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in Peru
옛날 청춘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청춘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어른들을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춘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어른인 대변인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명의 어른,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서...]
여하튼 2016년 9월 25일 '블랙야크 글로벌 야크 크루'라는 이름을 달고 나는 페루로 향했다. 하지만 출발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내가 미국 국토 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주요 관찰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대변인님은 미국 국토 안보부의 요청으로 '추가' 인터뷰가 있습니다.
항공사 카운터에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를 받으려는데 나만 따로 호명을 한다.
미국을 거쳐 페루를 가는 비행 일정이었는데 우리 같은 단체 관광객들은 미국 측에서 랜덤으로 한 명을 뽑아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들은 '랜덤'이라는 것을 강조했으나 내 느낌은 랜덤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왜 미국을 가냐,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 누구랑 가냐, 사람들과 어떤 관계냐 등 예비 장인이나 물어볼 법한 질문에 답하고 탑승동에 들어가려는데 방송으로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대변인님은 화물 검사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저 인간이 이번 여행의 고문관이군...'
이리저리 불려 가는 나를 보는 일행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3년 전 일이 지금 이 사태를 불러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3년 7월 디트로이트 공항 입국 심사대,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와 미국 친구 집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러 왔으나 공항 직원들은 나를 반기지 않았다. 직업도 없는 30대 남자가 3개월 동안 미국에 머무르는 것을 계속 의심스러워했다. 이런저런 증명과 해명 끝에 미국에 입국했지만 뒷맛이 찝찝했는데 아직도 그걸 기억하는 모양이다.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여차하면 페루는커녕 미국에서 입국 거절당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불안함이 엄습했다.
팀장님 이러다 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인솔자인 블랙야크 팀장님에게 슬쩍 말을 흘렸다. 일행들은 다들 즐거움에 들떠 비행을 즐기는데 계속 머리가 복잡했다. 만약 미국에서 입국 거절돼서 돌아온다면 내게 이런 굴욕을 안겨준 블랙야크를 평생 저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 입국 거부돼서 돌아오면 앞으로 해외여행 갈 때 애로사항이 만발할 텐데... 일단 가보면 알겠지만, 만약 미국에서 입국 거부돼서 돌아오면 앞으로 해외여행 갈 때 애로사항이 만발할 텐데... 일단 가보면...
세상 온갖 고난을 다 짊어진 상태로 환승지인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도장을 받기 전까진 페루에 간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마음속에는 나라 잃은 슬픔을, 하지만 표정은 밝게 입국 심사대 앞에 섰다.
너 비자 있는 거야? 아니면 ESTA(무비자 여행)야?
입국 심사대의 직원이 물었다.
당연히 ESTA!!(무비자 신청 다 했지)
그러자 그가 답했다.
ESTA 목록에 너 없는데? 서류 있어?
X 됐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휴대폰에 캡처해둔 ESTA화면을 보여주니 그는 따라오라며 나를 '시간과 상담의 방'으로 인도했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 걸까? 똥이 마려운 것 같기도, 오줌이 마려운 것 같기도 하다.
방탄복을 껴입은 입국 심사대 직원들이 흘깃흘깃 쳐다보는 가운데 시간이 흐른다.
......
기다림 끝에 다행히 여권 인식 오류 문제로 밝혀지며 큰 문제없이 미국 입국 허가를 받았다.
이제는 진짜 페루에 가는 거다! 신대륙에 첫발을 내딛는 콜럼버스의 들뜬 마음으로 디트로이트 공항 화장실에서 똥을 쌌다. 하지만 개척자와 인디언들의 마찰처럼 공항 화장실의 저질 화장지는 내 항문에 상처를 남겼다. 언제와도 이곳은 까칠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남미 땅을 다시 밟았다.
언젠가 다시 남미에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은 3년 만에 현실이 되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고립무원에 던져진 처지였으나 페루 리마에는 피켓을 든 현지 가이드와 차량도 대기하고 있었다. 이미 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 그들은 이미 예약된 호텔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아직 방도 배정받지 않았는데 일행들 모두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블랙야크, 페루 관광청 이 사람들 왜 이래???
일행들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