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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May 17. 2019

극적으로 행복해질 순 없겠지만

맛있는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싶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간절히 사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 꿈꾸던 여행지에 다녀온 뒤의 여운. 퇴사 후의 편안함. 사랑에 빠졌을 때의 설렘.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이 같은 이벤트는 행복을 주지만, 좋은 감정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갈망했던 모든 것은 취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새 물건은 방안의 수많은 물건 중 하나가 되고, 여행의 기억도 비현실적일 만큼 흐릿해진다. 노동 없는 삶에는 불안과 권태가 쉽게 스미고, 사랑의 마법은 길어야 몇 년이다. 성취의 기쁨도 잠시. 다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마음도 상황도 참 간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라는 바를 조금씩 이뤄가며 깨달은 것은, 행복은 특정 행동이나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A를 얻으면 행복해지고, B를 이루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고대하던 일을 이뤄낸 뒤에도 인생은 계속됐고, 또 다른 것,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됐다. 허탈했다.     




그러다가 특별한 날에 가려진 보통날, 일상을 다시 보게 됐다. 훗날 돌이켜 보면 거의 기억나지 않을 평범하고 무수히 많은 날들. 그런 날에 내가 보낸 하루가, 지녔던 마음과 태도가 쌓여 나라는 사람과 인생 전반의 무드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매사 감사하며 일상을 보내는지에 따라, 행복의 빈도와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어떤 극적인 일이나 성취가 인생의 행복을 찾아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고 바라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오히려 목표를 추구하고 바라는 과정에서 얻은 추동을 바탕으로 더 나은 매일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다. 좋은 습관과 마음을 지니려 애쓰게 됐다.     


일주일에 서너 번 집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시름을 비워낸다. 나 또는 우리가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깨끗하게 씻고 자르거나 굽고 양념을 더하고 먹으면서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가끔씩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실없는 소리를 하며 웃는다. 좋아하는 일로 일상을 채우려 노력하고, 감사히 여긴다.     


잘 가꾼 일상은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시련이 닥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긴 시간 좌절하기보다는 버텨내고 잊어내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갖고 싶은 걸 갖거나 좋은 곳에 가고 목표를 이루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다. 좋은 루틴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일상이 있다면 말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 진부한 말을 이제 온몸으로, 마음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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