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헌 <마케팅 브레인>
물건을 팔기 전, 고객의 니즈와 페인 포인트 파악은 필수다. 그래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으니. 그렇지만 피상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행동을 유발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다시금 배운다. 그럼 무엇이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가. 당연하지만, 떠올리기 어려운 그것, 바로 욕구. 단순히 현상에 기반한 문제-해결 도출은 어쩌면 마케터의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 책에서 언급한 카톡폰 사례처럼 (카카오톡 이외에 다른 앱이 불필요한 노인과 어린 자녀를 겨냥해 출시한 폴더형 스마트폰).
"… 흥미롭게도 노인 중에는 자신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는 젊어 보이고 싶은 욕구가 항상 잠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의 다양한 기능은 젊은 사람에게는 기능적 혜택일 수 있지만, 노인에게는 젊게 사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혜택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저에 깔린 고객의 욕구와 "왜"를 생각해야, 고객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왜 이렇게 간과하게 되는지.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 나머지, 그 지식 안에서만 편히 놀아보려는 마음이 지배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소비자도 알 거라는 '지식의 저주'도 한몫하고. 편히 분석하고, 편히 일하고 싶은 마음도 한몫할 테지. 그 '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은 지난하고, 피곤하다. 해본 사람들만이 안다.
마케팅이란 게 사람들을 낚시하여 매출만 견인하는 일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책에서도 말하듯 마케팅 자체가 많은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장기전이다. 고객의 마음속에 우리 브랜드의 가치가 잘 자리잡으려면 고객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게 먼저다. 급하게 팔아치우려고 하지 말고, 말을 걸자.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고, 우리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포착해야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은 '판매'가 아닌 '관계'입니다. 관계 지향적인 사고에서 멀어지면 홀로 남겨져 고독한 나날을 보게 됩니다."
고객의 문제에 대해 관성적인 태도로 접근하지 말고, 더 파보자. 진짜 이유를 찾을 때까지 묻자. 가장 쉬운 건 역시 내가 진짜 고객이 되어보는 것, 고객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 아닐까. 지식과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감이 부족해서 힘들지도 몰라. 간만에 생각 정리를 도와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