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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Nov 14. 2016

닭쳐라 남미! 시즌2 블랙야크 in 페루 -4-

쿠스코에서 굿판이 벌어지다

옛날 청춘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청춘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어른들을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춘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어른인 대변인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명의 어른,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서...]


정신없이 평범한 리마 투어 하루가 지났다. 어째 기대했던 자유시간도 없고 계속 주최 측에서 이리저리 굴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어차피 리마는 스쳐가는 곳이고 일정의 대부분이 쿠스코로 이동하면 조금은 다른 일정이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음날 스케줄을 말해주는 블랙야크 두 주임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내일은 새벽 4시 50분까지 체크아웃하시고 호텔 로비에 모여주세요.


4시 50분? 14시 50분이 아니라? 내가 잘 못 들었나? 씻고 아침 먹고 짐 싸서 나올 계산을 하니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원래 단체여행이 이렇게 빡센건가? 아니면 이번 블랙야크 글로벌 야크 크루만 이런 건가? 그동안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마주치는 단체여행객들을 은근히 무시했는데 이렇게 빡빡한 일정들을 소화하는 사람들이었다니... 역시 세상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블랙야크가 '세상은 문 밖에 있다'라고 말하는 것 일지도... 

블랙야크 캠페인 '세상은 문 밖에 있다' 이 말 믿고 나가면 큰 코 다친다.



설마 그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다 모이겠어??? 싶은데 정말로 4시 50분에 모여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옛말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 하였지만 여행 가서 일찍 일어나면 조식도 다 못 챙겨 먹는다. 나도 한때는 남들보다 빨리, 더 멀리, 더 많이 갖으려 노력해 봤는데 헛발질만 하다 끝났다. 알고 보니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것이었다.


버스로는 24시간이 걸리는 곳이지만 비행기로는 1시간이면 쿠스코에 도착한다. 역시 자본주의는 돈만 여유가 있다면 안락함과 시간적 여유를 함께 가져다준다. 세상 편하게 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생각해보지만 과연 무엇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좋은 아이템 있는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형이 대통령이 되는 걸 보면 미국인들도 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다 해주실 거야!



페루 화폐 누에보 솔(Nuevo Sol)


페루의 화폐 단위는 누에보 솔(nuevo Sol)이다. 스페인어로 '태양'(Sol)을 뜻하는 단어가 화폐의 단위라니! 얼마나 햇살이 찬란한 나라라는 말인가?!라고 생각하고 리마에 오면 이명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 믿는 것과 같은 착각이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었지...



하지만 늘 안개와 구름이 가득한 리마와 달리 쿠스코는 태양의 도시라고 할 만큼 밝은 햇살이 가득한 곳이었다.

쿠스코 공항에서 본 하늘



호텔에 짐을 푼 우리 일행은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호텔에 짐을 풀고 우선 쿠스코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식당(Tunupa Cusco Restaurant)으로 이동했다. 한쪽에서는 현지 밴드(?)가 라이브 연주와 노래를 한다. 리마에서 갔던 식당보다는 조금 더 소개팅 프렌들리 한 느낌이랄까?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여행 동선과 비슷한 느낌이다.



외국에서 식사를 하면 생소한 음식을 보며 과연 어떤 맛일지 쉽게 예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점심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좌로부터

1.Crema de pollo

2.Polloto a la parrilla andino

3.Helado andino


1. 크루통이 들어간 치즈 수프


2. 닭고기 스테이크

이건 내가 봐도 닭가슴살 스테이크, 남이 봐도 닭가슴살 스테이크다. 맛을 보니 역시 닭맛이다. 생각보다 퍽퍽하지 않고 위에 얹힌 소스와 어울리니 건강 건강한 느낌이 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페루의 닭들은 닭장에 가두어져 사육되는 것이 아니라 방목되어 호르몬이나 항생제들을 맞지 않은 건강한 닭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닭고기들이 대부분 딱히 간이 안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 친구들도 우유 소금 주사 한번 맞으면 좀 더 짭조름 하니 맛나질 텐데...


