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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poom Apr 25. 2016

불가피함의 무고(無辜)성

영화 이터널 선샤인

01.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랑


처음에는 강렬히 끌려서 서로를 원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같이 지낼수록, 당신은 내 단점들에 치를 떨 거야.
서로를 헐뜯고 혐오하며 우리는 그렇게 뒤돌아 헤어질 거야.
아무리 오랜 시간 만났어도, 남이 될 거야 결국엔.
그래, 좋아.

그래도, 좋아.



02.

엄연한 나의 일부로서의 사랑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억을 지울 정도로 최악이었던 이별을 겪은 커플은 기억하는 것 조차 아픔이었던 상대방을 또다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사랑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이 사랑이 그 절망적이었던 이별의 재현임을 어렴풋이 예견하더라도, 우리는 사랑이 우리에게 유도될 때 그래도 "Okay"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것이 이별의 진정한 수용이며 최고의 성장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나에게 다가오는 꼴이 일방적이었다 단언할 수 없고, 사전에 나의 무의식적, 무언의 호소가 전혀 없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숭고한 자유를 갖고 인생에서 선택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아픈 그러나 역시나 숭고한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의 일부지요.


따라서 영화의 말미에 두 주인공이 결국 허탈하게 서로를 향해 웃어 보이며 “Okay"라고 할 때, 저는 이 둘의 어설펐던 이별 극복이 비로소 완전해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껴안아 인정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파국적이었던 사랑에 또다시 기꺼이 동참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픈 실수와 기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받아들이기로 선택했습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한 가장 큰 위로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라는 영화의 원제를 보아도, 우리의 모든 선택 대한 심심한 위로를 두 주인공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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