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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Oct 14. 2023

삶의 이유의 발견

나는 30여년간 살아왔다.

그간 우울감과 지독한 자기 비하와 자기 보호 사이에서

간신히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아왔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싫었다.


어린 내가 느끼기에 나는 참으로 못생겼고

모든 면에서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런 감정은 중고등학생 때도 이어졌다.


내가 나를 처음 사랑하려고 노력한 건 대학생 때

책 한 권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나를 미워하는 감정만 가득했던 사람이

사랑으로 바꾸는 건,

말이 쉽지 정말 불가능했다.


그렇게 이론만 알고 실천은 안되는 상태로,

겉으로만 나를 사랑하는 척 괜찮은 척 하며

내 스스로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는 애정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연애도, 회사 인간 관계도

모든 게 이상했다.

좋은 사람인척 가면 속에 숨어 살고

진짜 나는 나만 알고 있으니,

진실되게 느껴지는 관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를 다른 어떤 기준에 비추어 좋아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체로 바라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

나를 속이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냥 내 속을 다 꺼내어 보여주어도

그 조차도 예쁘게 봐주는 사람.


그래서 결혼했고

성격급한 우리 둘 치고는 꽤 오랜시간의 고민 끝에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를 낳았다.


제왕절개를 한 탓에

몸은 엉망진창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생 배를 자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를 마주한 4일차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너무나 순수하고 작고 조막만한 새빨간 아이를 보면서

난 30여년만에 내 삶의 이유를 발견했다.


내가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이

이 아이를 낳은 것이구나.


너를 내 뱃속에서 키워내기 위해

내가 한 죽을만큼 힘들었던 고생들을 다시해야 한다면

주저않고 다시 할 수 있다.


다음생이 있어 다시 태어나도 난 너를 낳고 싶다..

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너구나.


세상 그 어떤 존재를 준대도

너랑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내 전부가 되어버린 너

그저 우리에게,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고마운 마음 뿐이다.


너를 위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너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어야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행복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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