3.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 뭔 설명을 바라냐... 아이스크림 위드 고명


식사 후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대성당을 둘러본다. 금박으로 된 조각들과 은으로 된 물품들을 보며 황금향 엘도라도(El Dorado)를 찾아온 정복자들이 생각난다.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사진이 없지만 이곳의 벽화들은 상당수 '현지화' 되어 있었다. '최후의 만찬'에 '꾸이'나 옥수수 같은 페루 전통 음식이 올라가 있다.


쿠스코 대성당의 꾸이(기니피그)가 올려진 최후의 만찬


대성당을 둘러보고 잠시 여유시간 동안 광장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미친듯한 쿠스코의 하늘을 배경으로...

화창한 날씨에 광장을 활보하는 바람막이+등산바지+등산화 조합의 블랙야크 글로벌 야크 크루 멤버들...

이건 누가 봐도 빼박 한국 사람이다. 이번 여행자들에게 블랙야크 측에서 모자, 바람막이, 티셔츠, 우비, 배낭 등을 지급해 주었다. 평소 대두로 웬만한 대(大) 사이즈 아니면 맞는 모자가 없는데 블랙야크는 60호까지 모자가 있었다. 나 같은 모자 소외계층까지 배려해준 그들의 호연지기에 다시 한번 업계 1위의 위상을 느낀다.

대두를 위한 모자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by 블랙야크


태양 신전으로 불리는 '코리칸차'까지 유적지도 둘러보았다.

코리칸차 (출처:theguardian.com)
코리칸차 내부


이곳은 잉카 시대 제사를 지내는 신전이라는데 반듯반듯한 석조 건축물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쌍욕을 하며 돌을 날랐을 그 시대 인부들에게 심심한 안부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Lonely Planet Peru편


대성당과 코리칸차 주변 야마와 전통 복장을 한 페루 아낙들이 눈에 띈다. 보통 남미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면 옷으로 나라를 구분하기 어려운 반면 페루는 유독 전통 의복을 지금까지 입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 책자의 페루 편 사진들은 다들 쿠스코에서 찍었나??? 싶을 정도... 지금까지는 매우 일반적인 단체관광객의 단체여행이었다.




쿠스코 시내 관광이 끝났나...? 할 때쯤 일행을 태운 버스가 방향을 산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블랙야크 글로벌 야크 크루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페루 전통 의식을 치렀다.(왜인지는 묻지 말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페루의 전통 의식, 즉 우리말로 하면 '굿'쯤 될 텐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굿'이라는 표현이 '낫 굿'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겠지...


시굿선언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거야...

 



잉카 시절 요새인 '삭사이우아만'을 둘러보는 것으로 쿠스코의 첫날 관광이 끝났다.


삭사이우아만 파노라마
삭아이우아만에서 바라본 쿠스코


시내에서도 유적지를 보려면 동선이 꽤 긴 것으로 보아 쿠스코에서는 여행사를 끼고 투어를 해야 제대로 된 쿠스코 관광을 할 수 있을 듯싶다. 하긴 예전 아르헨티나 칼라파테에 갔을 때도 여행사들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혼자 돌아다니려고 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힘은 힘대로 드는 곳이 남미 여행일지도...돈이 있으면 돈을 쓰자.

젊어서 돈쓰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지막으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좌로부터

1.Crema Nativa : 감자로 만든 수프 : 감자 맛 수프다

2.SALTADO DE RES: 페루식 전통 양고기 구이 : 양고기를 구운 맛이다

3.GAZPACHO DE FRUTAS: 과일 디저트 : 달달한 과일 맛이다


뭐랄까? 안 힘든데 힘든 하루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법한 그런 하루다. 일전에 깨달은 것처럼 이 여행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면서 맛보는 공식의 여행이다. 하지만 당근, 채찍의 교차 수열 조합은 여기까지 였다. 


오늘이 당근이라면 앞으로는 계속 채찍, 채찍, 채찍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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