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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Sep 26. 2016

9만원의 사정

나의 사정, 우리의 사정

결혼 후 일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아내는 병원에 가자 했다. 그곳엔 많은 여성들이 월요일 낮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남편의 검사는 채혈과 정액검사가 전부였다. 병원 한쪽엔 '우리는 최신 정액 추출...'어쩌고 하는 문구가 있었다. 두렵지만 살짝 기대도 됐다.


최근 사정이 언제냐는 간호사의 물음에 요샌 가게도 비수기에 명절까지 겹쳐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말로 답하고 이끌려 간 곳은 매우 고급진 '시간과 딸딸이의 방'이었다.

매우 고급진 바로 그곳



고급진 의자에 혼자 앉아 고급진TV를 켜자 고급진 미제 포르노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전통적인 미국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동물스러움이 아닌 소프트 포르노를 보며 이건 원장 취향인가 원장부인 취향인가 간호사들 취향인가를 잠시 고민했다.


누구의 취향인가?


결혼 전까진 세상에 나오자마자 휴지나 고추장갑 속에서 생을 마감하던 내 주니어들은 매우 고급진 수거함에 담겨 생명을 연장했다. 오후에 나는 전화를 걸어 그들의 안부를 물어봐야 한다.


손을 씻은 핸드타월을 버리려 했으나 쓰레기통은 이미 방을 거쳐간 선배들의 핸드타월로 가득했다. 왠지 마음이 숙연했다.


검사비는 9만 원이었다. 이제는 이 짓도 돈 내고해야 하다니... 나는 어제 내 생에 가장 비싼 야동을 보았다.

휴지통엔 선배들이 쓴 핸드 타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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