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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Sep 21. 2022

진짜로 쉴 수 있는 시점 -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

퇴사 경험중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으면서

수 많은 생각들은 매일의 나를 괴롭혔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진짜 괜찮을까?'

'하루종일 영화, 드라마만 봤어.. 나 뭐하고 있는거지?'

'사고 싶은게 있어.. 돈도 안 벌면서..'

'직업 타이틀이 빠진 나라는 사람은 뭐지?'


남편은 돈을 벌고 있는데,

엄마 아빠도 돈을 벌고 있는데,

어머님 아버님도


그런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만 이렇게 쉬어도 되나? -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되나? - 시간을 알차게 못 쓰고 있다는 죄책감


죄책감때문에 그래선 안되는데도,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

시간을 알차게 쓰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했다.

이를 남편에게도 얘기했다.

남편은 늘 나보고 진짜로 쉬라며 편하게 쉴 때도 필요한 거라고 그런 마음을 절대 가지지 말라했다.


어제 오후까지만해도 난 저 가장 큰 두 가지 죄책감에 시달렸다.

생각해보니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단 하루도 마음편히 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스스로 직업을 제외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져서 괴로웠다.


그래 난 졸업 후 8년간 쉼없이 일했고 

6개월을 쉬었을 뿐인데

스스로를 식충이 취급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늘 가장 스스로에게 혹독하고 잔인하다.


회사를 그만둔 것일 뿐인데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과 죄책감에 시달려 진짜 쉬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바로 자신이다.


내가 난 지금 행복해

근데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라고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이

"살고 있는 거잖아 그걸 하고 있는 건 하는 게 아니야?"

라며 물었다.


살고 있다는 건 항상 무언갈 생산해내거나, 발전된 결과물을 보여줘야만 

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게 될 때서야 비로소 나는 진짜로 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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