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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뷰 Jul 19. 2016

최소한의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VIEWPOINT③] 청년연대은행 토닥 김진회 이사장 인터뷰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당장 먹을 식비가 없어서 굶거나 연체된 통신비 때문에 핸드폰이 정지되어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가뭄 끝 단비 같은 단체가 바로 청년연대은행토닥(이하 토닥)이다. 토닥에서는 몇 만원, 몇십 만원의 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무담보, 자율이자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년 개개인의 자산 상담 서비스와 청년들을 위한 재무 관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故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 청년들끼리 힘을 합쳐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나타났고 이것이 토닥을 탄생시켰다. 청년 조합원들끼리 5천원, 1만원씩 서로 돈을 모아 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대출을 해주고 상환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5년부터 토닥의 2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김진회(27)씨를 만나 청년연대은행 토닥과 청년부채문제 그리고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김진회(27) 2대 토닥 이사장


Q. 어떻게 토닥의 이사장을 맡게 됐나요? 

- 처음에는 조합원으로 토닥에 들어왔어요. 당시 제 삶이 많이 불안정해서 언젠가 돈이 필요할 일이 반드시 생길 것 같았거든요. 어느 날 토닥에서 갑작스럽게 활동가 한 분이 사직을 해서 공석이 생겼어요. 그 때 휴학 중이었고 3개월 정도만 일할 사람을 구하는 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조금득 1대 토닥 이사장님이 후임 자리를 권유했고 어쩌다보니 제가 지금 이사장직을 맡고 있네요.


Q. 빈곤문제를 청년만 겪는 건 아닌데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공제조합이나 공제회가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이런 단체들은 보통 지역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고 주로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40대 이상이에요. 하지만 서울에 사는 청년들은 지역 주민이라는 정체성도 별로 없고 그분들과 세대도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가입할 때의 나이가 만 15세에서 39세 이기만하면 누구든 토닥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단체보다 청년들이 더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대출을 하러 은행에 가서 신용등급을 평가당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토닥은 신용을 잣대삼아 조합원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함께 모은 출자금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다. 심지어 이자도 자율에 맡겨 두며, 상환 기간도 기본 12개월이지만 자율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놀랍게도 토닥의 대출상환율은 약 91%에 달하고 있고 나머지 9%의 조합원 대부분도 대출기한이 경과한 후 1, 2달 안에 상환한다.


Q. 토닥은 담보를 요구하지도 않는데 굉장히 높은 대출 상환율을 보여 주고 있어요. 혹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하나요?

- 사실은 저희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아무 것도 없어요. 돈을 갚지 못하는 분들은 보통 갚지 않는 게 아니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분들이에요. 이미 다른 부채를 많이 가진 분들도 있죠. 대출 상환보다는 그 분들의 삶이 나아지는 게 중요해요. 소액대출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돕고 있어요.


▲ 토닥 심폐소생팀의 주최로 기획된 바자회 '살장'. 운영비 마련을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Q. 운영 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 토닥에서 이사장과 사무국장 두 사람이 일하는데 두 사람의 임금을 만들기가 힘들어요. 상환 받지 못해서 생기는 손실금도 다시 채워야하고요. 한 명을 줄여서 운영할까 했는데 조합원들이 두 명은 일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재는 장터를 열어서 얻는 부수적 수익원을 만들어서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어요.


Q. 보통 은행에서는 이자수익이나 투자를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잖아요. 혹시 토닥에서도 모인 출자금으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나요?

- 조합원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검토도 했어요. 하지만 돈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고 시장 금리가 낮아서 수익이 크지가 않아요. 또 토닥에서 금융기관이나 투자기관에 투자한 돈이 옳지 못한 회사들의 자금으로 쓰여도 저희가 모를 수 있겠죠. 현재는 정기예금에만 넣어두고 다른 투자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회적 기업이나 좋은 가치를 만드는 단체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는 것을 계속 논의 중입니다.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가치도 창출하고 덤으로 수익도 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Q. 얼마 전 토닥에서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민달팽이 유니온에 1500만원의 거금을 대출했어요. 이것도 가치투자의 일환인가요?

-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먼저 요청이 왔어요. 토닥에서 그렇게 큰돈을 빌려주는 일이 쉽지가 않은 사안이라 300명 정도 되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의사를 물어봤어요. 답장을 보내주신 100여 명 중 한두 분을 빼고 거의 모든 조합원 분들이 찬성해주셔서 훈훈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Q. 혹시 이사장님도 대출을 이용하신 적이 있나요?

