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 이얄, 『훅: 일상을 사로잡는 제품의 비밀』
요새 가장 고민인 업무 중 하나는 CRM이다. 사내에 CRM툴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유저 여정에 따라 메시지와 보상 체계를 계획하고 있다. 매체와 발송 시기, 개인화까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많다보니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기획안을 짜봐도 막막한 부분들이 많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책에서는 트리거 - 행동 - 가변적 보상 - 투자의 단계를 통해서 유저가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AARRR 모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훅 모델은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AARRR 모델의 Retention 단계를 세부적으로 쪼갠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훅 모델에서는 먼저 내부와 외부 트리거를 통해 유저가 서비스를 다시 방문하게 만든다. 재방문한 유저에게는 일련의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행동을 완료하면 보상을 지급한다. 보상을 받은 유저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서비스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렇게 4단계에 걸쳐 습관이 형성된다는 시나리오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보상에 대한 챕터였다. 가변적 보상을 줘야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설명은 여러모로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서비스에서 가장 큰 가변적 보상은 (흥미로운) 신상품이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상품은 가치가 높지만, 서비스를 재방문할 이유가 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상품이 공급된다는 기대가 있어야 탐색이라도 해볼겸 서비스를 다시 찾는다. 그래서인지 찜한 브랜드의 신상품을 한꺼번에 조회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저자가 보상을 수렵 보상, 종족 보상, 자아 보상으로 나눈 부분도 흥미로웠다. 새로운 상품/정보를 모으는 수렵 보상,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친밀함을 얻는 종족 보상,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자아 보상을 구분해 보니 유저들에게 어떤 보상을 제공해야할지 조금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누군가의 ‘좋아요’ 하나에도 크게 반응한다. 금전적 혜택도 눈에 보이는 물체도 아니지만, 사회적인 인정이나 관심을 받았다고 느끼는 거다. 어떤 형태의 보상을 서비스에 녹여내야 할지 또 다시 고민이 깊어진다.
책을 읽으며 평소 단골로 들리는 카페가 떠올랐다. 그 카페에서는 계절별로 새로운 레시피, 새로운 디자인의 디저트를 선보인다. 또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식을 알려 손님들의 재방문을 유도한다. SNS로 시즌 상품을 접한 고객에게는 트리거가 발동되고, 매장을 다시 찾은 손님은 새 디저트를 먹으면서 가변적 보상을 받는다.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공유하면서 종족 보상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계절마다 디저트를 먹으러 가면서 하나의 습관이 형성된다.
그러니까, 내가 그 곳의 단골이 된 것도 잘 설계된 훅 모델 덕분이었던 셈이다. 카페 사장님이 혹시 이 책을 읽고 이런 치밀한 여정을 설계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곳에는 돌아갈 이유가 있다는 것, 익숙한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경험이 있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단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