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좀 너무하다 싶으리만큼 감정적이다.
나 스스로가 그만좀 하고 싶어
라고 생각할만큼 감정의 폭포수 속에 사는 사람
회사 생활의 8할도 감정적 소모 때문에
괴로웠던 것이다.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을 고치고 싶고
나아지고 싶어서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 모른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지극히 이성적이다.
불같이 짜증이나 화를 내는 건 봤어도
감정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은
거의 본적이 없다.
무던하다고 해야할까
무감정하다고 해야할까
그녀를 요동치게 하는 게 없다고 해야할까
나는 요만한 것에도 흔들리고
난파될 것 같은 사람인데
왠만한 핵폭탄이 아니고서야
그녀의 배를 뒤집을 것은 없어 보인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그냥 안 느껴야지
하고 결심하면 편해지면 좋겠다.
그런데 몇 가지 차이점은 분명 있다.
연애에 있어서는 그녀의 감정까지 닿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호감 수준까지는 갈 수 있어도
‘좋아한다’라는 것 까지 올라오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해보이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그녀지만
난 한 번 쯤은 보고 싶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그녀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설레하던 그 표정을
다시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딘가 있을지
어찌됐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정의 파장이 잔잔해져가고
무뎌져 가는 건 맞지만
난 여전히 감정에게서
자유롭지 못하고
참 정말 많은 감정 속에서 살아간다.
무뎌지는 속도가 참으로 느린 사람인가보다.
이성적이라는 말이
나랑은 안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