 씻는 건 조금 있다가 하기로 한다. 어제 읽던 책의 결말을 못 봐서 너무 궁금하다. 책 결말까지 읽고 씻을까 고민에 빠진다. 지금은 12시 30분. 책을 읽고 씻기로 한다. 


책의 결말 부분까지 20분이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시계를 보니 1시다. 놀란 예지는 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다. 1시 20분이다. 화장은 지하철에서 하기로 결심한다. 가방 안에 이럴 때를 대비하여 항상 화장품이 있다. 뛰어가며 계속 시계를 확인한다. 어젯밤에 확인했을 때 1시 30분 지하철을 타야 한다. 민성이에게 혹시 5분 정도 늦을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1시 30분 지하철 다음이 35분 지하철인 걸 어제 확인했기 때문이다.


예지는 1시 30분 지하철을 간신히 탔다. 예지가 지하철 카드를 찍었을 때가 30분이었음에도, 플랫폼에 아직 기차가 대기 중이다. 앞 열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느라 출발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오늘 뭔가 딱딱 맞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화장을 하고, 58분 하차. 민성이의 메시지 속 출구로 나가, 빵집으로 들어선다. 민성이는 벌써 나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단다. 약속이 2시인데 민성이는 대체 언제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민성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앉아 시계를 확인하면 2시다. 오늘 뭔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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