- 물론이죠. 컴퓨터를 사려고 대출받았었고 임플란트를 하려고 빌린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았습니다. 빌리는 액수가 점점 커지네요(웃음). 빨리 갚아야겠어요.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이야기할 때의 김진회 이사장은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그의 태도에서 토닥 조합원들의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컴퓨터 구입과 임플란트 시술부터 결혼이라는 중대사까지 토닥과 함께 했다. 그에게 토닥은 '저녁 6시면 땡 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고 한다. 그런 그가 '금융업계 종사자'로서 청년층의 금융과 부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Q. 최근 20대의 파산, 워크아웃 신청이 늘고 있어요. 청년층의 금융/부채 문제의 원인이 뭘까요?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빚을 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주거비나 학비를 복지로 제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방법이 정책의 주를 이루고 있어요. 청년들은 등록금을 당장 낼 여력이 없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주거비가 없어 대출을 받습니다. 그때부터 청년들은 빚의 구렁텅이에 떨어지는 거예요. 이 밖에도 법정 최고이자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27.9%로 너무 높고, 가족들의 빚을 청년들이 물려받는 고질적인 문제점도 있어요. 토닥의 소액대출 서비스로 모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워요.


Q.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법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걸 만드시겠어요?

-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고 싶어요.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이 아무 조건 없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원받는 제도에요. 기본소득이 30만원이라면 전 국민의 통장에 30만원씩 입금되는 거죠. 국가에서 세금을 걷는 이유는 재분배를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금을 내서 국가로부터 분배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죠. 기본소득제도는 통장에 직접적으로 돈을 주니까 사람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구를 줄지 선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복지 대상자들을 골라내기 위한 행정비용이 복지비용만큼이나 비싸거든요. 기본소득제도 아래에서는 그 돈을 모두 복지로 쓸 수 있겠죠. 기본소득이 궁극적으로 소비로 이어질 것이고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혹시 기본소득제도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진 않을까요?

- 지금같이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한 달 돈을 벌지 않으면 당장 월세, 생활비의 압박에 시달려요. 근로의욕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그만두면 당장에 굶어 죽을 것 같아서 억지로 일하는 거죠. 만약 기본소득이 있다면 사람들이 최소한의 내일을 생각할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어요. 핵발전소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거기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저처럼 돈이 안 되지만 가치 있는 활동가의 길을 택하는 사람도 생길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더 자기 자신으로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김진회씨는 토닥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달리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태도로 생각을 말했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본인 삶의 계획을 묻자, 이번에는 곧 결혼을 앞둔 설렘 가득한 27살의 청년이 되었다.



Q. 지금 청년활동가로서의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나요? 다른 직업을 꿈꾼 적이 있나요?

- 아마 졸업을 못해서 아직도 학생이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토닥에서 일을 하기 전에 출판 편집자로서 일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책을 좋아해서 아는 출판사로 쳐들어가서 작은 책상하나 두고 무보수의 조건으로 출판-편집을 배웠어요. 세달 정도 해보니 직업을 삼기는 어렵다고 느껴서 그만두게 됐어요.


Q.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사장의 임기를 마치면 어떤 일을 할 건가요? 
(토닥의 이사장은 2년의 임기제로 운영되고 있다.)

- 아내 될 사람과 함께 귀농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 강원도 홍천에서 벼농사를 배우고 있어요. 땅만 구하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해요.


Q. 귀농을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현재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잘못됐어요. 믿을만한 먹거리가 없잖아요. 싼 값에 안 좋은 음식을 만들고 그게 싸니까 사람들이 사먹게 되는 구조에요. 그래서 이런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는 귀농생활을 생각하게 됐어요. 농촌에 가면 먹을 수 있는 풀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요. 꼭 도시에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음식을 사먹는 게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나중에 아빠로서 아이를 키우실 텐데, 아이가 어떤 세상에서 자랐으면 하시나요?

- 최소한 옥시 같은 기업이 처벌 받고 사람들이 그런 화학제품을 사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화학물질에 대해서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파리가 잠깐 앉았던 그릇은 깨끗이 씻으면서 어떤 물질인지 알지도 못하는 방향제는 옷에 잔뜩 뿌리잖아요. 이건 제 문제이면서 아이의 문제이기도 해요.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해요.


Q. 인간 '김진회'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하시나요?

-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기억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참회의 시간인가요?(웃음)



청년 김진회는 사회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빚을 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기존의 금융 제도를 박차고 나온 청년들끼리 서로 의지하는 금융 시스템을 운영하며 그 답을 찾고 있다. 토닥 이후의 그의 삶에서 그는 '건강한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만의 해답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VIEWPOINT-청년활동가] 인터뷰 연재
글/사진. 박수현 기자(qpfltngus@naver.com), 
            이범진 기자(lbj0512@naver.com), 
            이은기 기자(mate517@naver.com)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문의. 이성휘 (seoulyout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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